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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합) 이세돌 아이네X고세구.txt

ㅇㅇ(124.59) 2022.06.13 20:22:22
조회 188 추천 6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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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구가 죽어버렸다.


웃긴 이야기 같지만 정말로 죽어버렸다.


이세계아이돌은 그날 부로 해체되었고 세구와 가장 친하던 주르르는 폐인이 되어


방구석에서만 기거하고 있으며 나머지 멤버들도 저마다의 슬픔을 가지고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럼 나는?


아이네는 문득 생각하였다.


고세구가 선물해준 십자가 브로치를 한 봉제인형의 팔을 바보같이 휘적거리며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해보았다.


어째서?



세구야? 


어째서 가버린 거니?


세구가 세상을 저버린 이유는 알 수 없다.


가족에게 직접 물어보기도 그렇기에 모두 암묵적으로 세구는 엄청 멀리 유학을 떠난 것이라.


그렇게 생각하기로 하였다.



"언니."


등 뒤에서 들려온 세구의 목소리에 아이네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다.


세구는 커녕, 아무도 없다.




"언니, 무슨 향수 써?"


아이네에게 세구는 항상 귀찮은 존재였다.


"아, 나 말이야?"


그녀는 항상 엉뚱한 소리를 한다.


다른 이의 공감대와 다른 형태의 질문.


솔직히 귀찮을 때가 많았다.


"복사꽃 향수인데?"


"복사꽃 그게 뭐야?"


"응, 복숭아꽃..."


3집이 얼마나 남았다고 이런 잡담을 해야만 하는지...


세구의 질문이 귀찮을 때쯤이면 세구도 눈치채고 자리를 뜬다.



멍한 표정으로 상념을 마친 그녀의 눈동자엔 아무도 없는 문이 비쳤다.



"복사꽃 향수라..."


어두운 하늘 아래에서 멍하니 길을 걷던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역시 세구는 없었다.




지친 발걸음을 멈췄다.


그녀는 품안에서 세구가 준 편지 봉투를 꺼내어 본다.


"아이네 언니께..."


세구가 멤버 각자에게 남겨준 편지라고 한다.


그녀는 아직도 이 편지를 뜯어볼 수가 없었다.



어둑해진 밤 하늘 아래에서 은은히 떠오르는 달빛과 가로등의 빛에 의지하여 


편지 봉투를 바라본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봉인을 뜯으려다가 다시 품에 안았다.


그녀는 여행을 떠난 것이리라. 아주 멀고 먼 편도 여행을. 어쩌면 달로 향했을지도 모른다.


세구는 엉뚱한 아이였으니까.


세구의 어머니도 그렇게 말했다. 아주 먼 곳으로 떠나기 전에 전해달라고 한 거라고.


우리 모두 여행을 간 것이라고 생각하자고 말했다.



"세구는..."


세구는... 아이네에게 아무 것도 아닌 사람.


나 자신의 앞날을 방해하는 사람.


노래도 못 부르는 무능력자. 귀찮은 존재. 그거 귀엽기만 한 무능한 키위새라고 해야 할까?


그녀에게 세구는 존재의 이유가 없다.


"레종데트르."


세구는 그녀에게 존재하면서 존재하지 않는 존재의 이유였다.



존재...


"아이네 언니는 노래를 항상 잘 부르는구나... 끼에에엑..."


자기딴에는 귀여운 소리를 하며 칭찬을 하였지만 아이네는 귀찮다는 듯이 3집 앨범의 가사를 적어낸다.

"세구야, 너도 보컬 연습을 해야지. 언제까지 5초만 부르고 말 거야."


핀잔만 주는 언니의 말에도 그녀는 혀를 작게 내밀어 웃고 말았다.


섹큐버스 컨셉이라니... 천박하다... 아이돌이면 노래 연습이나 할 것이지...


그녀는 속으로 세구를 얕보았다.



그래 난 위선자야.


가로등 아래의 벤치에 앉은 그녀는 주먹을 쥐고 무릎 위에 올렸다.


번들거리는 나방 한 마리가 감전되어 그녀의 손등 위로 스러진다.


파닥거리며 타버린 날개. 본래 가진 은색의 빛은 점차 윤기를 잃어버리고 나방은 죽어버린다.


그 모습에 아이네는 눈앞이 아득해졌다.



저 모습이 세구 같아서 도저히 볼 수가 없었다.


입술이 비틀거리며 떨린다. 


벌레라면 질색했던 그녀가 손등 위에 죽은 나방 한 마리를 치워낼 수가 없었다.


