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으로 보기 전에 영화로 본 적이 있어서 나름 덤덤하게 볼 줄 알았는데 공연 끝나고 일어서지도 못하고 펑펑 울었어.
공연장 밖으로 겨우 나가서 지하철 탈 때도 사연녀 될 뻔ㅠㅠ
영화로 봤을 때는 전쟁에 대해서 많이 생각을 했는데 연극으로 봤을 때는 나왈의 사랑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어.
잿더미 위에서도 피어난 사랑, 증오를 덮어버린 사랑...나왈의 인생은 찟겨지고 고통 속에 빠지기도 했지만 그녀의 사랑은 강인했어.
그런 나왈을 표현한 배해선 배우나 이연규 배우는 말이 필요없다...특히 이연규 배우는 보면서 많이 울었어.
영화는 영화대로 좋고 연극은 연극대로 좋지만 굳이 서로 비교하자면 영화 같은 경우는 장면 하나하나가 강렬해. 버스 장면이라던가
잔느가 마지막 장면에서 놀라는 모습 같은 게 말이야. 반면에 연극은 강렬한 장면은 없지만 대사 하나하나가 가슴에 남아.
10대 때 나왈이 괴로워하는 모습이나 버스 사건 때 나왈이 괴로워하는 모습이나...
근데 연극이 영화보다 좋았던 것은 연극에서는 나왈의 비중도 높지만 다른 인물들의 비중도 높았다는 거야. 그러면서도 산만하지 않았고.
특히 시몽이랑 잔느가 어머니의 유언을 시행하는 모습에서 두 남매의 심리를 살필 수 있었던 게 좋았어. 어머니를 증오하는 것 같이 보이지만
외면하고 싶고 피하고 싶어하는 시몽과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하는 잔느. 그래서 진실을 알고 난 뒤의 두 남매의 모습을 영화보다
잘 알 수 있었어.
암튼...횽들 한 번이라도 꼭 봐. 난 '그을린 사랑' 후기 보고 멘붕 올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치유되는 느낌 받았어. 공연 끝나갈 무렵에 펑펑 울고
가슴 무너지는 느낌 받았지만. 글구 보게 되면 대사 하나하나 곱씹으면서 봐. 놓칠 대사 하나도 없어.

+오이디푸스랑 비슷한 느낌도 받았는데 차이가 있다면 오이디푸스는 진실을 알고 완전히 무너졌지만 두 남매는 진실 앞에서 풍격으로 침묵하게
되었지만 나중엔 다시 일어날 힘을 얻게 되었다는 것?!

+배우 이름이 잘 생각나지 않는데 나왈이랑 같이 동행하는 난민 여자 맡은 분 있잖아, 그 분 인상 깊더라. 특히 2막에서.

+작곡, 음악 감독에 정재일이라서 많이 기대했는데 배경 음악 너무 좋았어. 보통 배경 음악 같은 경우는 그냥 분위기 형성만 하거나 과한 경우에는
인물이나 그 인물이 뱉는 대사보다 더 튀는 경우가 있는데 '그을린 사랑' 같은 경우는 딱 적당했어.

+앞에 도형 나오는 수학 공식 있잖아, 난 그게 나왈이 자신이 직접 진실을 말하지 않고 유언장을 통해서 두 남매한테 진실을 알게끔 한 거랑 관련 있다고
생각이 드는데 공연 본 횽들은 얼케 생각해?

+이건 좀 개인적인 부분이지만...공연 끝나고 계속 펑펑 울 때 휴지 주신 분 감사합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