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시작 후 한 두 달이 지나니 결국 올 것이 오더군요. 바로 장비병.  

젊은 시절 테니스는 일찌감치 포기 했지만 골프 등 다른 스포츠를 드문 드문 했었어서 장비병의 폐해와 허망함은 잘 알고 있었지만, 만원 짜리 마트 라켓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더군요.

먼저 문제가 된건 딸애의 라켓입니다. 가방 내기(딸이 절 이길 경우 할로키티 테니스 가방 사주기)에서 10번넘게 진 딸애가 홧김에 라켓을 휙 던졌는데,  스트링베드가 사다리 꼴로 찌그러 지더군요.  패대기 정도는 아니었는데, 어이없이 쉽게 휘어버리더라는...  나중에 알고 봤더니 알루미륨 재질 라켓 이었습니다.  결국 딸에는 한동안 사다리꼴 라켓으로 테니스를 쳤습니다.

다음에는 늙은이 답게 아빠가 서브 연습중 어깨를 다칩니다.  물론 잘못 된 기술의 문제 였지만, 핑계는 언제나 장비...가 구려서.. 이죠. 아시는 분은 아실 듯 ^^. 아빠의 당시 라켓은 무려 100 % 타이타늄.  가볍고 강하다는, 그리고 파워가 좋다는 광고 문구에 혹해서 샀었는데 (사실 색깔이 맘에 들었다는건 비밀) 나중에 보니, 테니스 라켓으로는 걍 싸구려.

그렇게 싸구려 라켓의 비애를 경험하고 라켓 공부를 시작하게 되어 테겔에서 여러분들의 주옥같은 글들도 참고 하고, 테워대학에도 다녀보고 하며 한달가량 공부와 쇼핑을 해서 딸에와 아빠의 라켓을 새로 장만 했습니다.

혹시 저보다 더 초보이신 분들을 위해 정리를 해 보자면

1. 재질

재질은 크게 3가지로 1. 알루미늄 2. 타이타늄 3. 그레파이트 4. 그레핀, 리퀴드 메탈, 새로나온다는 택스트림 어쩌구 등등등 위의 세가지 재료를 합성, 조합, 혹은 신소제라고 하는 것 들.  가격은 대충 알루미늄<타이타늄<크레파이트<각 회사별로 선전하는 기타등등.  공부를 좀 해보니, 이 선택은 쉽더군요. 

걍 그레파이트 100%.  

알루미늄은 넘 약하고, 타이타늄은 넘 강하고 (써 보니 진동땜에 아파여), 기타등등은 머.. 좋다며 비싸게 받는 데 증명된 바도 없고, 믿을 수도 없고.

2. 재작법

재작법은 더 간단하게 2가지. 

1. 파이프 같은 형태의 재료를 구부려서 만들고, 목 (throat) 부분은 나중에 붙임 (접착제를 사용하거나 용접 하기도 하고).

2. 틀을 만들어서 재료(액체 형태, 혹은 가루 형태) 를 채워 넣어서 만듬. 주물식.

1의 방법은 일단 쉽기 때문에 가격이 싸지만, 접착이든 용접이든 어쨋든 2개를 이어 붙이기 때문에 잔진동이 있을 수 있고, 아무리 잘 붙였어도 떨어질 가능성이 있고, 무엇보다 기분이 찜찜. 

이것도 쉽게 2번 주물식 선택. 1,2의 차이는 그냥 사진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사진을 잘 보시면 목 부분에 이음세가 있습니다. 사진의 경우 접착제로 붙였네요.

3. 제작사

몇 몇 메이져 제작사가 있고 (Wilson, Head 등) 좀 마이너 한 제작사도 있는데, 제가 초보/하수 이므로, 어떤 회사의 어떤 제품이 좋고 나쁘고는 잘 모릅니다.  

다만 여기 여러분들의 의견과 제가 가본 많은 외국 싸이트의 의견을 보면, 자기에 맞고 안 맞고의 문제이지 좋고 나쁨은 아닌 듯 합니다. 

위에 언급된 무난한 재질 (Graphite) 이나, 재작방법 (주물식 - Mold casting)만 살펴보고 너무 하급 만 피하시면 그 상위 제품군은 다들 비슷비슷 해 보입니다. 

결론은 제작사는 그닥 문제가 안된다.  특히 어린이 용은 .. 뭐..

4. 크기 (길이, 해드싸이즈, 그립싸이즈)

주니어용 라켓은 나이별로 적당한 길이를 정해놓았는데, 대충 보면 (만 나이입니다)

1. 5세 미만 - 19 인치

2. 5&6세 - 21인치

3. 7&8세 - 23인치

4. 9&10세 - 25인치

5. 11세 이상 - 26인치

이렇게 추천 되어 있습니다.  물론 개인차가 있습니다. 제 딸애는 만 9세에 시작 했지만, 덩치가 작은 편이라서 23인치로 시작 했고, 새로 라켓 사면서 25로 올렸습니다.

