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두도시 류드니 첫공 보고 왔음. 사실 나도 자체첫공은 원래 류드니 첫공이었고 이미 여러 장 잡아놓은 터라 공연퀄리티로는 별로임이 분명할-_- 프리뷰까지 잡는 호갱은 되지 않으리라, 고 결심했는데 습관적으로 산책하다가 사이드지만 앞자리 잡고 한 장 더 한다고 호갱도에 차이나는 거 아니니 걍 가자, 고 다녀왔는데 결과적으로 촉대로 다녀온 나님 매우 칭찬-

낮공으로 형용을 봤는데 너무 좋아서 완전 만족하면서, 이런 기분인데 밤공은 과연 어떠려나 조마조마;; 근데 사실 어제 올라오는 별로 희망적이지 않은 후기를 보면서도 이게 류드니가 되면 좀 다를 거 같단 촉, 은 오더라. 게다가 오늘 조합은 설사 다른 거 다 별로여도 노래들은 다들 쩔어주시니 최소한 햄릿 첫공정도는 될거고, 잘 나오면 류몬테겠다 싶었는데 결과는 류몬테, 그것도 로딩후 류몬테에 가까워서 난 간만에 본진님한테 어어엄청 만족하고 간증하고 경배하면서 돌아옴.

일단 안 좋은 얘기부터 하자면, 극 스토리라인은.... 이게 150년도 더 된 작품이니 요즘 기준으로 봐서는 너무 순애보적이고 촌스러운 건 어쩔 수 없을 듯. 게다가 혁명이 중요 코드기는 한데, 그 혁명에 대한 묘사도 뭐랄까, 너무 일차원적이긴 하고. 영국인이 프랑스 혁명이란 저런 것이다, 하고 미리 정해놓고 적당히 짜맞춘 거 같고- 그리고 난 동석이 매우 애정하지만, 동다네이 자체로만 보면 오늘 연기는 좀 쉴드가 안 되긴 함-_-;;

근데 이 모든 걸 커버하는 게 전체적인 배우 버프; 그 중에서도 류드니 버프라는게 문제-_-;;;

일단 1막 시작하고는 아 저 가발 어쩔...하고 한숨 한 번 쉬고 시작. 최루시 가발은 보다보니 적당히 적응했는데(사실 시영이는 금발가발이 이뻐서-_-;; 시영이를 저 가발을 씌우려면 엄마 머리도 저래야겠군 하고 자체납득), 동다네이는...그렇게 죽어도 가발을 씌울 거면 그 구렛나룻만이라도 좀 얼케 잘라주면 안 되겠니; 근데 그래도 둘이 수줍수줍 연애하는 건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더라. 일단 최루시 캐릭터가 얌전하기만 한 요조숙녀가 아니라 발랄하고 솔직한 타입이라, 그러면서도 어장관리하는 타입은 결코 아니라서 오히려 동최 케미는 예상보다는; 좋았고 나이차도 크게 느껴지지 않고.

글구 류드니가 등장하셨는데, 어라, 머리가 달라서 오 하고 감탄. 첨엔 너무 곱슬거려서 좀 스타일 다른 가발인가 했는데, 본인 머리더라. 그 곱슬에 모자 눌러쓴 건 넘 안어울려서 그 모자 좀 뺏고 싶었는데 본인도 아는지 거의 안 써서 다행; 글구 2막에는 나름 시간의 흐름 혹은 새사람 되었다는 표시인지 싹 펴서 올백해서 나왔는데 그 스타일 완전 어울려서 미남돋음 ㅠ.ㅠ

사실 1막은 워낙 긴 스토리를 무대에서 풀어가려다보니 집중력은 좀 떨어지긴 하지만 일단 류드니가 깨알같은 개그를 계속 제대로 소화해서 별 지루할 틈은 없고, 주정뱅이류 첫사랑하는 류 아빠류- 등의 이제까지 본 적 없던 모습들이 등장해서 새롭고. 이게 류드니 쪽이 워낙 포스가 세니까 동다네이 연기가 모자라는 것도 정바사드 개그가 넘치는 것도 별로 두드러지지 않고 묻혀 넘어가는데, 새삼 대극장 주연 아니면 안 하고 살아온 그 세월이 헛된 건 아니구나 하고 감탄.

그리고 류최케미는 동최 케미에 비하면 확 좋음에도 불구하고 왜 루시가 칼튼이 아니라 다네이를 택하는지는 알겠다는게 최루시의 훌륭한 점인지도. 근데 사실 류드니랑 제일 케미가 좋은 건 동다네이도 최루시도 아니고 시영이라는게 제일 놀라운 점;;; 류드니가 아빠 연기가 저렇게 어울릴 줄 몰랐는데 어찌나 어울리던지. 글구 시영루시는 비쥬얼이고 연기고 노래고 다 너무 똑부러지고 나무랄 데가 없어서 우영이가 아니라 탕이 누나 같...

