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생각나네
예전에 엄마랑 둘이 소극장 뮤지컬을 보러 갔었어. 엄마가 참...재미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신 것 같았거든.
맨 앞줄을 예매했는데 가서 보니 약간 좌측이길래 엄마를 그나마 중간쪽에 앉게 해드렸어.

공연은 시작되고
엄마가 그렇게 즐거워하시는 모습, 정말 오랜만이었다.
수시로 힐끔힐끔 엄마 반응 보느라 거의 극은 뒷전이었지만 나도 재밌게 보고 있었어.

그러다 배우들이 우리가 앉은 좌석 반대, 그러니까 우측에서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근데 엄마 오른쪽에 앉은 여자분이 수구리..고 턱을 괴고 깔깔거리며 신나게 관극하더라.
나는 배우들이 잘보였는데 엄마시야에는 그 여자가 딱 가려서 안보이는거야...

내가 엄마한테 살짝 얘기하라는 시늉하니까,
엄마는 괜찮다고 하시면서 괜히 나 방해될까봐 오히려 의자에 등 바싹 붙이고 무대 바닥만 보시는거야.....

순간 울컥했어...
나 왠만하면 관크무시하는 쭈구리인데 처음으로, 진짜 조심스럽게 그 여자분한테 '저기.. 뒤로 좀..'이라고 하니까 여자분이 놀라시면서 뒤로 가주시더라.감사했다ㅜㅜ
그제야 엄마 편하게 보시더라ㅜㅜ

딸내미 간만에(거의 처음인가?) 효도 한 번 해보려고 모시고 갔는데, 엄마가 소녀처럼 좋아하셔서 무척 행복했어.....
맨날 회전문 도는 덕들아!!!
니들도 한번쯤은 부모님 모시고 공연보고 그래..
뭔가 찡한게 올라온다.

뻘주절글 읽어준 횽들 고맙~  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