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릭 미션에서 엠넷 방향성하고 가장 잘 맞았던 건 김혜현임. 각자 개성도 살리고 조합으로서 면모도 보여주고.

김혜현 질주에서 김혜현네 팀 멤버들은 군무라기보다는 멤버 중 하나였음. 단지 김혜현은 그중 비중이 가장 많은 멤버였을 뿐이고.

반면 최호종은 철저하게 군무는 군무로서 활용함. 그게 나빴다는 건 아님. 군무가 안 보였던 것도 아니고. 그러나 최호종 악몽의 군무 멤버들은 이러니저러니해도 군무 중 하나지.

클래식으로 빗대자면 김혜현은 실내악을 한 거라고 보면 됨. 대충 피아노 비중이 좀 많은 피아노 5중주쯤 되려나? 김혜현이 피아노고.

반면 최호종은 협주곡임. 최호종 자신이 솔로이스트고 군무는 오케스트라지. 어지간한 협주곡을 들으며 관현악단의 비중이 작긴 어렵지. 하지만 단원 개개인들의 비중은 아무래도 실내악에 비해 떨어질 수밖엔 없어. 바이올린 협주곡에서 수석 바이올리니스트가 솔리스트보다 튀는 음색으로 뭘 해보려고 하면 그놈은 관현악단의 콘서트마스터가 아니라 솔리스트를 해야지.

엠넷 입장에서는 최호종보다는 김혜현 방식이 더 좋을 수밖에는 없어. 왜냐면 멤버들 하나하나는 하나의 캐릭터가 되어야하고 자신들만의 서사가 있어야되거든. 어떻게 보면 방송사가 프로그램상에서 해줘야할 역할을 안무로서도 해줬으니 효자 노릇 톡톡히 한 거지. 아이돌 멤버들이 노래 짤 때 파트 배분해야되는 것처럼.

별개로 난 최호종 무대가 압도적으로 좋긴 했다. 난 춤을 모르지만 최호종 보면서 '아, 사람들이 이래서 공옥진 병신춤을 보러다닌 거구나' 싶었으니까. 춤이라는 게 얼마나 예쁘고, 아름답고, 멋지고, 정제되었는지가 아니라 그 반대되는 것들로도 굉장함을 표현을 수 있는 거구나, 뭐 이런 느낌이 들더라고. 덕분에 서울무용영화제라는 게 있다는 것도 알게 되고.

근데 솔직히 프로그램 보면 왜 나왔나 싶긴 해. 레벨 차이가 너무 심해서. 좀 프로그램 긴장감이 떨어지는 감이 없잖아 있긴 함. 최호종 퀄리티가 너무 무지막지해서 유입이 많을 것 같기도 하지만 프로그램 보는 입장에서는 2위 싸움을 보는 느낌이 좀 강해서... 이게 만약 다음 시즌이 제작된다면 최호종이 거기서 심사위원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차라리 그게 더 어울릴 거 같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