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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장문주의] 14화 리뷰 / 인생은 무엇으로 아름다울까?

sk(119.70) 2022.02.18 01:51:38
조회 1625 추천 59 댓글 10

또 이런걸 적게 될 줄 몰랐는데, 하다 보니 재미있다ㅎㅎ

봤을지는 잘 모르겠는데, 얼마전에 15화 세 얼간이 편을 리뷰했거든.

([장문주의] 15화 세얼간이에 대한 변명 (feat.세얼간이약간스포)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tywa&no=38903&page=1)


미안한 건, 내가 앞전의 글들을 모두 읽은 게 아니라, 대충 검색어로 찾아보고는 몇몇개만 본터라..

떡밥이 별로 없어서 분석이 많이 없다느니, 뭐 이런 ㄱ소리를 써놨더라, 내가..ㅎㅎ

근데 아니더라고. 배우신 변태분들이 엄청 계시더라. 사람 부끄럽게...

원래 뭣 모르면 낯짝이 두꺼운 법이니까, 너그럽게 봐주길 부탁할게.


15화 세얼간이를 리뷰하고 나서, 14화도 하고 싶어져서 영화를 한 번 더 봤어.

<인생은 아름다워> 이 영화도 좋아해서 몇 번 본 거거든.

그래서 한번 생각도 정리할 겸, 글을 써보려고 해.

또 미안한 건, 어쩔 수 없이 영화의 스포가 포함된다는 거...ㅎㅎ

시작해 볼게.


1. 개념글들 주행하다 보니까 이런 표현들이 있더라. 이 드라마는 굉장히 불친절하다고.

그런데 나는 좀 생각이 달랐거든. 나는 몰아서 봐서 그런지, 굉장히 친절한 드라마라고 느꼈어.

왜냐하면 보고 있는 관객들에게 숨기는 게 없거든. 모든 인물들이 자기 생각과 주관을 숨김없이 말해.

자기들끼리야 오해도 하고 모른 채 넘어가기도 하고 그러지만, 그럼에도 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가감없이 그대로 공개를 해.

가장 대표적인 게 '독백'이야. 유독 캐릭터들이 혼잣말을 많이 하더라고.

예를 들어, 연수가 웅이랑 친구하기로 하고는 집에서 자고 갈 때, 웅이 폰에 온 문자를 몰래 볼 때도 다 말해줘.

"그래도 몰래 보는 건 아니지..." 하다가 기지개 켜면서 옆으로 넘어진 척 하면서 "눈 앞에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잖아? 감을 수도 없고" 뭐 이렇게 다 전달해줘.

연락을 그렇게 기다리면서도, 망설임을 다 말해줘. 이제 잠들었을라나? 자고 있겠지? 뭐 이렇게.

게다가 한술 더 떠서, 애초에 다큐 형식을 차용하고 있기 때문에, 드라마 인트로에서는 항상 인터뷰 형식으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여지 없이 드러내고 있어.

에필로그도 마찬가지지. 의도적으로 숨기고 지나간 부분도 에필로그 부분에서 친절하게 다 공개해줘.

마치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잠깐 숨겨두었다가, 짜잔 하고 내어놓는 것처럼 말이지.

이런 부분에서, 정반대의 예가 있다면 <ㄴㅇ ㅇㅈㅆ>(my mister)라고 생각해. 거기서는 독백이 거의 없어.

대부분의 대사는 대화로 이루어지고, 그 외에 혼자 있을 때에 자기 생각을 읊조린다거나 입밖으로 내지를 않아.

관객에게까지 철저하게 닫혀있기 때문에, 관객도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캐릭터의 모든 면을 살필 수밖에 없어.

표정과 시선 하나하나의 의미를 관객도 함께 해석해야 하기 때문에, 되게 불친절하고 피곤한데, 그만큼 떡밥이 많아서 엄청 많은 해석과 이야기들을 꺼내올 수 있더라고.

그래서 그런 의미에서, <그 해 우리는>은 굉장히 친절하다고 생각해. 각 화마다 부제까지 달아줘서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도 알려 주잖아.

실제로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제목들이 대부분이긴 한데, 내 경우에는 뒤로 갈수록 왜 이런 제목을 입혔을까 싶은 것들이 생기더라.

그래서 전에 세 얼간이를 먼저 좀 생각해 봤고, 그 다음으로 인생은 아름다워를 좀 생각해 보게 되었어.


