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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기]1. 출국 - 감사하는 마음에 대하여

히로시마카프(122.34) 2010.10.30 23:43:06
조회 2637 추천 3 댓글 12

올해는 무척 바쁜해였다.
주제 파악도 못하고 MEET 시험을 본답시고 깝죽대는 바람에 27번째 나의 꽃다운 나날은 독서실과 함께했고,

시험을 보러가는 날에는 폭우가, 면접을 보러가는 날에는 태풍이, 합격자 발표 날에는 피눈물이 함께했다.


뭔가 마음을 잡기가 어려웠다.
고생했으니까 쉬겠다는 명목으로 두달을 학교도 대충다니며 휴식을 취했지만
참을 수 없는 그 잉여스러움에 내 자신은 점점 초라해지는 것 같았다.


일단 과외를 시작했다.
뭐를 하든지 돈이 필요했기 때문에.
그래서 급히 여기저기 발품을 팔아 겨우 두개를 구해서 돈을 모았다.
사실 야구를 보기위해 일본에 가고 싶었지만 시즌 막판이었고,
무엇보다 시험도 망친 상황에서 놀러가는 모양새가 영 좋지 못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중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나름대로 앞으로의 계획을 정하고 나서
홀가분하게 여행을 떠나보자하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했다.
여전히 마음의 안정을 찾긴 어려웠지만 약간 무리를 해서 이번 여행을 진행시켰다.


 



<새벽의 인천 공항>

내가 탈 비행기는 오전 8시 후쿠오카행 대한항공.
이 시간에 공항에 오는게 얼마만이었는지.
잘한것도 없으면서 꼴에 여행간다고 설레는 마음에 잠자리도 뒤척이다 첫차를 타고 공항에 새벽 5시40분에 도착을 했다.
하마터면 "이번~판~은 나가립니다."를 외칠뻔 했다.
핸드폰 알람을 출발일인 수요일이 아닌 화요일로 맞춰 놓은 것을 잠자리에 눕고 한참 뒤에서야 문득 생각이 나서
벌떡 일어나 바꿔놓았다.

<U>휴.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드는 여행이다.
(이 불길한 예감은 히로시마에서 현실로 다가오고...이 이야기는 히로시마 편에서 자세히..)
</U>







<일본어로 적힌 출국 보드>

2달 잉여 생활하는 동안 정말 일드를 지겹게 봤다.
이제 웬만한 일본 배우들도 다 알게되었고 덕분에 일본어 실력도 많이 늘었다.
이번 여행이 기대되었던 이유 중 하나는,
지금까지의 나의 일본 여행은 되지도 않는 일본어 실력까지고 깝을 치고 이야기하며 다녔다고 친다면
이번 일본 여행은 일본어 실력을 어느정도는 잡아 놓고 떠난 것이기 때문이었다.

드라마를 보면서 한손에는 펜을, 노트북 앞에는 단어장과 사전을 놓고
자주 나오는 단어인데 내가 모르는 것이 나오면 사전을 찾아 적어두고 모조리 외워버렸고
모르는 것은 고파스 호게의 능력자 분들께 도움을 청해 배울 수 있었다.








<해뜨는 공항 풍경>

시간이 많이 남아서 잠깐 다른 게이트 앞에 앉아있는데 해가 뜨는 모습이 보였다.
해가 뜨는 모습보다 더 반가웠던 것은 인천대교와 송도신도시의 모습이었다.
정말 세상이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몇년전만 해도 공항에서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을 줄이야.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나도 같이 변해야하는 것일까.
아니면 \'난 나야\'라고 당당히 외치며 느리게 my way를 가면 되는 것일까.
이 풍경을 보면서 이런 생각까지 해야하다니, 나도 참 피곤한 성격의 소유자인 것 같다.


참고로 인천대교를 감상하는 최고의 방법은 배이다!
차를 타고 인천대교를 건넌다면 정말 아무것도 볼 것이 없다.
그저 넓은 바다만이 우리를 반겨줄 뿐.

