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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라를 시작한 뒤로 오랫동안 내 호기심을 자극해왔던 누더기 골렘..
처음 만든 매지컬 바제랄드부터가 온갖 정크가 남는 키트였다보니 자연스럽게 내 관심을 끌었다.
토붕이들이 네이버 쇼핑 포인트를 차곡차곡 모아 넨도를 사는 것처럼, 팜미ㅣ를 여럿 만들며 쌓인 정크로 공짜 소체를 얻는 것.
상상만 해도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부터 닥터 바제와 충실한 조수 충전군의 도움을 받아 한 번 탐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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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미 디바이스로 추가 소체를 연성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랩터, 에델바이스, 그리고 구형 닌자나 궁수가 필요하다고 알려져있다.
그런데 닌궁은 내 취향이 아니라서 랩, 에만 갖춘 상황..
여기서 나는 매지컬 바제랄드의 가능성을 엿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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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시피, 매바제는 색놀이 중복 런너가 넘치기 때문에 몸통을 이루는 껍데기는 모두 정크로 갖추고 있다.
특히 가슴 파츠는 일부 장식을 제외하고 온전히 만들어진다.
부족한 것은 가슴과 복부를 이어주는 조인트와 고관절 뿐.
공교롭게도 에델바이스와 랩터는 정확히 해당 파츠들을 정크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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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델바이스에서 남는 두 C런너로부터 상체 관절과 고관절 가이드를 획득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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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터의 G런너에서 고관절과 고관절 축을 얻을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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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핵심 파츠만 있다면 우리는 공짜 메가미에 거의 다다른 것과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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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당신의 척추인 거야.」
「손나...! 돌려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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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이 핵심파츠들을 복부파츠에 담기만 한다면 이번 연구도 성공리에 마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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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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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지컬 바제랄드는 본래 프레임 암즈 걸로 출시되었던 바제랄드와 메가미 디바이스 라인업이 콜라보레이션해 나온 녀석이다.
그러다 보니 일부 프레임 암즈 걸의 부품을 유용하는 탓인지, 소체의 구조가 여타 메가미와 서로 다른 부분이 있었던 것.
매뉴얼을 보면 바제의 핵심파츠는 한 뭉치로 결합되어 복부에 들어가도록 만들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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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미와는 설계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래서는 온전한 복부 파츠를 만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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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제의 고관절 파츠게 묘하게 다르게 생겼지만 아무튼 조아쓰! 하고 넘겼던 것이 패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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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면 우리의 연구는 첫 발을 다 떼기도 전에 좌초하게 된다.
최소한 몸통만 만든다면 나머지는 어떻게든 될 거란 전제가 뒤집혀버린 위기....
닥터 바제, 뭔가 좋은 타개책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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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있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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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미ㅣ를 키우는 집이라면 이런 봉투가 반드시 있을 것이다.
여기서 뭔가 도움이 될만한 것이 있는지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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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메가미 디바이스에 대응하는 레진 복부 파츠가 한 세트 있었다!
아쉽게도 원하던 근육질 파츠가 아니라 약간 비만 체형 파츠이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의 연구가 끝까지 도달할 수 있는 길이 다시 열렸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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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한 몸이었던 것처럼 정확히 결합되는 파츠들.
연구가 난관을 뚫고 다시 순항해 나아가는 순간의 즐거움은 어떤 것에도 비할 바가 못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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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완성된 복부를 가슴과 결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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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다시 사소한 트러블이 발생했다.
두 파츠의 연결부가 지나치게 헐거워 도저히 결합시킬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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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은 단순했다.
바제랄드에 대응하는 조인트와 메가미용 조인트의 볼관절 규격이 달랐던 것.
사진에 나온대로 바제용 조인트가 정크로 있으니 간단히 대체하여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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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론은 수많은 가설 수립과 검증 과정을 반복하며 도달한 진리의 모음이다.
지금 겪는 시행착오는 위대한 결과를 위한 시금석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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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완성된 몸을 얻었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가장 높은 고비를 극복했으니 기운 내어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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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지컬 바제랄드는 온전한 팔 한 쌍까지 정크로 남는 창렬키트다.
다행히 이번에는 거꾸로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점이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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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온전한 메가미의 형태를 갖춰가는 누더기 골렘....
