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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부제로 보는 그해울] 12화 리뷰/ 다시 시작하기 위한 조건

sk(119.70) 2022.02.27 01:15:08
조회 1398 추천 37 댓글 7

오늘도 좀 긴데... 이해해줘ㅎ


1. 이번 영화는 <비긴 어게인>이야. 음악영화로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꽤 있었던 걸로 알고 있어.

나도 개봉할 때 봤는데, 보는 내도록 남주-여주가 키스하면 어떡하나 싶은 걱정으로 봤던 기억이 있어.

본 사람은 내 말이 뭔지 알거야. 그토록이나 러브라인을 거부하며 봤던 영화는 없었던 거 같아ㅎㅎ


2. 사실 난 이번 영화는 좀 쉽게 생각했던 거 같아. 왜냐하면, 11화 영화가 <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인데,

내가 3번인가 보려고 도전을 했다가 3번 다 포기를 했던 영화거든. 엄청 재미가 없었어. 뭔소리 하는 건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리뷰의 최대 고비는 11화다!! 라는 생각이 있었기에, 어떻게 봐도, 누가 봐도 딱 직관적인 제목의 <비긴 어게인>은 엄청 쉬울 거라고 본거지.


3. 그런데 지금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뭐다? 아, 이것도 그리 쉽지만은 않구나, 싶은 걸 보고 나서야 알았어.

<비긴 어게인>은 나도 한 번 밖에 안 본 영화라, 정확한 스토리가 생각난다기 보다는,

그저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 뭐 이런 느낌적인 느낌만 가진 상태였거든.

그래도 제목부터가 드라마랑 찰떡이라, 쉽게 넘어가고 11화를 좀 연구를 해야겠다 싶었는데, 아니더라...

영화를 다 보고 나니까, 생각이 많아지더라고. 왜 그런지는 천천히 이야기 해볼게.


4. 여느 때처럼 영화 이야기로 시작을 해볼게. <비긴 어게인>은 '다시 시작하는 노래' 라는 부제가 붙어있어. 아, 포스터에.

음악을 통해 다시 회복되는 그런 이야기인데, 그레타와 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돼.

먼저 그레타는 남자친구 데이브와 함께 뉴욕으로 이사를 와.

남자친구인 데이브가 음악영화를 하나 찍었는데, 그게 엄청나게 흥행하면서 순식간에 인디에서 메이져로 넘어가게 된거야.

대형 레이블과 계약을 하게 되면서, 연인이자 음악의 동반자인 그레타도 데이브를 따라 뉴욕에 함께 온거지.

그런데 데이브가 다음 음반 녹음을 위해서 LA투어로 잠깐 떨어져 있던 중에 바람을 피우게 돼.

그레타는 데이브가 새로 만든 노래를 듣다가, 이게 다른 여자를 생각하며 쓴 노래라는 것을 알고는 곧바로 귓방맹이 갈기곤 집을 나오지.

집을 나온 뒤 다른 친구네에 잠시 의탁하는데, 이 친구가 실연당한 그레타를 놔두고 갈 수가 없어서, 억지로 자신이 노래하는 라이브바? 같은 데로 데려가.

그리고 그곳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그레타에게도 한 곡 불러달라고 해.

그레타는 사양했지만, 사람들의 박수도 받았겠다 자신의 자작곡을 하나 불러. 그렇게 그다지 큰 호응 없이 자리를 마쳤는데,

마침 그 자리에 남자 주인공 댄이 와 있었어.


5. 댄(마크 러팔로)은 과거에 잘나가던 음악제작자였어. 주로 신인들을 발굴해서 키웠는데, 원석을 발견하는 감각이 탁월했던 사람이야.

그 중에 어마어마한 힙합 가수들이 나오면서 덩달아 유명해져서 아예 레이블을 하나 설립을 해.

그런데 댄은 삶이 전반적으로 무너져 있는 상태였어. 아내와는 이혼 직전의 위기에서 별거를 하고 있는 중이고, 딸은 정기적으로 만나곤 있지만, 조금 엇나가고 있는 것 같아 잔소릴 해도 듣지를 않아. 자신도 매일 술에 쩔어 살고 있고, 회사에 가끔 나가보기도 하지만 매번 충돌만 생길 뿐이야.

그러던 하루는, 딸을 학교에서 픽업해서 데려다 주다가, 잠깐 회의가 있어서 회사에 갔는데, 그 자리에서 댄은 해고를 당하게 돼.

공동창업주인 사울이, 댄과의 의견 마찰로 인해서 해고를 한거야. 더 이상 회사엔 자기 편은 없고, 자기가 만든 회사에서 쫓겨나는 꼴을 딸에게까지 보이게 된 거지. 그런 일을 겪고는, 또 술에 취해서는 우연찮게 들린 바에서 그레타의 노래를 듣게 돼.


6. 댄은 다른 사람에게는 설명하기 힘든 그런 능력이 있는데, 재능 있는 사람을 보게 되면, 그가 부르는 노래를 어떻게 어떤식으로 작업하면 최상의 결과물이 나올지를 볼 수 있어.