한참을 있다가 어디선가 불어 온 바람이 나방의 흔적을 치워낸다.


나방이 죽어 가면서 뿜어낸 인분 가루가 손등 위에서 빛난다.



아이네가 그 가루를 보다가 편지를 뜯어 보려는 와중에 전화 벨소리가 울렸다.


주르르였다.


[언니...]


술에 잔뜩 취한 목소리다.


아이네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언니... 우리가 세구를 죽였어... 노래 못 한다고 하는 게 아니었어...]


아냐. 아냐... 네 탓이 아냐... 이건 순전히...


고개를 흔드는 그녀였지만 입으로는 그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아이네의 숨소리만 가만히 듣던 주르르는 잠시 후 전화를 끊어버렸다.


다시 고독이 그녀를 감싼다.



한 방울.


두 방울.




그녀의 눈가가 아닌 하늘에서 내려오기 시작한다.


그 빗물에 그녀의 눈동자가 점점 커진다.


편지... 젖겠지?


달려야 하나? 달리면 늦는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벌벌 떨리는 손가락으로 편지의 봉인지를 뜯으려고 하지만 


급한 손길은 실패를 거듭한다.



빗줄기가 거세지는 동시에 봉인지가 뜯어진다.


그녀가 황급히 편지를 꺼내어보았다.


그 순간 비가 편지 위로 들어 닥쳤다.


모조리 번져서 글씨를 알아볼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아..."


아아...


아이네는 번져버린 잉크로 가득해진 편지를 한참을 바라보았다.



거세지는 빗줄기.


쏟아지는 빗줄기 사이로 그녀가 입을 벌리며 뭐라고 말했다.


빗줄기에 감춰져 아무런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침묵의 울부짖음.


한참을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을 소리를 질러대던 그녀는 힘이 부쳐 벤치에 기대어 스러졌다.


나방 같다.


내 자신이.


보잘 것 없는 재능에 기대어 뽐내왔던 자신이 쓰레기 같이 여겨졌다.


중요한 것은 곁에 있는 사람이었는데...



입술이 비틀거린다. 자신이 역겨워져 비웃음이 흘러나왔다.


"아이네 언니."


흩날리는 빗줄기 사이로 세구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가 획하고 뒤로 돌아보았다.


아무도 없다.



그리고 생각났다.




[아이네 언니, 언니는 무슨 소원을 적었어?]


3집을 앞두고 왁타버스 사옥 옥상에 마련된 소원의 나무에 복사꽃 가지를 꽂으며 세구가 물었다.


"음... 비밀."


귀찮은 소리를 한다고 생각했다.


"세구는 뭘 적었니?"


그녀의 물음에 세구는 한참을 우물쭈물하다가 얼굴을 붉혔다.


"비밀~ 흐에엑~"



그녀가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


정말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아이네가 벌떡 일어나 왁타버스 사옥으로 달려갔다.


바닥에 미끌어져 무릎이 까져도 그녀는 계속하여 그곳으로 향했다.


소원의 나무에 적은 그 문구가 생각나서. 그거라도 보지 못하면 평생 후회가 될 거 같았다.



"제발. 제발. 제발."


비 맞지 않았기를. 버리지 않았기를.


정신없이 뛰어 온 그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옥 옥상으로 향한다.


그리고 보이는 광경.


커다란 파라솔 밑에 외로이 서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


왁사장이 컨셉질을 한다고 세운 소원의 나무였지만 지금 이 순간, 누구보다도 감사했다.



그녀는 미친듯이 소원의 나무를 뒤적거린다.


세구야 세구야 세구야.


복사꽃 가지.


분홍빛을 내는 인조 꽃잎 사이로 작은 가지와 쪽지가 보인다.


그녀는 상처투성이 손으로 그 쪽지를 천천히 열어보았다.



[아이네 언니가 날 좋아해줬으면.]


머릿속이 새하얘지고 숨이 턱 막혀왔다.




"아아..."


아아아아... 아아...


작은 복사꽃 가지를 품에 앉고 그녀는 한참을 바닥에서 일어나지 못하였다.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세구야.



"좋아해. 좋아해. 좋아한다고 세구야. 좋아해좋아해좋아해좋아해좋아해좋아해..."


품에 안은 복사꽃 가지가 너무나도 가여워서 안타까워서 눈물만 흘렸다.




"언니."


등 뒤에서 세구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이네의 지친 얼굴이 뒤로 돌았다.


초췌한 표정의 그녀.


슬픈 표정으로 무언가를 보더니 이내, 미소 짓는다.


"사랑해 세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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