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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야구, 배구, 축구 시청한 소감

ㅇㅇ(118.44) 2021.08.01 17:53:33
조회 275 추천 0 댓글 5

가벼운 마음으로 올림픽을 보는 사람입니다.
어제 세 구기 경기를 본 소감입니다.

<야구>
세 구기 경기 중 야구가 제일 먼저 시작했다. 상대는 미국.

미국팀 선발 투수의 투구동작이 매우 빠르고 간결했다. 구속도 시속 149, 150가 거뜬히 나와서 참 인상적이었다. 한국 선수들은 그 빠른 공을 쳐서 1회부터 1점을 만들어냈다. 1회부터 점수를 내주는 걸보니 미국 투수가 꽤 고전하겠구나, 생각했다. 반면에 한국은 1회를 기분좋게 잘 막았다.

올림픽 야구는 무게감이 다소 떨어지는 느낌이 있다. 선수의 구성도 베스트 멤버는 아니다. 한국의 현역 최고 선수를 꼽으라면 류현진, 김광현 선수가 포함되어야겠지만 빠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게다가 야구 선수들은 매년 야구리그에서 볼 수 있어서 '4년 동안 노력해왔다'는 상투적인 표현도 감흥이 없다. (물론, 다른 종목들도 매년 대회도 있고 각종목의 월드컵도 있겠지만)

3~4년 전부터 한국 야구리그에 흥미가 떨어진 이후로 눈길이 가지 않았다. 그래도 올림픽이니까 열심히 시청하려고 했지만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배구가 시작할 때 쯤 배구로 채널을 돌렸다.

나중에 알았는데 결과는 2-4로 패배했고, 여론은 싸늘했다. 야구선수단 전체가 조롱받고 있었지만, 특정 선수의 이름이 상당히 자주 거론되면 씹고 있었다. 최근 안 좋은 사건에 연루된 야구선수 이야기가 언론보도로 연이어 터졌기 때문에 위로나 독려가 아닌 이런 비난이 나오는 것 같다.

이번 패배로 우승까지의 길이 험난해졌다. 두 번 이상지면 금메달은 못 딴다. 
한국에서 야구라는 종목 자체가 위기를 맞고 있는 것 같다.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

<배구>
축구를 보고 싶었지만, 배구가 먼저 시작하기도 했고 아내가 김연경 선수를 좋아해서 봤다.

국가대표급 배구선수들의 학교폭력 폭로로 인해 배구계에 곤혹스러운 해였다. 해당 선수들은 실력도 출중해서 올림픽팀에 전력 누수가 발생한 셈이다. 해당 선수들을 제명시키는 등 팀이나 협회에서도 문제가 더 붉어지기 전에 적절하게 대응한 것 같고, 개인의 일로 판단했는지 야구팀처럼 여론이 나쁘지는 않다.
일본 선수들의 수비가 상당히 끈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걸 받아?' 라는 놀라운 리시브가 많았다.

한국팀은 김연경 선수에게 상당히 의존했다.(경기 안에서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면까지) 케냐 전에는 김희진 선수가 굉장한 득점력을 보여줬는데, 일본전에서는 김희진 선수를 비롯한 다른 선수들이 좀처럼 잘 터지지 않았다. 그래서 김연경 선수의 역할이 더욱 부각되었다. '김연경 선수가 교체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계속 뛰고 있었다.

4세트 때는 한국 선수들이 너무 지쳐보였고 무기력하게 끌려가며 패배했다. 다들 몸이 상당히 무거워보였다. 리시브가 정확하게 되지 않았고, 제대로 공격할 수 있는 적당한 위치에 공을 세팅하지 못했다. 차라리 4세트 때 김연경 선수를 쉬게 해주고 5세트를 노리는 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4세트의 패배가 5세트까지 이어질까봐 우려했지만, 5세트는 막상막하의 경기를 펼쳤다. 한국팀은 경기를 끝낼 수 있는 매치포인트를 앞둔 일본팀을 끝까지 따라갔다. 그리고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영화 속에서 쓰는 연출처럼 극적인 장면이었다.

감독 이야기를 잠깐하고 싶다. 일본팀 감독은 테니스의 왕자에 나오는 여자 감독을 닮았다. 한국팀 감독은 외국인이다. 타임아웃을 하면 억양이 특이한 영어로 열정적으로 지시하고, 옆에서 통역사가 열심히 통역하는 게 재밌었다. 찾아보니 감독은 이탈리아 사람이었다.

<축구>
축구를 집중해서 보려고 했는데 배구가 너무 재밌었다. 배구를 보면서 휴대폰으로 함께 틀어놓고 봤다.
온두라스 전에서 보여준 놀라운 득점력때문에 멕시코전은 어떨지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득점도 많고, 실점도 많아서 재미는 있었지만 좋은 경기는 아니였다. 허무하게 실점하는 장면들이 연이어졌다. 초반에 이동경 선수의 놀라운 활약으로 두 골을 따라갔지만 한국팀은 계속해서 실점을 했다. 결과는 6-3. 단판 토너먼트였고, 대회에서 탈락했다.

3년 전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팀이 아시안 게임에서 우승했던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있다. 이승우, 손흥민같은 스타플레이어도 참여해서 보는 맛도 있는 대회였다. 당시에도 좋지 않은 여론에 굴하지 않고 황의조 선수를 기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황의조 선수는 좋은 활약을 했고, 국내 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이번 올림픽에서도 그런 일을 일어날 것을 기대했다. 감독이 소신껏 선수를 선발하고, 그 선수가 좋은 활약을 펼쳐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다. 김학범 감독은 손흥민 선수를 와일드카드로 뽑지 않았다. 정말 최선의 선수 구성이라고 생각한건지, '나는 선수빨이 아니라 진짜 명장이야'를 보여주고 싶었는지, 올림픽의 무게를 잘못 이해한 건지, 손흥민 선수와 갈등이 있는 건지 모르겠다. 그러나 결과가 좋지 않으면 어떤 비난이 쏟아질지는 정해진 것이었다. 비난의 화살은 와일드카드를 잘못 썻다는 이유로 김학범 감독에게 가장 많이 꽂혔다.

축구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종목이라 더 아쉬웠다. 그래도 열심히 뛴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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