2. 먼저 영화 이야기를 좀 하자. <인생은 아름다워>는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야.

이탈리아 시골 지방에서 도시로 상경한 주인공 '귀도'는 굉장히 유머러스하고 유쾌한 사람이야. 구김이 전혀 보이지 않는 사람이지.

가진 것은 없지만, 모든 것을 긍정을 넘어 낙천적으로 보고 대하는 사람이고, 머리도 좋아서 기발하게 상황들을 만들어가는 사람이야.

그런 그가 도시로 와서, 여주인공 '도라'를 우연히 여러 차례 만나게 돼. 도라는 상류층의 사람인데, 유태계 이탈리안인 귀도와는 사는 세계가 다른 사람이야.

하지만 그럼에도 도라는 그다지 즐겁게 살고 있지는 않아. 아버지의 억압 아래에서 "네"하고 순종하는 법만을 배웠고, 별로 내키지 않는 결혼을 준비하고 있지.

그런데 그런 그녀의 인생 앞에 나타난 귀도는 끊임없이 구애를 하게 되고, 어떻게 어떻게 이 둘은 결국 결혼까지 하게 돼.


3. 이렇게 귀도와 도라의 만남이 영화의 전반부라면, 후반부는 배경이 완전히 달라져. 홀로코스트를 보여주기 때문이야.

귀도와 도라 사이에 아들 조수아가 태어났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었어. 친정과는 연을 완전히 끊었는데, 어느날 외할머니가 몰래 손주를 보러 와.

그래도 핏줄이라고, 조수아의 5살 생일 때 선물을 가지고 오겠다는 약속을 해. 처음으로 마음을 열고 찾아오려는 거야.

그런데 바로 그 생일날, 도라와 그 어머니가 집에 도착했을 땐, 생일파티 겸 환영파티를 준비하던 집이 쑥대밭이 되어 있었어.

귀도와 조수아가 유태인 강제수용소로 잡혀간거야.

여기서 도라는 자신은 유태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남편과 아들이 탄 기차를 같이 타고 가게 돼. 사랑하기 때문에, 가족이 있는 곳에 함께 있고자 하는거야.


4. 그리고 귀도는 아들에게 이 현실을 전혀 다른 것으로 치장하여 거짓말을 하기 시작해.

사실 우리는 여행을 가는 거야, 이 기차도 어렵게 예매한 거야, 하면서 말이지. 그리고 수용소에 도착해서는 아들에게 이건 단체게임이라고 설명을 해줘.

1000점의 점수를 먼저 따면 일등 상품으로 진짜 탱크를 받을 수 있다고 말이지.

그래서 하지도 못하는 독일어 통역을 하겠다고 나서서는, 전혀 엉뚱하게 게임의 룰이라고 하면서 말을 해줘.

울지 말기, 간식 달라고 하지 말기, 들키지 말기, 뭐 이런 것들.

그리고 그렇게 강제수용소에서 노동을 하면서 지내는데, 노인들과 아이들이 먼저 가스실로 보내져서 죽게 돼.

가스실로 갈 때에는 '샤워하러 간다'고 표현을 하는데, 조수아는 샤워를 싫어했기 때문에 혼자 숨어있다가 죽음을 피할 수 있었어.

그래서 이때부터 귀도는 조수아를 몰래 숨겨두고 보호하기 위해서 노력을 해.

그렇게 시간이 지나 몇번의 위기를 넘기며 지내다가, 마지막에 독일이 패전하고 연합군이 진격해 온다는 소식을 듣게 돼.

실제로 독일군은 모든 증거를 없애기 위해 분주했고, 이때 귀도는 조수아를 상자? 캐비넷? 그런 비슷한 공간에 숨겨두고 아내를 찾으러 가.

지금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트럭을 타게 되면, 증거인멸을 위해 모두 죽인다는 것을 전해주려고 갔던 건데, 오히려 귀도가 군인들에게 발각되고 말아.

어쩔 수 없이 총구에 겨눠져서 가다가, 아들이 숨어있는 상자 앞으로 지나갈 때, 귀도는 상자를 향해 윙크를 하곤 엄청 과장된 몸짓으로 걸어가.

이 윙크는 둘만이 아는 사인인데, 잘 하고 있다는 사인을 보낸거야. 그리고는 금방 돌아올 것처럼, 마치 정말 게임을 하고 있는 것처럼 익살스럼게 걸어가지.

