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관심 없어뵈는 42번가 후기
일단 내가 본 캐스팅은 남경주-박해미-정단영-이충주


극 자체 스토리는 탭댄스 잘 추는 페기소여가  어찌저찌하여 뮤지컬 주인공을 맡아 스타가 된다
이게 끝인줄 알았으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캐릭터들이 참 재밌드라고.
전작품을 실패해서 명성에 흠이 갔지만, 재기를 노리는 줄리안마쉬
전성기는 10년전이지만, 자기에게 추파 던지는 남자덕에 주인공 맡고 있고 있는 도로시 브록.
브로드웨이 최고 테너 빌리.
오디션 하나 보는 것도 떨려서 오디션에 지각한 페기.

그 각각의 캐릭터들이 비록 1930년대 영화를 뮤지컬화한거라 할지라도 현재 무대 뒷면에서도 있을지 모를 어느 배우들이 생각나드라.
우리는 쉽게 "저사람 한물갔잖아"라고 말하지만, 그 평을 듣는 배우 혹은 연출가는 재기를 꿈꿀꺼고
또 누군가는 스타가 되겠다는 희망으로 무대에 오를테니까.


그런데 왜 이 스토리가 크나큰 감동을 주지 못하는지 생각해봤는데 현재 뮤지컬계에서는 -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실력 하나로  주인공을 하는 일도 어려울 뿐더러 그렇게 주인공을 했다 해서 극처럼 많은 환호와 갈채를 받으면서
대 스타가 되는 일이 극히 드물다 보니 페기가 느꼈을, 그 환호나 벅찬 감동이나 그런 것들이 오롯이 느껴지지 않는 거 같아.

또 여주인공이 다쳐서 공연을 못 하게 되면 앙상블에서 주인공을 시키기보다
이미 스타인 다른 뮤지컬 배우를 데려다 쓰는 일이 더 많지 않을까?
브로드웨이42번가의 극에서는 탭댄스가 되어야 하는 역할이니까 코러스걸에서 주인공을 시켰다고 하겠지만,
현실에서는 그러기보다 이전에 그 공연을 했던 다른 배우를 긴급 투입시켰을 거 같더라고. 


또 극 중의 극 <프리티 레이디> (줄리안 마쉬가 성공시키려고 하는 페기가 주인공인 극)가 그다지 멋지지 않은 것 같아 ㅠ.ㅠ
탭댄스 연습하는 장면은 오히려 멋진데 프리티 레이디의 장면들은 다 띄엄띄엄 있어서 어떤 스토리인지 하나로 보이지도 않고
탭이 그다지 멋지지 않아 보여. (물론 배우들은 엄청, 피나게, 죽을 듯이 연습했겠지만. 그래서 더 슬프다 ㅠ.ㅠ)
프리티 레이디 극의 내용을 좀 더 현대적으로 하거나, 하나의 스토리가 이어지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씬마다 끊어가는데 그 씬들이 다 좀 제각각이라 왜 저정도에 페기가 스타가 됐지 싶음.


그래도 볼거리는 많은 공연인데다 배우들이 정말 정말 열심히 해서 참 좋드라.

경주줄리안은 일단 목소리 톤 자체가 "나 예민하다. 건들지 마라. 내 말 잘 들어라" 말투인데 전체적으로 배우들 톤이 옛날스러운듯.
몇번 대사 버벅대긴 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았어. 좋았다는 건 아닌데 그건 캐릭터 자체가 그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캐릭터는 아닌듯.
해미도로시는 참 많이 내 스타일 아님. 스위니토드때도 그렇고 특유의 오버하는 말투를 싫어하는데 하도 오버를 해서
진짜 저 여자가 (숨겨둔) 애인을 사랑하는가 싶음.
단영페기는 진짜 그 자체가 페기임. 순수하고 사랑스럽고 페기가 실제 있었다면 저 모습이었을 것 같음.
충주빌리는 약간 자뻑남에 작업남같은 느낌 이었음. 페기를 보고 한눈에 반해 다가갔다기 보다 이뻐서 작업거는 느낌.
(원래 빌리 캐릭터가 그런가......)



암튼 이래저래 아쉬운 것도 많지만 배우들의 탭댄스 보는 것만으로도 매우 즐거웠음.
얼마나 고생했을지, 그 수고가 확확 느껴지면서 은근슬쩍 탭댄스 학원 강좌를 검색하는 나를 발견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