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하고 재미없는 글이니 정말 할짓없거나(디씨한다면 어차피 할짓없겠지만) 불면증 있으신분만 보길

최근 굿스마일이나 알터 등 내로라하는 피규어 기업에서 재판이 이례적으로 많아지고 있다. 

프리미엄이 붙은 제품은 거의 대부분 재판을 하는 기류이고 심지어는 한정판이나 특전판 조차도 재판을 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제조사의 재판이 소비자와 도매상과 나아가 제조사에게 장기적으로 이득일까?

피규어 시장은 주로 예약판매를 통한 직구의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피규어의 수작업의 특성상 한 번 발매가 되면 이후에는 재발매를 하는 것이 원칙적으로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유통구조가 피규어의 가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해도 웬만한 피규어는 예약을 하지 않고선 예약가로 구하기 힘든 실정이었다. 

따로 플미가 붙지 않더라도 한 번 발매되면, 

재판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내가 원하면 다른 사람도 통상 원하기 때문에 공급은 한정되어 있고 수요가 많아 제값을 주고 사기 힘들었다. 

그것이 피규어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원동력이라 생각한다.

그렇다. 일단 발매를 하면,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국내샵은 일종의 횡포(?)를 부리곤 한다. 

가령 원가의 2배를 뻥튀기 한다던지 토갤의 사례에서 처럼 일종의 ‘제시’를 요구하는 행태도 보인다. 

물론 중간 도매상의 입장에서는 재고부담비나 여러 변명의 여지는 있겠지만,

 소비자는 억울한 노릇이며, 울며 겨자먹기로 구입을 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이런 사례는 직구나 국내 중고거래가 활성화되면서 그렇게 크게 문제시 되고 있진 않다. 

어차피 안사면 그만이고 수요자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공급자는 문을 닫는게 시장원리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피규어가 플미가 붙든 덤핑을 당하든 뭔 상관이냐고 되묻는다. 

물론 맞는 말이다. 

원하는 피규어가 있으면, 예약을 하면 되고 이후에 가격이 어떻게 되든 이미 지불한 물건에 대해서는 차후에 가격을 확인 안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내가 이미 소비한 물건에 대해서 시세를 확인하는 것 처럼 바보같은 짓은 없다

여튼, 그럼 피규어에 플미냐 덤핑이냐 그게 중요한가? 

묻는다면, 결론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왜냐하면 첫째, 피규어는 자기만족이 주가 되는 취미활동이지만, 

남의 시선 또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플미든 덤핑이든 신경을 안쓰는 사람은 피규어 수집의 아마 자기만족이 주된 이유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따라서 남이 그걸 오와콘이던지 덤핑이던지 폄하해도 신경을 안쓰는 부분이다. 

하지만, 플미 곧 내가 산 제품의 가치가 남들에 의해서 상승된다면? 

누구든 좋아할 것이다. 

자기만족이 주든 아니든 남이 그것을 좋다고 다들 구하고 싶어하면 결국 그것은 자기만족으로 이어진다. 

예전 토갤 사례를 보면, ‘버택스 시리아’라는 덤핑 피규어를 ‘전시협’까지 만들어가며 그렇게 빨아댔고 많은 토갤러들이 싼가격에 띵작을 샀다고 좋아했지만, 

금방 인기가 식고 다들 똥꼬쇼를 했다. 

이처럼 덤핑이나 플미냐는 단순히 가격을 넘어서 남들의 인정을 원하는 오타쿠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다.

둘째, 피규어는 감가상각비가 타 취미에 비해 아주 적은 취미다. 

골프나 낚시나 스노우보드 등의 취미는 장비를 되팔기 힘들 뿐더라 장비 말고도 부수적인 비용이 많이 든다. 

피규어도 장식장 등 부수적인 비용이 든다 해도 주된 목적인 피규어 자체는 일종의 현물자산이라고 해도 맞다. 

언제든 팔아버릴 수 있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원가정도는 보장 받을 수 있다. 

이것으로 제태크를 한다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일이지만, 

나중(탈덕)이 되었을 때, 일정 재화를 보상 받을 수 있다면, 썩 괜찮은 취미생활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똥꼬쇼를 하더라도 자기만족이 끝난(질려버린) 피규어는 결국 짐덩이일 뿐이니 그렇게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다.