그리고 모퉁이를 돌았을 때 총성이 울리고, 귀도는 죽게 돼.

이후 날이 밝고 조수아가 상자에서 나왔을 때, 진격해 온 연합군의 탱크를 만나게 되고, 그 탱크를 얻어타고 돌아가다가 생존자 행렬에서 엄마를 만나게 돼.

그리고 어느정도 크고 나서, 자기 아버지가 자기를 위해 희생하셨음을 고백하면서 영화는 끝이 나.


5. 사실 14화를 보면서, 도대체 이게 영화랑 무슨 상관인가 싶었어.

그냥 제목만 따왔다 하더라도, 인생이 아름답다는 게 이 화에서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건가 싶었던 거지.

그래서 드라마보다는 영화 쪽 리뷰를 몇 개 더 살펴봤는데, 거기서 생각할 만한 것들이 몇가지 있더라.

일단은 영화 제목에 관한 건데,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제목은, 러시아의 혁명가 트로츠키의 유언장에서 인용한 것이라고 해.

혁명을 주도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나가는 시점에서, 자기 죽음을 예견하고는 미리 유언장을 작성해 두는데, 거기에 나온 구절이야.

"그럼에도 인생은 아름답다!" 모든 억압과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이란 것이 있다면, 그래도 인생은 살아갈 만한 아름다운 가치가 있다는 거야.

그래서 영화의 제목을 이 유언장에 나온 문구에서 따왔대.

그런 면에서, 귀도라는 아버지를 통해서 보여주는 사랑은, 끊임없이 희망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어.

절망에 저항하는 희망으로, 비참함을 극복하는 희망으로 표현이 돼.

그래서 나는 사랑의 다른 형태, 혹은 사랑의 다른 표현을 희망이라고 표현하고 싶어.


6. 모든 상황이 암울하고 절망적으로 흘러가지만, 귀도는 아들 때문에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어서 표현을 해.

어떻게 해서든 희극적인 표현으로 모든 것을 바꾸어서, 지금 이 상황이 절망적이거나 비참한 상황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게 하는 거야.

자신은 강제노역을 하면서 힘들어 죽겠으면서도, 돌아와서는 오늘 점수 많이 땄다고 아들에게 자랑도 해.

지금 우리가 1등을 하고 있으니까 조금만 더 해서 탱크 타고 집에 가자고 말을 하지. 아들로 인해 이 어려운 현실을 희망으로 만들어 내고 있는거야.


7. 물론 매사에 유쾌한 귀도도 절망적인 현실을 맞닥뜨릴 때가 있었어.

전에 일하던 호텔에서 친하게 지냈던 의사가 독일군 군의관으로 온거야. 기회라 생각한 귀도는, 그 의사를 통해서 뭔가 방법을 찾고자 했지만, 이 군의관은 사실 귀도의 생존에는 관심이 없었어. 그저 수수께끼 잘 푸는 머리 좋은 웨이터이기에, 자기 친구와 내기한 수수께끼를 풀어주기만을 바라지. 거기에서 귀도는 희망이 꺾이고 절망을 경험한 것 같아. 자신의 비참한 현실을, 친했다고 생각한 군의관은 전혀 관심도 없다는 걸 알게되면서, 한줄기 희망이 사라진거지.

두번째는, 잠든 아들을 안고 안개 속을 걸어 숙소로 돌아가다가 잠깐 길을 잃어. 그런데 그렇게 헤매다 도착한 곳은 유태인 시체를 산더미처럼 쌓아둔 학살의 현장이야. 잠깐 말을 잃은 귀도는, 얼른 다시 돌아가지만... 그 시체의 산을 바라보던 귀도는 어땠을까? 당연히 절망스러웠지 않았을까?


8. 하지만 귀도는 포기할 수가 없어. 아들에게 있는 그대로를 알려줄 수가 없어. 단순한 미화가 아니라,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포기할 수 없었을 거야. 희망보다 절망을 먼저 배우지 않길 원한거라고 봐. 사랑하기 때문에, 희망을 주고자 하는 거지.

