전직 영선과장 막내아들이다.

어릴적 무슨 기계가 고장나도 척척 고치던 아버지를 나는 맥가이버 같다고 생각했고 아버지가 참 좋았다. 아버지가 집 근처 동네 종합병원에서 일하셨어서 어린시절 아버지 직장인 병원 지하 보일러실에 자주 놀러갔었고 갈때마다 미화원 아주머니, 매점 아주머니, 간호사 아주머니 같은 동료들에게 아들이라고 인사시키고 바나나우유랑 연양갱 사주셨던 따듯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다들 알다시피 시설관리는 박봉이여서 가족들 먹고살기도 빠듯했다. 일년에 고기먹는 날도 손에 꼽았고 당시 쌌던 열기, 고등어 같은 생선만 먹었고. 달걀은 동네 달걀 도매점에서 깨진 달걀만 사먹었다. 월급으로 미래가 안보이고 막막했다 하셨다. 주말마다 크고작은 아르바이트를 하시고 병원 옥상 방수같이 작은 공사는 업체를 안쓰고 직접하는 대신 세이브하는 금액 일부는 수고비조로 아버지가 받았다고 한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틈틈히 땅도 사고 팔고 집을 짓고 팔기도 하셨다 imf 때 은행 빚으로 빌라와 모텔을 짓고 계셨는데 그때 모은 돈을 다 날리기도 하셨다. 죽고 싶었다 하셨는데 어린시절 아버지가 자살해서 어렵게 살던 친구가 있어 차마 죽지 못했다 하셨다. 남는 돈을 다 끌어서 쓰러져가는 여관을 사서 낮에는 병원에서 근무하고 밤에는 카운터 근무하며 쪽잠자고 하시고 그렇게 그렇게 조금씩 늘려서 지금은 규모있는 숙박업소를 가지고 계시고 금전적으로 여유있게 살고계신다.

글을 쓰게된 것은 이 갤러리를 처음 들어와 글들을 보는데 다들 너무 자조적이고 패배의식에 젖어 있는것에 놀라서이다. 아버지가 병원에서 시설관리를 하면서 익힌 많은 지식과 기술들이 건물을 지을때나 숙박업소를 운영할때 많은 도움이 되었고 남들보다 돈도 엄청나게 아낄수 있었다.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무의미하게 느낄수 있겠지만 좀더 깊게 파고들고 고민하고 매진하면 인생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거란걸 떠올려 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