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밤, BJ의 목소리 앞에서

요즘, 마음이 자주 가라앉는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무거워진다. 눈을 떠도 몸이 따라주지 않고, 해야 할 일은 점점 쌓여만 간다. 사람들과의 대화는 피곤하고, 휴대폰은 자꾸만 멀어진다.

그럴 때면, 나는 컴퓨터 앞에 앉는다. 화면을 켜고, 익숙한 알림이 울리기를 기다린다.
"BJ 윤슬님의 방송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늘 같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 하루는 어땠어요?”
정작 그 질문에 대답할 수는 없지만, 묘하게 위로가 된다. 누군가 내 하루를 물어봐준다는 사실만으로도.

BJ의 방송은 특별할 것 없다. 그저 수다를 떨고, 가끔 노래를 부르고, 아무 의미 없는 이야기를 이어간다. 하지만 그런 사소한 것들이 오히려 나를 붙잡는다. 아무렇지 않은 척 웃는 그를 보면서, 나도 괜히 따라 웃게 된다.

물론 그가 내 우울을 아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나는 조금 덜 외롭다. 아무도 없는 방 안에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때로는 친구 같고, 때로는 아주 멀리 있는 별빛 같다. 닿을 수는 없지만, 거기 있다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는 존재.

어느 날, BJ가 방송 중에 말했다.
“다들 힘든 날도 있죠. 저도 그래요. 근데 우리 같이 버텨봐요. 여기서.”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여기서’라는 말.
나도 그 ‘여기’에 있는 것 같았다. 같은 공간은 아니지만, 같은 시간 속 어딘가에서 함께 살아가는 느낌.

방송이 끝나면 다시 고요가 찾아온다. 하지만 이제는 그 고요가 너무 무섭지만은 않다.
내일도 다시 울릴 알림을 기다리며, 나는 오늘 하루를 조금 덜 힘들게 버틴다.

우울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누군가의 존재가 그 우울의 가장자리를 조금씩 지워준다.
BJ의 목소리는, 나에게 그런 존재다.

작고 사소하지만, 분명히 의미 있는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