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만차 보고 왔는데 보기 전에는 홍 기대하면서도 조금 걱정되었는데 역시 홍이더라.
자기 신념이 굳은 세르반테스를 할 때도 인상 깊었는데 돈키호테로 분장할 땐 저 사람이 홍인가 의심갈 정도로 잘했어.
특히 목소리ㅋㅋ전에 씨 왓에서 강도 역할 했을 때 목소리에서 비열함이 우러나와서 놀랐는데 돈키호테 할 때도 역시ㅋㅋ
암튼 홍은 세르반테스 때는 자기 신념이 강하면서도 가끔 투사처럼 보였는데 돈키호테 때는 꿈 속에서 행복한 노인? 같았어.
꿈 속에 빠진 게 너무 행복해서 주위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꿈만 보이는 노인.
아, 조돈자도 말하면 조돈자 같은 경우는 처음 노래할 때는 음 놓치는 거 같았고 노래는 조금 아쉬웠지만 연기는 대신에 좋았어.
노래는 좀 아쉬워도 연기가 좋으면 상관하지 않겠다는 횽들은 조돈자 봐도 괜찮을 듯. 난 조돈자 연기가 좀 인상 깊었거든.
꿈꾸고 싶어하지만 현실이 워낙 시궁창이고 자신의 상황도 너무 비참한 나머지 세상도 포기한 알돈자가 돈키호테를 보면서
자기는 관심 없다고 생각하지만 점점 그처럼 꿈꾸고 싶어하는 걸 알게 되는 모습이 좋았어. 글구 2막 때도 인상 깊었던 게 알돈자가 ㄱㄱ당하고
돈키호테를 향해 노래 부를 때 분노가 아니라 괴로워하는 모습이 보였거든. 자기도 이제서야 꿈이라는 걸 가지게 되었고 자기 존재를 긍정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깨지게 되고 자기가 맛보기 싫었던 현실의 쓴 맛을 다시 맛보게 되니까. 다른 알돈자 보다도 더 괴로워해서 안타까웠어.
그리고 다른 알돈자 보다도 죽어가는 키하나한테 절박하게 매달리는 모습도 인상 깊었고. 바닥까지 떨어지고 괴로워하고 포기도 하지만
누구보다도 절박하게 꿈을 찾는 알돈자가 돈키호테 보다 기억에 남더라...ㅠㅠ
용용이 같은 경우는 귀엽더라ㅋㅋ홍도 귀여웠지만ㅋㅋ왜 이제서야 산초를 했는지 모르겠어.
영주 배우는...음...좀 싸웠어. 여관 주인이 아니라 영주 배우가 보이더라? 솔직히 많이 웃기셨어. 근데 너무 튀더라. 난 여관 주인이
어리숙하면서도 정 많은 모습이 좋았는데 영주 배우는 글쎄? 여태까지 지켜본 여관 주인을 맡았던 배우들이랑 너무 달라서 적응이 안 돼.
참, 이번 라만차 때는 닥터 까라스코를 맡은 죄수가 눈에 띄였어. 전에는 시니컬하고 부정적인 사람으로만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이상하게 납득이 가고...
전에는 그런 거 느끼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닥터 까라스코를 맡았던 죄수가 일부러 위악적으로 행동하는 거 같았어. 정말 이상주의자들을
증오하고. 그리고 그게 이상을 추구하다가 제대로 꺾여서 그런 거 같았어. 그냥 악역으로만 기억될 수 있었는데 인배 배우가 입체적으로
살리더라? 인배 배우 까라스코 보면서 스트라이더 맡았을 때 모습 다시 한 번 보고 싶더라ㅠ
후기 마무리 하자면...라만차는 진리라는 거! 작품성이나 배우들이나 모든 면에서. 솔직히 난 엘지에서 공연했던 게 가장 좋았지만
(특히 정동키+혜경 알돈자+훈진 산초) 이번 라만차도 좋다. 전부터 라만차 달렸지만 매 번 느끼는 게 달라. 전에는 내 꿈에 확신을 줬지만
이번엔 꿈꾸는 거 자체가 행복한 거라고, 그 꿈이 어떻든 그 길을 향해 달리는 것만으로도 빛을 놓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어. 그리고 아무리
힘들어도 꿈꾸기를 포기하지 말라는 것도. 길을 가다가 시련도 있고 어려운 일도 있지만 거기서 주저 앉으면 빛과 멀어지니까.
나도 모르게 내가 지닌 꿈도 잃고 헤매니까 그런 점이 더 와닿았어.
쓰다 보니까 좀 산만해졌는데 후기 잘 봐줬음 좋겠고 아직 안 본 횽들은 꼭 봐, 두번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