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맞서 싸우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생각 좀 해봄. 맞서 싸워봐야 결말은 죽음의 승리임. 이 서사는 어차피 답이 정해진 싸움인 것임. 그러니 죽맞 하는 사람은 둘 중 하나일 거임. 죽음에 대한 이해가 없어 무모하거나,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싸우는 것임. 포기하지 않는다는 전에서 강인하지만,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는 점에선 약함. 그래서 호종핑이 둘 다 표현해보려 했다는 건 잘 잡았다고 생각함.

발구르기 앞 쪽의 안무는 기술적으로 탁월하고 보는 재미가 좀 있긴 한데, 서사적 의미는 딱히 없었던 거 같음. 발구르기와 그 뒤 쪽이 '올테면 와봐라'하다가 결국 압도 당하는 느낌이라 전달되는 의미가 있었음. 충격적인 종결 동작까지 가기 위해 에너지를 점점 쌓아갔던 거 같음.

다만 좀 건조하다고 느끼긴 했음. 에너지적인 면에서 강함과 약함이 선명하게 느껴지지만, 인물의 감정이 느껴지지는 않음. 내적 갈등, 두려움 같은 게 그다지 표현이 되지 않았는데, 이미 죽음을 두려워하는 자라는 다른 역할이 있어서 겹치지 않아야 했을 거기도 하고, 짧은 안무라 다 표현하기는 어려웠을 거라 생각이 들긴 함. 그래도 난 감정이 조금이라도 표현되는 쪽을 좋아함. 전체 안무에서 한 부분으로 만들어진 안무라서, 전체와 함께 봐야 정확히 감상할 수 있을 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