동시에 그 희망을 끊임없이 아내에게도 전달하려고 해. 남자와 여자 수용소가 분리되어 있기에 만날 순 없지만, 자신은 잘 지낸다는 메시지를 전하려고 해. 그래서 사람이 비어있는 방송실에 들어가서 자신과 아들의 목소리를 송출하기도 하고, 간부식당에서 웨이터로 일할 때에도, 창문을 열고 여자 수용소쪽으로 축음기를 틀어줘. 아내와 한 자리에서 들었던 오페라의 아리아를 틀어준 거지. 어떻게 해서든 아내에게도 희망을 전달해 주는 거야.


9. 그래서 이런 관점에서 드라마를 본다면, 절망과 희망의 대조라고 볼 수 있을 거야. 드라마에서는 절망이라는 것은 과거의 것이고, 희망이라는 것은 미래의 것이라고도 구분해서 생각할 수 있어. 모두가 과거에 발목 잡혀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 과거라는 절망 속에서 현실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 던져진거야.


10. 14화의 시작을 보면, 연수의 독백으로 시작해. 과거를 멀리하려고 할수록 거기에 갇히게 된다면서, 자신이 어렸을 때 또래 애들로부터 부모가 없어서 놀이에 끼워주지 않는 상황을 떠올려. "너는 엄마 아빠가 없으니까, 엄마 아빠 놀이 못해." 이렇게 말하는 아이들에게, "나도 하기 싫어"라고 받아치지만, 그럼에도 어린 연수에게는 비참한 상황이야.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도, 자신은 아직 그 놀이터 앞에 선 꼬마아이일 뿐이라고, 그렇게 독백을 해.

부모 없이 자란 연수에겐 그래서 할머니밖에 없는 거고, 뒤에서 할머니가 요양원을 생각하고 알아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그 할머니 마저도 자신을 떠날까봐 아침부터 진수성찬을 차리고, 여행도 가자 그러면서, 나 싫어하는 거 아니지? 나 떠나지 말라고 그렇게 말을 해.

할머니는 연수의 과거 중에서 유일하게 긍정할 수 있는 존재야. 공부를 잘 했지만, 말 그대로 남들만큼만 평범하게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고, 나름 일도 잘하지만 재미나 보람보다는 단지 일이기 때문에 하고 있을 뿐이지.

감당할 수 있을만큼만 좀 가난했으면 좋겠다는 말은, 과거의 시간들이 얼마나 부정적이었는지, 얼마나 절망적이었는지를 한 마디로 보여줘.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나 싫어해도 할머니는 나 안 싫어하잖아, 라고 묻는 말도 마찬가지야. 자기 바깥 세상, 특히 과거의 경험 속에서 형성된 세상은 나를 미워하고 싫어하는 세상의 이미지야.

그런 의미에서, 연수의 인생은 전혀 아름답지 않아. 과거로부터 벗어나고자 발버둥치고 있지만, 그럴수록 더욱 과거에 매여있고 갇혀 있는 자신을 보게 될 뿐이지.

이별을 연습하며 그토록 울지만, 과거의 현실은 그 아픔마저도 감수해 내도록 몰아붙이고 있기에, 인생이 아름다울 리가 없지.


11. 그런데 이런 연수에게 일어나는 긍정적인 변화는, 바로 웅이로부터 시작이 돼.

할머니와 웅이의 대화를 보면, 웅이는 연수의 과거를 알지 못하고, 왜 헤어져야 했는지 이유도 제대로 듣지 못했지만, 끝까지 연수 곁에 남아달라는 부탁을 받게 되지. 연수에게 있어 과거의 유일한 긍정적 존재인 할머니가, 이제 자신의 역할을 웅이에게 인계한다고 볼 수 있을 거야.

내가 언제까지 연수 옆에 있어줄 수 없으니까, 웅이 네가 있어달라고 부탁을 하는 거지.

연수의 미래까지 보장해주지 못하는 자신을 대신해서, 웅이를 그 자리에 세우는 거야.

연수가 할머니 품에서 느꼈던 유일한 따뜻함을, 이제 웅이의 품속에서 느끼도록 말이지.


12. 그리고 웅이도 다짐을 해. 끝까지 연수 곁에 있겠다고. 다시는 과거가 반복되게 하지 않겠다는 것이, 자신에게 남은 유일한 목표가 되었다고 독백을 해.

연수와 평생을 함께 하는 것이 자기의 소원이 된 거야.

물론 연수는 모르고 있어. 자신이 또 모든 것을 망쳐버릴까봐 두려워하면서, 눈치보고, 주저 앉아 펑펑 울기까지 했던 어린 아이일 뿐이지.

