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기에서 마츠에로 향합니다. 마츠에는 시마네 현의 현청 소재지로, 인구는 20만이 채 되지 않는 곳입니다만, 일본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지역 중 하나인 산인 지역에서는 주요 도시에 속하는 곳이지요. 그리고 마츠에 성을 중심으로 시의 중심부를 호리카와(성의 해자와 주변의 신지 호의 물줄기가 연결되어 강처럼 흐릅니다.)가 흐르고 있어서 \'물의 도시\'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마츠에 성에 닿았습니다. 사실 이 마츠에 성 앞 정류장에서 조금만 남쪽으로 가면 우리에게는 악연이 깊은 시마네 현 현청이 위치하고 있고, 그 바로 옆에는 이른바 \'다케시마 자료관\' 이 위치해 있습니다. \'돌아오라! 우리의 바다, 우리의 땅!\' 이라는 정말 어이없는 구호가 걸린 플래카드와 함께 있는데, 무료이기 때문에 한번쯤 들어가서 이넘들이 뭔 개솔휘를 지껄여 놓았나 확인해 볼까 하다가 괜히 혈압 오를 것 같아서 그만뒀습니다. 어차피 저치들의 주장이야 인터넷 혹은 도서관 문헌 자료실 같은데서 찾으면 다 나오는 거니까.......



일광욕을 즐기고 있던 거북.







마츠에 성 또한 1873년 메이지 정부의 폐성령으로 인해 상당 부분이 파괴되고 훼손되었습니다만 천수각은 요행히도 살아남았고, 태평양 전쟁 중에도 산인 지역에는 큰 공습이 없었기에(사실 뭐 폭격할만한 시설이 없으므로) 천수각이 보존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현재 히메지 성이나 히코네 성 등과 함께 천수각이 에도 시대의 것 그대로 남아 있는 성 중 하나입니다. 일본 전국에 천수각이 예전의 것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성은 단 12개에 불과한데, 이 마츠에 성이 그 중 하나이지요. 물론 천수각이 그대로 보존된 데다 성벽까지 제대로 보존되어 있는 히메지 성의 화려함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만, 이 또한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멋을 느낄 수 있는 천수각입니다.

마츠에 성 또한 외국인 할인이 적용되어서 원래 550엔인 것을 280엔에 입장 가능합니다.




천수각 위에서 내려다 본 마츠에 시가지의 전경. 멀리 신지 호의 모습이 보입니다. 작은 도시이지만 신지 호와 호리카와에 둘러싸여 있어서 산책하기에는 그만입니다.



호리카와 지역으로 들어섰습니다. 호리카와를 한 바퀴 도는 유람선의 모습이 보이네요.





이 지역 또한 쿠라시키 미관지구와는 또 다른 멋을 자아냅니다.









호리카와 유람선 탑승장 근처에 위치한 옛 중하급 무사의 저택입니다. 우리로 치면 전통 가옥 같은 곳인데, 중하급 무사의 집이 원형 그대로 보존된 경우는 몇 없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한 곳이라고 하더군요. 참고로 이 곳 또한 외국인은 절반 가격에 입장 가능합니다.(원가 300엔 -> 외국인 150엔)



이제 호리카와 유람선에 탑승합니다. 이 또한 원래 1200엔이지만, 외국인은 800엔에 탑승 가능합니다. 이 유람선은 한 바퀴 돌면 대략 50분 가량 소요되며, 뱃사공 아저씨가 도중에 다양한 설명을 해 줍니다. 일본어를 알아듣는다면 호리카와의 정경을 감상하면서 더욱 도움이 될 수 있겠지요. 뭔가 고어투로 노래도 하나 뽑습니다.(우리로 치면 시조 같은 느낌이랄까요.)






뱃사공 아저씨는 이 구간을 \'녹색의 터널\' 이라고 하더군요. 일본의 유명 문학가의 작품에도 언급된 적이 있다고 하는데 제가 일본 근대 문학 쪽에는 조예가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위 사진과 같이 배가 낮은 다리 밑을 지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뱃사공 아저씨가 배 위의 차양을 접으면서 고개를 숙이라고 미리 알려 주십니다. 네 곳 정도 저런 곳이 있습니다.





유람선이 이렇게 가정집에 손이 닿을 정도로 가깝게 접근하게 되는 장소가 있습니다. 집주인이 여행객들 보라고 일부러 인형들을 놓아둔 건지, 위의 글에는 \'손을 흔들면 일생에 한 번 뿐일 여행자도 손을 흔들어 주는 호리카와의 배\' 라는 글귀가 쓰여 있군요.



멀리 마츠에 성의 천수각이 보입니다.




마츠에는 고이즈미 야쿠모라는 아일랜드계 영국인 출신의 귀화인 작가가 살았던 곳으로 유명합니다. 본래 이름은 라프카디오 헌이라고 하지요. 그는 일본에 특파원으로 취재차 왔다가 일본의 문화와 풍경에 깊은 감명을 받고 눌러앉아 교직 생활을 했고, 마츠에 지역 사무라이의 딸과 결혼하여 고이즈미 야쿠모라는 이름으로 귀화하여 일본인이 되었습니다. 그는 이후 일본의 민담을 채록하여 책으로 펴냈으며, 이를 번역하여 서구 세계에 알리는 창구 역할을 한 인물입니다. 사실 이 지역에 그의 기념관도 있는데, 제가 고이즈미 야쿠모는 이름만 들었지 잘 모르는지라 패스했습니다.

그리고 유람선 코스가 끝나는 길에 뱃사공 아저씨가 어디서 왔냐기에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자신이 윤동주를 잘 안다고 답했습니다. 인사치레로 하는 말일지는 모르겠지만 그걸 시작으로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 아저씨의 말로는 산인 지방(시마네, 돗토리 현을 통틀어 가리키는 말입니다.)에서는 오히려 도쿄보다도 서울이 가까운 수도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게 무슨 말이냐고 하니까 요나고 공항에서 서울까지 직항편이 있는데 그게 도쿄로 가는 것 보다 시간이 덜 걸린다고 하면서 자신도 한국에 가 본 일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사카이미나토(요나고 바로 북쪽에 붙은 작은 어항 도시입니다.)와 한국의 동해시 및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를 왕래하는 여객선도 있다면서 한국에 한 번쯤 또 가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사진을 한 장 찍어 둔다는 게 깜빡했네요.

여기까지 마치고 나니 이제 오후 4시를 넘어섰는데, 신지 호의 석양을 감상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신지 호로 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