처음 대사 칠 때부터 아 목이 돌아오긴 했구나, 싶었는데 류드니 노래가 또 올 클리어에다 본인한테 너무 어울리는 음역대라, 엘리로 상처받은 팬심 매우 치유;;; 난 두도시콘도 갔었는데 그날 들은 노래랑 오늘 들은 노래가 같은 노래긴 한 건가 싶더라. 아이 캔트 리컬은 물론이고 동다네이와의 듀엣도 예상대로 매우 훌륭. 동석이의 문제는 예상대로 노래가 아니고 연기이긴 한데, 난 노래가 좋아지기보다는 연기가 좋아지는게 쉽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앞으로도 계속 류동으로 볼 듯.

혁명 포스가 확 나기 시작하는 건 1막 마지막 부분인데, 앙상블은 앞에서도 훌륭했지만 이 부분에서는 정말 훌륭. 두도시콘부터도 앙상블은 믿고 가도 되겠다 싶었는데 정말 예상대로라 매우 감사. 떼창포스도 좋고, 조로 댄스캡틴 두 배우가 넘어간 만큼 안무소화도 아주 좋아서 조만간 두도시도 앙상블부터 기립해줄 수 있기를- 그리고 영숙 드파르지는 역시 앙상블 수장같은 역할도 맡고 있는데 예상그대로 노래도 포스도 참 좋더라.

그래서 1막 끝나고는 오 햄릿첫공보단 낫다- 잡아놓은 표는 안 놔도 되겠네, 정도였는데...연기랑 감정은 2막에 폭발이긴 하더라. 나 형용 보면서 휴지들고 실컷 울다가 내가 두도시에서 뭐에 울겠어, 하고 휴지 가방깊이 넣었다가 2막에 죽는 줄 알았...-_-;; 일단 최루시 위다웃 어 워드가 생각보다 너무 슬퍼서 거기서 눈물나기 시작해서 역시 최블리가 엄마 역할이 강하긴 하구나, 했는데 류드니가 동다네이 만나러 가는 감옥씬에서는 노래도 안 부르는데 눈물이 뚝뚝 떨어져서, 이게 뭐지 싶었음. 첨 스토리 듣고, 아동용이지만 책 스킵하면서 읽을 때는 시드니가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가 이해가 안 갔는데, 무대에서 류드니를 보니까 왜 저렇게 하는지, 어떤 마음으로 그러는지 알겠더라고. 사실 난 류님 공연보면서 울어본 건 스옵마 이후 처음이라 스스로도 놀랍더라는-_-;;

연출도 이런저런 소리 듣고 가서 걱정했는데, 난 생각보다는 괜찮았음. 면사포의 변신, 은 미리 듣고 가서 더 나았는지도 모르지만, 애기 루시랑 가스파드가 교차되는 부분도 괜찮았고, I can't recall 부분이나 사형대 부분도 빤하지만 발릴 수 밖에 없는 연출이라, 그리고 묘하게 또 류드니랑 기막히게 어울려서 만족. 재봉사 아가씨랑의 씬도 두도시콘 보면서는 무엇인가 저 뜬금없는 케미는-_- 싶었는데 오늘은 딱 적절했던 것 같고. 류드니 역시 커튼콜에서 무척 만족스러워 보여서, 배우와 팬이 함께 진심 만족하는 커튼콜이 얼마만인가 싶더라-_-;;; 간증은 간증이고 엘리 때 그랬던 건 그랬던 거고. 근데 혹여라도 오해 불러일으킬까봐 말하지만, 나 삼톧 다 찍었는데 류톧이 나한테 불만족스러웠던 건 류님 다른 역할과 비교해서였지 결코 다른 톧보다 부족해서,는 아니었음. 음이탈이 있었건 어땠건 난 내가 생각하는 죽음스러운 오라를 보여준 건 류톧이 유일했다고 생각하니까.  

전반적으로 극 자체는 만족스러웠는데, 비오엠이 마케팅을 차암 못하긴 하는 듯; 아니 커튼콜이라도 찍게 해준 건 잘한 일인데, 찍게 하려면 누구라도 노래를 좀 불러;;; 글구 어차피 다네이랑 루시랑 따로 나올 거면 리틀 루시는 엄마랑 같이 나오게 하든지. 비오엠은 분장 및 가발을 이앰개 전속을 데려올 게 아니라 연봉 더 주고라고 이앰개 마케팅직원을 뽑아와야 했다고 생각. 아님 어차피 특허 낸 거 아니니 이앰개 몬테 초연 마케팅을 달달 베끼든지. 어차피 이런 식으로 류드니 빵 터뜨려서 앞세울 거면 덕장사에 덕이 영업하는 머글장사 되어야 하는데, 당장 형용도 위키드도 해주는 쿠폰이라도 좀 만들던지-_-;; 내 돈 내면서도 이런 걱정까지 다 해주니 내가 호갱이다만-_-, 어차피 공연이라는 건 내가 좋자고 보는 사치품. 그 사치품이 사치품답게, 잠시나마 현실을 잊고 행복한 꿈을 꾸게 해 줄때 의미가 있는 거겠지.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류드니는 그 본분에 참으로 충실했다고 생각- 그리고, 올 가을은 이 행복한 꿈과 함께 지낼 수 있을 거 같아서 참 다행스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