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전력의 핵심인 1990년생 ‘절친’ 야수들 가운데 박건우가 마지막으로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나오면서 이들 ‘90트리오’의 존속 여부가 기로에 섰다.

입단 동기 박건우와 정수빈, 허경민(이상 30)은 김태형 감독과 함께 두산의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기록을 작성한 주역들이다. 동갑내기에 절친한 사이라 팬들에게 90트리오로 불린다.

90트리오는 지난해 한 차례 해체 위기를 넘겼다. 지난 시즌 종료 후 허경민, 정수빈이 FA 자격을 취득해 시장에 나갔으나 두 사람 모두 두산 잔류를 선택했다. 허경민이 지난해 12월10일 최대 7년, 85억원에 두산과 계약한 사실을 알렸고, 엿새 후인 12월16일 정수빈이 6년, 최대 56억원의 조건으로 두산과 계약했다.

당시 정수빈은 타 구단의 구애를 거절하고 두산에 남았는데, 그가 두산 잔류를 결정한 이유 중 하나가 허경민의 설득이었다.

FA 협상 기간 정수빈이 가는 곳마다 우연찮게 허경민과 마주쳤고, 허경민이 두산에 남아 같이 야구하자고 설득한 게 정수빈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 결과 세 선수는 올해도 나란히 두산 유니폼을 입었고, 올가을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한국시리즈까지 파죽지세로 진격하는 기적을 함께 만들었다.

이제 박건우가 FA 시장에 나가면서 90트리오의 앞날이 또다시 불투명해졌다. 정수빈과 허경민은 박건우를 붙잡고 싶다는 마음을 숨기지 않고 있다.

정수빈은 지난달 7일 준플레이오프 3차전 인터뷰 도중 박건우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경민이, 건우와 끝까지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건우가 FA를 하게 됐는데 경민이와 제가 건우를 공략하면 넘어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경민도 “건우가 서울사람”이라는 농담으로 박건우가 서울 연고팀인 두산에 남아야 한다는 마음을 나타낸 바 있다.

박건우 측 에이전트는 지난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두산과 첫 협상 테이블을 차리고 탐색전을 벌였다. 올겨울에도 90트리오의 끈끈한 우정이 박건우의 행선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두산 관계자는 “박건우 측과의 협상에서 진전된 내용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