그런 아이를 웅이가 지키고 보호하겠다고 다짐하는 거야.

그래서 이것은 사랑이면서 동시에 희망이야. 영화를 따르자면, 사랑은 희망으로 표현 돼.

그리고 희망이 있으면, 아무리 상황이 절망적이라 할지라도 그 작은 희망 때문에 인생은 아름다울 수 있다고 보는 거야.


13. 거기다가 연수가 회사에서 회식을 제안했을 때, 그때의 반응은 모두가 찐으로 연수를 좋아하고 있음을 볼 수 있어.

대표가 하자는 회식은 다들 슬슬 피했으면서, 연수가 회식하자니까 정말 신이 나서 함께 하고자 해.

단순히 일하는 존재로서가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는 모습이지.

이것 또한 놓칠 수 없는 작은 희망이라고 봐.

과거 학창시절, 다른 친구들은 연수를 보고 재수없다 그러고,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아이라고 그랬지.

하지만 지금은 달라. 모두의 인정과 환영 속에 살아가고 있어.

장도율 팀장에 버금가는 소시오패스가 아니냐는 농 아닌 농도 듣지만, 그럼에도 Run 팀원들은 진심으로 연수를 좋아해주고 있어.

연수가 어색해 할 뿐이지, 팀원들은 연수에게 다가갈 준비가 이미 되어 있어.

그래서, 웅이가 연수 곁에 있는 것이 가장 크고 중심된 희망이라고 한다면, 소소한 작은 희망들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더라는 것.

그래서, 그 과거(=절망)에 삼켜지지 아니하고, 여전히 인생은 아름다울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지.


14. 웅이의 경우에도, 여전히 과거가 발목 잡고 있어. 연수에게 뜬금없이 왜 헤어지자고 했는지 이유를 또 물었지만, 여전히 속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해.

사실 예전에 웅이가 술에 취해 전화했을 때 연수가 힘들게 말했지만, 우연히 폰을 놓치면서 정작 중요한 부분을 듣지 못하고는, 고작 그걸로 나를 버리냐고 엇갈리는 이야기만 해댔지. 그때 웅이는 그렇게 말해. "니가 이유를 말해 주지 않으면, 나는 내 모든 것을 싫어할 수 밖에 없다고. 버려지는 게 당연한 사람이 된다고."

웅이의 과거는 버림받음에 기인한 불안함이야. 자기정체성을 언제나 남에게서 확인하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해. 그래서 어떤 리뷰어는 웅이의 사랑 고백은 "날 사랑해 줘"라는 방식으로 표현되는 것이라고도 하더라. 어쨌든, 웅이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데, 버림받았다는 사실이 자꾸만 자신을 위축되게 만드는 거지.

그런데 연수는 웅이에게 "지난 얘기 꺼내서 뭐해. 지금 다시 만났다는 게 중요한거잖아."라고 하면서, 과거가 아닌 현재를 보게 해.

물론 웅이에겐 중요한 문제이지만, 연수가 그렇게 말하니 일단 수긍을 해줘. 해소된 건 아니지만, 절망 속에 살던 과거가 아니라, 함께 다시 시작한 현실의 사랑을 보고자 하는 것 아닐까 싶어.

물론 과거가 명백하고 깔끔하게 정리가 되면 좋겠지만, 그것은 충분조건이지 필요조건은 아니라는 거야. 모든 것이 만족되어야만 아름다운 게 아니라, 조금은 모자라고 부족하더라도, 완벽하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는 인생이라는 것이 아닐까 해.


15. 과거의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여기서에서 코믹하게 그려낸 과거가 하나 더 나와. 솔이의 전 남자친구지. 뜬금없이 찾아와서 500을 땡겨보려고 했지만, 은호의 등장과 함께 막히게 돼. 동업자로, 바람피다 걸려서 정리된 과거가 등장했지만, 현재의 썸?이 차단하며 새로운 막을 열게 되지. 여우같은 은호는 아닌척 하지만, 결국 여우와 여우가 함께 만나 밀당 아닌 밀당을 하는 모습처럼 보인달까. 과거의 불행을 치워주는 현재의 (예비) 사랑이라는 점에서, 이 또한 인생이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가 될 수 있을 거 같아. 가게는 여전히 은행 거지만 말이지.