인천대교를 제대로 감상하고 싶다면 인천 월미도에서 유람선을 타보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배에서 본 인천대교 - 10월초 촬영>




비행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공항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놀이터가 된다.
가만히 앉아서 이착률하는 비행기를 구경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시간 가는 것이 즐겁다.
기종도 맞춰보고 어느 항공사인지도 보고,
탑승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저기 돌아다니긴 어려웠지만 나름대로 발견한 명당 자리에서
비행기들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싱가폴 항공>





<에어 홍콩>







<아시아나 항공>





<대항항공>



내가 탑승할 게이트로 가는 도중에 다른 항공기에 기내식을 탑재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 젠장.

내가 이 모습을 보고 처음 했던 혼잣말은 \'아 젠장\'이었다.
재수 시절 수능이 끝나고 알바자리를 찾고 있을 때쯤,
내가 활동하던 모 항공 사이트에서 비행기에 기내식을 탑재하는 일을 돕는 알바를 찾는다는 광고가 났다.
나는 아싸 하고 잽싸게 연락했지만 알고보니 그건 기내십 탑재하는 일이 아니라,
착륙한 비행기에서 나온 기내식 그릇을 식기 세척기에 분류에서 집어 넣는 일이었다. -_-

난 완벽하게 속았다.
속았을 뿐더라 일은 정말이지 힘들었다.
새벽 4시에 주안역 앞에서 공항 셔틀을 타고 5시에 도착하면 그때부터2시간 동안 일을 하고 아침을 먹고,
또 계속 일을하다 점심을 먹고 좀더 일하고 퇴근하는 형태였는데,

비행기는 계속해서 착륙하니 기내식은 끊임없이 나오고,
식기세척기에서 나는 세제냄새는 역겨워서 토할 지경이고,
무엇보다 내가 맡은 그릇이 있는데 화장실이라도 가야하면 다른 아주머니께서 내 몫까지 하셔야했기에
죄송해서 화장실도 못갔다.

유일한 낙이었다면 캐터링 센터 식당이 바로 활주로 옆이어서 비행기 이착륙하는게 잘 보였다는 것.
이것 하나 뿐이었다.







드디어 등장!
이 녀석이 바로 나를 후쿠오카까지 데려다줄 KE787
잘 부탁한다 이녀석아 ㅎㅎ


탑승 게이트로 가던 중에 문득 내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파일럿이란 꿈.
어려서부터 내가 가장 오래 품었던 꿈이었다.
그땐 다 될것 같았다.
눈이 안좋으면 수술을 하면 되고,
수술해서 안된다고 하면 외국나가서 면장을 딴 다음 외항사에 취직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고3때 심각하게 독일 항공 유학까지 생각했다.

마치 내가 무슨 SK인냥,
생각대로 하면 다 되는 줄 알았던 그런 철없던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하지만 정말 진지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비행기를 좋아하시는 아버지 덕분에 파일럿이라는 꿈은 어려서 부터 차곡차곡 만들어지고 있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결국 시력이 문제였다.
시력은 내 힘으로 해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교정 시력을 인정안해주었기 때문에 국내 취업은 불가능했고,
공군사관학교 역시 마찬가지였다.
외항사는 교정시력은 인정했지만 토종 인천 사람인 내가 외항사에 파일럿으로 취업하여 교육을 받을 수 있을리가 만무했다.



저 파일럿들은 과연 알고 있을까.
자신들을 20년간 동경의 대상으로 삼고 있었던 한 젊은이가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젊은이는 꿈을 이루지 못해 계속해서 좌절하고 실패를 맛보다 결국 포기라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무엇보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을까.
건강한 신체와 뛰어난 능력을 만들 수 있는 몸과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에 대해.
아무나 이룰 수 없는 꿈을 펼치고 있다는 자신이란 존재에 대해.

파일럿이라는 꿈을 포기하면서, 그제서야 감사의 마음에 대해 생각해볼 여유가 생겼다.
감사하는 마음이란건, 누구에게 도움을 받았을 때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좌절하고 괴로울 때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이제 좌절과 고통은 그만,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파일럿도 아니고 의사도 아니고, 뭐 다 아니어도 좋다.
난 그저 평범한 사람일지도 모르지만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분명 있다.
나는 그 일을 하면서, 정말 내 자신과 주변의 모든 것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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