또 나이에 맞게 해드 크기나, 그립 크기를 정하는 것도 중요한데, 

23인치 이하는 그냥 적당한 크기 해드 싸이즈에 적당한 그립으로 정해져서 나오니, 길이만 나이에 맞추시면 됩니다.  

25인치와 26인치 정도 되야 해드 크기, 그립 크기를 어느 정도 선택 가능한데, 제 딸의 경우를 보면 해드는 크면 좋고, 그립은 작으면 좋더군요.  전 라켓은 해드 크기가 대충 90정도 새 라켓은 100인데 생각보다 스위트스팟 크기가 차이 많이 나고 훨신 잘 맞추고, 자신감 있어 하더군요.  25인치 부터 그립 싸이즈 0 (4인치 + 0/8 inch) 혹은 1 (4인치 + 1/8 inch) 고를 수 있는데, 0 도 너무 크다는 느낌이니 무조건 잴 작은 그림 선택 하시면 될 듯 합니다 (손이 유난히 크다고 해도, 오버그립 한장은 어짜피 감으니 가늘어서 문제 되는 일은 없을 듯).

처음에는 힘 없는 여성용 가벼운 라켓을 그냥 써도 무난 하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막상 아이한테 주고 시험을 해 보니, 적은 무게차이 (여성용 8 파운드, 주니어용 7파운드)도 차이(특히 스윙스피드)가 꽤 느껴지고, 특히 1-2인치 길이 차이가 너무 크더군요. 포핸 백핸은 그나마 괜찮은데, 서브는... 맞추지를 못 합니다.  토스를 자기 키 만큼 높이 올려도 스윙할 시간이 부족 한 듯 하더군요. 

주니어 라켓 선택의 제 추천 사항은 이렇습니다. 

1. 같은 무게라도 어른용보다는 주니어용.  어짜피 2-3년 이면 라켓도 낡아서 바꿔야 하니, 한번 거쳐 가는게 무난.

2. 무조건 100% Graphite 소재. 알루미늄은 너무 무르고 타이타늄은 너무 강합니다.

3. 너무 저렴한 2 피스 이어붙인 라켓은 제작 방법 자체가 다르니 nono

4. 브렌드는 큰 차이 없음

5. 길이는 나이별로 (어중간하면 한 단계 낮추는 것이 무난), 해드싸이즈는 무조건 잴 큰거, 크립싸이즈는 무조건 잴 작은거

긴 글을 마치며,

결국 제 딸에 어떤 회사 , 어떤 모델 라켓을 선택 했는지 말씀을 드리자면...

여러 다양한 회사, 제품을 살펴보며 '주니어 라켓의 모든 것'을 열심히 공부하던 어느날. 

집에 와 보니, 딸애가 2008년 호주오픈을 보고 있더군요.  

네, 아시는 군요. 샤라포바가 우승했던 대회입니다.  

네, 젊은 샤라포바 이쁘더군요.  

네, 당시 프린스 스폰 이었더군요 (현제는 해드죠 아마).  라켓에 P 마킹이 선명합니다. 

강성이 어떻고, 볼빨이 어떻고, 해드 싸이즈니, 덴스니 오픈이니 다 필요없습니다. 단 한 경기 티비 시청으로 제 딸 아이는 프린스를 선택합니다.  스타 마켓팅이 짱입니다.

구글에 2단어 (Prince, Pink - 좋아하는 색) 만 넣으니 선택은 끝이더군요

Prince Pink 25 Reduced Length Junior Tennis Racquet (100% Graphite - 구입 전에 확인)

사용해 보니..  좋더군요.  해드 싸이즈도 100 이라서 성인용이랑 같고, 그립도 적당, 부드러워서 부상 염려 적고... 제가 시타 해 보니, 빠른 공에 좀 밀리는 (가볍고 짧아서 어쩔 수 없는 듯) 것 말고는 무난 하더군요. Pre-strung (줄 매어져서 나오는) 이라서 P 마크도 선명하게 찍혀 있습니다 ^^.

샤라포바 덕에 좋은 라켓 얻어 걸린 듯 합니다.

다음에는 제 라켓 선택한 뒷 이야기 할텐데요.  

Prince Rebel 105 입니다. 

아주 특이한 라켓이죠.  Rebel 씨리즈가 Tour로 합쳐지면서, 역사속으로 사라진... 

혹시 나중에 수집용으로 비싸게 팔릴지 몰라서 조심해서 쓰고 있습니다. 

좋은 라켓이지만... 물론... 100% 만족은.. 아니구.. 요즘 Tour 100 16*18 이 자꾸 땡깁니다.

이넘의 장비병... 치유법 알고 계심.. 댓글을 달아 주세요.

퇴겔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