이제 본론으로 들이가서 최근 제조사의 재판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단기적으로만 보면, 모두에게 이익인 구조다. 

제조사는 이미 만들어진 금형에 이미 따낸 라이센스에 공장만 따로 준비기간을 갖춰 예약을 받으면 개발비 없이 돈을 거둬들인다. 

도매상도 얼핏 기존 재고에 대한 가격이 다운되니 손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예약량이 받은 제품이 새로 수주가 되면 중간 이익을 챙길 수 있으니 영 손해는 아니다. 

소비자 또한, 프리미엄 붙은 제품을 원가에 살 수 있으니 후발주자나 미리 예약하지 않아서 구하지 못한 자에게는 이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제조사에게 큰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피규어장사야 말로 기대가치에 대한 장사다. 

‘지금’이 아니면 구할 수 없다는 그런 심리를 잘 자극해야 소비자의 지갑을 열 수 있다. 

요즘 나오는 스케일이 기본 10만 단위를 넘어가면서 솔직히 말해서 싼 가격은 아니다. 

그렇다고 효용성이 있는 물건도 아니다 단순히 ‘장식’이나 ‘소유욕’을 위한 물건인데 비교적 큰 가격을 지불하고 선뜻 예약하는 이유는 ‘지금’이 아니면 구하기 힘들거라는 조바심이다.

누구나 토갤 더판을 보면서 나에게 쓸모 없지만, 

싼 물건에 혹하거나 샀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다음에는 저런 가격에 저 물건을 구할 수 없다는 기대심리 때문이다.

그런데 플미가 붙었다고 재판을 해버리면, 그런 기대심리가 일단 날아가고 소비자는 감성이 아니라 이성으로 생각하게 된다. 

철저히 계산하게 되는 것이다. 

마치 앙미 결제메일을 받고 플미냐 덤핑이냐를 재다가 앙망문을 보내는 토갤러와 같이.

극단적으로 만약 피규어를 대량생산해서 일반 편의점에서도 손쉽게 살 수 있다면, 과연 그 가치를 주고 구입을 할지 의문이다.

일단 상품이 뜨면 예약을 하고 보는 사람이나 세트병자를 제외하고는 ‘정말’ 최애캐나 ‘정말’마음에 드는 것 하나만 사고 말 것이다. 실제로 그런 라이트 유저가 대부분이라 생각한다.

피규어는 그림이나 예술품 등 골동품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얼마전에도 베어브릭을 모으는게 이해가 안된다고 물어보는 사람이 꽤 되었다. 

물론 내가 모으지는 않지만, 대략 보면 다른 곳과 콜라보를 해서 한정생산을 하기 때문에 차후에는 구할 수 없고 그 가치가 올라가고 소유욕을 자극한다고 본다. 

그런데 그걸 재판을 해버리면? 

내가 수십년간 모은 우편을 갑자기 재판을 해버리면? 만족도가 하락할 것이 분명하다. 

부자들이 점 하나 그려져 있는 예술품을 수십억을 주고 사는 것 또한 비슷한 맥락이라 볼 수 있겠다.

물론 적절한 재판을 통해서 불합리하고 부당하게 웃돈에 거래되는 제품은 적절하게 제조사가 조절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있어선 안될 되팔이놈들도 존재하고 일부 횡포를 부리는 샵들도 있기 때문에 정의구현은 불가피한 것이며, 

소비자들도 그것을 통쾌하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너무 과해지고 제조사의 나태로 인해 신제품을 내놓기 보다는 심지어 원페 한정판 조차 재판매를 통해서 손쉽게 이득을 취하려 한다면, 

그 피해는 장기적으로는 제조사에게 돌아갈 것이 분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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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본 글에 대한 반박댓글에 대응하지 않습니다. 반박할 거리가 있으면 님 생각이 전적으로 맞는 것입니다. 쓸모없는 논쟁은 피료없습니다

p.s. 토갤러의 시선에 맞게 쓴 글이며, 차후에 레포트 제출 할 땐 '일반인'이 알아볼 수 있게 퇴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