16. 그리고 실루엣만 얼핏 나온 웅이의 친아버지의 모습이나,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등장한 지웅이 엄마의 죽음을 앞둔 이야기나, 모두가 과거의 모습이 다시 등장하여서 등장인물들 앞에 떠오르게 돼. 이건 14화에서는 풀어내지 못했지만, 뒤에서 살살 풀어가니까 대충 넘어가자. 뭐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만, 더 이상 과거를 과거로써 매여있지 아니하고 모두가 한 발짝씩 전진한다는 것에서, 희망을 찾을 수가 있게 되는 것이고.


17. 아, 그리고 지웅이와 엔제이의 대화도 있었지. 혼자 밥 먹으려는 지웅이 앞에 앉아서 물만 마셔대던 엔제이가, 자기 현실을 토로해. 자기는 친구가 없다고. 친구를 사귈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고. 그러자 지웅이는 그런 엔제이에게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말해줘. 환경탓만 하고 허비하기엔 어쩔 수 없는 내인생이고, 나만 손해라고 말이지. 포기하기 전에 애써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여기서는 내 인생을 스스로 사랑하는 것으로 이해를 해도 좋을 것 같아. 혹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받는 위로로, 자신이 이상한 게 아님을 아는 정도로 봐도 좋을 것 같고.


18. 결국 인생이 아름답다는 건, 어떤 환경적인 조건이 완벽해서거나, 아니면 모든 것이 잘 정돈된 상태에서, 명백히 정리되고 클리어해야지만 되는 건 아니라는 거야.

실제 죽음을 앞둔 혁명가가, 그럼에도 인생은 아름답다고 말했던 것이, 홀로코스트 속에서도 아들의 희망이 자신의 희망이기에 웃음으로 살아가던 귀도의 모습과 같이, 과거에 갇혀 있는 인물들에게도, 여전히 희망이 존재함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그 희망이 있기에 인생은 아름다울 수 있고, 또 이미 아름답다고 말이지.


19. 왜, 모두가 뻑갔을 그 장면도 있잖아. 연수가 회식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데리러 갈까 하다 말았다는 웅이의 전화를 받고, 연수는 그제야 자기 속마음을 털어놔. 사실 그때 별로라고 했던건, 네게 피해주기 싫어서였고, 택시비도 내게는 너무나 큰 돈이었다고. 사실은 싫어하지 않았다고.

그리고 그제야 웅이는 자기를 드러내지. "뒤돌아 봐" 그리고 돌아본 뒤에는 웅이가 따라오며 보고 있어.

이미 과거와는 다른 그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거야. 연수는 자기가 과거에 했던 말을 수정함으로써 바꾸어내고, 웅이는 그저 수동적인 모습이 아닌 조금은 더 능동적인 모습으로, 그렇게 연수를 감동시키지. 그러면서 평생을 다짐하는 것으로 그 마음을 우리에게만 살짝 보여주잖아.

사랑은 곧 희망이고, 희망이 있으면 인생은 아름다운 거야. 그렇게 그들의 희망은 우리에겐 설렘으로 다가오고, 그래서 우리는 이 친절한 드라마를 사랑하는 거고.


20. 어떤 역경 속에서도 그 마음 한 켠에 희망이 존재한다면, 그로 인해 여전히 인생은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게 영화의 메시지라면, 드라마는 그 희망을 서로가 서로에게 되어주고, 사랑의 또 다른 이름으로 희망을 품게 하는 것은 아닐까 해. 오늘 나의 사랑이 내일 너의 희망이 된다는 것, 그래서 서로 성장하고 성숙할 수 있다는 것. 이게 인생이 아름다운 이유일 거야.



어, 이건 어디까지나 내 감상이니까, 강요는 아니란 점을 알아줘.

작가님은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했을 수도 있고,

앞전의 글처럼 반쯤은 내가 오해해서 쓴 걸 수도 있어.

(세얼간이를 싫어한 게 지웅-지웅맘 분량 때문이었다니, 전혀 몰랐거든...ㅋㅋㅋ)


내가 궁금해서 나름의 의미를 부여해 본 거니까, 이런 의견도 있구나, 정도로 생각해줘ㅎㅎ


요즘 이거 안 붙이면 시비 털린다며.

반박시 니 말이 다 맞음.


긴 글 보느라 고생했고,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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