슬슬 이름을 지어줘야 하나 생각이 들던 중, 나는 지금까지 애써 외면하고 있었던 중요한 사실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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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남는 다리가 없다는 것.
좀 전에는 몸통만 있으면 어떻게든 될 거라더니, 시치미 떼고 앉았던 거냐!
라고 나를 힐난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때로는 불가능해보이는 일이라도 너무나 도전하고 싶어 몸부림쳐지는 날이 있는 법이다.
누구도 성공할 것이라 기대하지 않았음에도, 절박한 심정으로 중폭격기에 타고 항공모함을 날아올라,
기어코 도쿄 한복판에 충격적인 한 방을 날렸던 둘리틀 특공대의 정신처럼 말이다.
일견 막다른 길에 도착한 것처럼 보이지만, 공짜 소체를 향한 나의 일념은 우리가 아직 멈추지 않았다고 외치고 있다.
과연 내가 틀렸던 걸까?
정말 다른 방법은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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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답은 '있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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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아주 가까이에.
해법은 바로 닥터 바제의 탐스러운 허벅지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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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메가미 디바이스를 위한 맛소금 보톰즈 세트이다.
허벅지와 골반, 그리고 맨발을 쌔끈하게 만들어주는 추가 파츠로 이해하면 좋다.
닥터 바제의 밋밋했던 타이즈를 매우 꼴리는 눌린 자국 니삭스로 바꾼 것도 이 세트의 힘 덕이다.
여기에 우리가 찾는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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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교체하고 남은 바제의 허벅지를 창고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매바제의 다리는 저신장 소체를 구현하기 위해 메가미용으로 재설계되었기 때문에 이것은 우리의 프로젝트와 반드시 호환된다.
미를 위해 행했던 탐구가 전혀 다른 분야에서 돌파구를 만들다니, 이것은 현대의 다양한 융복합 학문의 탄생 과정을 보이는 사례라 할 수 있겠다.
몹시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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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사겸사 매바제의 정크 골반도 더 보기 좋은 보톰즈의 것으로 대체키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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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조립한 모습은 이렇다.
이제 정말 한 발짝만 더 나아가면 된다.
나머지 다리는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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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주세요살려주세요살려주세요살려주세요살려주세요살려주세요살려주세요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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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존재를 창조하는 신성한 자리가 고통으로 점철되어서는 안된다.
제르피컬은 이미 충분히 고통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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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보다 현실적인 이유를 들자면,
프레임 암즈 걸의 다리는 메가미 디바이스와 암수 핀이 반대라서 애초에 결합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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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지금까지 많은 걸림돌을 타파해왔지만 이제 우리는 타협을 배울 때가 됐다.
가지고 있는 정크를 모두 뒤져보아도 메가미용 다리를 만들 수는 없었다.
미리 다른 갤럼들에게 수소문해봤지만 돌아온 답변은 다리가 정크로 남는 메가미는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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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팜미ㅣ의 교체용 파츠를 동원한다면 손쉽겠지만, 그렇게 타인의 가능성을 빼앗아 태어난 아이가 행복할까?
그것은 우리 연구의 방향과 맞지 않다.
안타깝지만 이제는 정말 막다른 길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 온 이상 가능한 아름다운 결말을 맺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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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정크를 그러모아 최소한 자립은 가능하도록 단면을 마감해준다.
혹시 모를 가능성...을 위한 3미리 조인트를 남겨두는 세심함을 발휘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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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바제 특전판을 구입했다면 남아도는 머리를 마지막으로 합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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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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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지금까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나만의 팜미ㅣ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여기까지 오기 위해 들인 땀과 고뇌, 절망의 나날이 보답받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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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목표한 바를 완벽히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95퍼센트의 성공이라 할 만하다.
이번에 미처 이루지 못하고 좌절된 5퍼센트의 실패 역시 다음에 이룰 105퍼센트의 성공을 위한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우리 삶이 그렇듯이.
이렇게 닥터 바제와 나의 연구를 마치려 한다.
끝으로 갓 눈을 뜬 이 소중한 존재의 첫 목소리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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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겠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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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얘는 오펜하이머라고 부르기로 했음 끝.
글 쓰다 보니 갑자기 옛날 고갤 감성이 떠올라서 몇몇 드립을 파쿠리했음을 밝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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