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았던 이별. 가장 아픈 손가락을 떠나 보내며.

1.     스토리 오브 마이 엉꽃

열 손가락 중 가장 아픈 손가락 엉꽃. 이러하고 저러한 이유가 아니라 그냥 정동화와 조강현이 만들어낸 앨빈이랑 톰은 아프다. 아프고 먹먹하고 슬프고 아련하고 그냥 긍정적으로 생각할래야 그들이 구현한 앨빈과 톰은 뒤끝도 심하고 쓰라리다. 극을 이끄는 그들도 따라가는 나도 감정 소모가 큰 엉꽃의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가 오늘에서야 끝났다. 그들의 톰과 앨빈을 보내면서 조금이나마 시원하게 보내버리고(?) 싶어서 담아둔 것들을, 내 기억을 더듬어 썰어내 볼까 시프다. 엉엉.

2.     날것 같은 앨빈, 정동화

어휘력이 딸려서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첫공부터 함께 하지 못하고 조금 늦게 엉꽃으로 솜을 시작한 나에게 비친 앨빈은 날 것 같다. 표현하는 것이 너무나도 날 것 같아서 좋고 신나고 서운하고 아픈 자신의 감정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어른같이 톰을 보듬기도 하지만, 실상은 어른도 어린애도 아닌 그냥 날 것. 그래서 아프다. 전에 싸지른 후기에서도 그랬지만 정말 정동화(이하 꽃)가 표현해내는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아프고 비극성이 가장 부각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톰의 영감의 원천인 이 앨빈은 사실 뮤즈가 되기엔 일반적인 인간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너무나도 사실적이고 적나라한 감정의 표현은 관객이 받아드리기엔 솔직히 버거울 수도 있을 것 같다. 힐링 뮤지컬이라고 광고 때렸는데, 가서 보니깐 힐링이 아니기에 담아내기 벅찬거지. 확실히 취향을 많이 타게 된 이유로써는 꽃이 표현한 앨빈이 큰 역할 한 듯. 근데 여기 담아내기도 벅찬 주제에 취향은 또 직격으로 맞아서능 그게 그 앨빈이 좋아서 보게 된 더쿠가 바로 나다!!!! 잡소린 그만 하고,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날 것 그대로의 앨빈을 보여준 꽃에게 감사를. 

3.     유리처럼 바스러질 것 같은 톰, 조강현

유리멘탈 조강현(이하 엉).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톰이였노라. 그러니깐 어떤 느낌이냐면, 조금 모난 성격에다가 히스테릭한데 자신의 나약함을 숨기기 위해 쎈척도 좀 하고 허세도 좀 부리지만 결국엔 날 것 같은 앨빈에게 많이 기대는 톰. 어렸을 때는 앨빈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오픈했더라면, 크면서는 하나씩 감추게 되고 기대지 않는 척, 의지하지 않는 척, 앨빈보다 조금 위에서 있는 것마냥 행동하지만 결국 톰은 나약하기에 자신의 친구 앨빈의 송덕문을 쓰는 과정에서 틈을 찾게 되는 거고 컨프롱을 거듭하다 멘붕, 결국에는 다시 어렸을 때 처럼 앨빈에게 의지하고 반성을 하면서 어른의 톰이 되는 과정을 참 “유리”처럼 표현했다고 느꼈다. 물론 강판유리 뭐 이런거 아니고 맥주병보다 더 훠얼씬 약한 그런 유리.

4.     나의 앨빈과 톰. 이제 안녕.

날 것과 같은 앨빈과 금방이라도 바스러질 것 같은 톰과의 만남은 이제 완전 끝이 났다. 개운하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온갖 미묘한 감정이 교차한다. 개인적으로 4월 들어 매번 레전드 갱신하는 것도 그렇고 어지간하면 안좋았던 공연이 없었기에 오늘의 막공은 정말 오만가지의 생각이 들게 했다. 14일 엉꽃의 밤공연에서 그들이 표현하고자 했던 앨빈이랑 톰을 만나고 왔다면, 20일 세미막공에선 진짜 이별을 앞두고 보는 사람 마음 찢어지게 이별 연습을 하는 꽃앨과 엉톰을 만났다. 그리고 28일, 오지 않을 것만 같던 그들의 마지막 공연에선 사실 생각지도 못하게 배우 정동화랑 조강현을 보았다. 극 집중에 방해될 정도는 아니었고, 초반의 엉꽃을 보지 못한 나에겐 오히려 신선했던 공연이었다. 앨빈을 너무나도 사랑해서 앨빈의 모습을 하고 있는 정동화랑, 강해지고 싶은 톰의 모습을 하고 있는 조강현을 보고 왔다고 해야 할까. 물론 그들은 정말 마지막 공연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 하였을테고, 정성껏 연기하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로 애처로웠다. 내가 이 공연에 마지막이라는 의미를 부여해서 그런걸지도 모르지만, 시작할 때부터 젖은 눈으로 등장한 톰, 중간중간 이 꽉 깨물고 스매슁하고 웃음을 참지 못하는 모습 등 현실입갤하는 요소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솔직하게 말하자면 난 오늘 이 마지막 공연마저 좋았다. 어쩔 수 없는 엉꽃수니잡초라서 그런걸 수도 있지만, 오늘이 첫공이었던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커튼콜에서 펑펑 울어 제끼던 모습의 꽃을 보니 왠지 후련하고 시원하기도 하고. 내 마음속에 있던 응어리 하나가 풀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다시는 못 볼 것 같아서 울고불고 어떻게 보내냐며 난리칠 줄 알았는데, 정작 배우가 이렇게 풀어지는 모습을 보니깐 눈물이 쏙 들어가더라(라고 썼지만 오열한건 안자랑ㅋ). 아무튼 이렇게 엉꽃은 갔다. 관객으로써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오직 박수와 환호 속에서 그들을 보내는 것이었는데,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 주었고 마지막까지 수고한 배우들에게 너무나도 감사한다.

근데 보고싶을꺼야 엉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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