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씩 식갤에 오셔서, 정신적으로 괴로우니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식물 길러보겠다, 혹은 향이나 차 추천해달라는 분들이 계시는데, 전직 정신병자(?)로서 조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식물같은거 추천해달라고 하기전에 한번 읽어보시면 좋겠네요.

우선, 이 글은 심리적으로 괴롭고 우울하고... 기타 ´심리적 불편´ 이 심각하게, 그리고 장기간(최소 1-2달 이상)지속되는 분들께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잠깐잠깐 힘든 거라면 식물 기르는 것 같은 취미생활도 도움이 될 듯 하네요.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심리적, 정신적 문제로 육체적 문제가 생긴 경우(밥을 거르거나 많이 먹게 된 경우, 수면시간이 확연히 길어진 경우 등등),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긴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에는 식물이고 나발이고 그냥 병원가세요.

정신과, 정신병원에 대해 막연히 부정적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마음의 병이 생겨도 끝까
지 병원을 찾지 않고 생활태도나 마음먹기, 명상, 취미 뭐 이런걸로 고치료는 분들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뭐 저 역시 한동안 그랬습니다.

저는 5개월정도 우울증때문에 고생하다가, 결국 병원 간 경우인데, 처음2-3개월은 단순히 심리적 문제만 있어서 ´내 멘탈이 병신이구나´ 하면서 자책도 해보고 책도 읽어보고 여행도 가보고 했지만 전혀 도움이 안 되더라고요.

그게 지속되니까 과호흡증이라고, 호흡이 빨라져 혈액내 이산화탄소 분압이 떨어지는 증상까지 왔습니다. 이게 극단적으로 심해져서 일하다가 졸도, 119실려가서 응급실 간 적도 있었고요.

나중에는 자살할 생각까지 몇 번 들었는데(자살을 당장 시도한건 아니고, 그냥 막연히 죽음이란 게 가깝게 느껴지고, 뛰어내리면 편해질 꺼 같다는 생각도 자주 들고)
뭐 그러다가 결국 친척분중에 의사가 있어 모 대학병원 정신과에서 진단, 처방을 받았고 약 먹은지 며칠 되지 않아서 증상이 호전되더군요.

치료 시작한 지 3개월쯤 지나서는 과호흡증도 없어지고 해서 약4개월만에 약도 다 끊고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멀쩡하게 다니던 회사에서 일 하고, 꽃도 좋아하고, 아주 잘 살고 있습니다ㅋㅋ

물론, 식물을 기르는 게 정서안정에 도움이 안 된다는 건 아닙니다. 분명 좋은 취미이고, 여러모로 권장할 한하지만, 정신질환을 고치는 목적은 달성하기 어렵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예전 글 보니 ´정신적으로 괴로워서 꽃 같은 걸 기르면 도움이 되지 않겠냐´ 뭐 이런 글이 보이는데, 계중 일부는 제가 보기에 단순 취미활동으로 개선하기보단 병원을 찾아야 할 정도로 정신적으로 힘들어하시는 분도 계시는 거 같아서 말씀드립니다.

일단 우울증이든 강박증이든 병적으로 불안한 증세가 있으시면, 취미나 마인드컨트롤에 의지하기보단 의학적 방법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 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특히 저도 남자여서 마지막까지 병원을 찾기보다는 자책하고 스스로의 마인드만 탓했는데, 정신질환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고, 또 의학적 치료를 요하는 질환이라는 걸 기억해주세요. 꽁하게 괴로워하고만있으면 증상이 더 심해질 뿐이더라고요.


우울해서, 괴로워서 식물갤을 찾으시는 분 중에 저처럼 전문 치료를 받는 게 좋을 듯한 분들이 정말 가끔씩 있는 듯해서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장기간 지속되는 불안이나 우울은 식갤이 아니라 병원(정신병원에 거부감이 있으시다면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를...) 을 찾으시고, 치료와 동시에 취미생활을 해보시는게 어떨까 싶습니다.



p.s 저도 식갤 자주 오는 고정닉 중 하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