그래서 그레타가 혼자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를 때, 동시에 댄은 자신의 상상 속에서 세션을 하나씩 추가시키면서 멋진 노래가 완성되는 것을 본 거야.

이 부분에서는 피아노가 들어오고, 드럼이 추가되고, 첼로와 바이올린이 또 함께 하지. 그리고 코러스가 붙으면서 완성된 노래는, 혼자 기타를 치며 부르는 노래와는 완연히 다른 완성된 노래가 되는 거야.

그래서 댄은 서둘러서 그레타를 스카웃하려 하지만, 행색이 말이 아닌 댄의 모습에 그레타는 신뢰를 할 수가 없어서 거절을 하지.

무엇보다 그레타 자신이 지금 막 남자친구와 헤어진 직후라, 음악이고 뭐고 생각할 겨를이 없기 때문이었을 거야.


7. 하지만 댄은 포기하지 않고 그레타를 기다렸다가 다시 한 번 섭외를 해. 그렇게 둘은 댄의 이전 직장인 회사에 가서 한 번 시연을 하지만, 사울은 맘에 들어하지 않아. 무조건 데모를 만들어서 가져오라고 해.

하지만 돈이 없는 댄과 그레타는,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작업을 하기 시작해. 인맥들 총동원 하여서 나름의 밴드를 꾸리고, 뉴욕 길거리에서 녹음을 하는 거야.

뒷골목, 지하철역, 빌딩 옥상, 광장, 호수의 배, 성당 등 야외에서 그렇게 녹음을 해서 음반을 제작을 해.

우리 나라에서도 이것을 모티브로 해서, <비긴 어게인>이라는 예능을 찍었잖아? 가수들이 해외에 나가서, 길거리에서, 항구에서, 시장에서, 식당에서, 그렇게 노래와 음악으로 힐링을 주는 뭐 그런? 바로 이 영화에서 그렇게 나와. 모든 곳에서 노래를 녹음을 하는 거지.


8. 그리고 그 와중에 보면, 이 둘이 뭔가 감정적인 교류가 있고, 썸 타는 듯한 분위기로 서로에게 눈빛을 주고 받는데... 아, 이게 관계가 진전되면 뭔가 애매해 질 것 같은 느낌이 팍팍 들면서, 아까 처음에 말했듯이, '키스하면 안돼!'를 주문처럼 외우면서 보게 돼.

물론 이 과정 자체가 서로를 이해하고, 음악에 대한 진심을 확인하면서 각자가 더 나아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 그래서 영화의 결말은 나름 의미있게 마무리가 돼.

댄은 다시 복직이 되고, 아내와도 화해를 하고 다시 합치게 돼. 그레타는 남자친구였던 데이브가 다시 잘지내고 싶다고 연락이 와서는, 그의 콘서트에 초대를 받아서 가게 돼.

데이브가 소속된 회사에서, 그레타가 선물로 주었던 곡을 맘대로 편곡해서는 발라드를 무슨 댄스음악처럼 만들어서 부르게 했는데, 그것을 원곡대로 부르겠다고 하면서 와달라고 한 거야. 함께 그 노래를 부르자고, 오든 안오든 너의 자리를 만들어 놓고 있겠다고 하면서 말이지.

그레타는 그 콘서트장에 가서, 데이브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다가, 결국 무엇인가를 깨닫고 자리를 떠나. 그렇게 홀로 서기가 시작되는 거지.


9. 이게 대략적인 영화의 내용인데, 내가 당황했던 건 바로 마지막 부분이야.

댄도 가족과 다시 화해하고 재결합 해서는 비긴 어게인이라는 말이 참 어울리게 마무리가 되는데, 그레타는 데이브를 떠난단 말이지.

둘은 합쳐지지 않고 그대로 헤어지게 된 거야. 내가 거기까지는 기억을 못하고는, 그저 분위기 좋은 영화로만 생각하다가, 이 부분에서 생각이 많아지게 되었어.

당연히 흐름상 둘이 잘 되어야 비긴어게인이라는 제목에 맞는 것 아닌가 싶었는데, 그러면 드라마에서도 웅이와 연수가 다시 시작하는 것처럼, 그렇게 다시 시작하는 모습으로 딱 끝날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거지.


10. 그래서, 조금은 당황스런 마음으로 12화를 다시 보는데, 분명 웅이와 연수가 다시 시작하는 게 맞아. 그걸 연수는 몇 번이고 확인하는 모습을 보여줘. 아침 내도록 웅이 연락을 기다리다가, 그렇게 나선 대문 앞에 웅이가 하품하면서 기다리고 있었지. 거기서 꽁냥거리다가, 너 따라오지마, 라고 해놓고서는 연수가 이렇게 물어.


연수 : 최웅. 나 궁금한거 있는데, 우리 다시 만나는 거야?

최웅 : 아니, 그럼 지금까지 아니라고 생각했던 거야?

연수 : 아니, 뭐... 확실히 하는 게 좋으니까.

최웅 : ...이보다 더 어떻게 확실하게 해.

연수 : 웅아.

최웅 : ?

연수 : 앞으로 잘 부탁해.


그리고 뒤에서 한 차례 더 나와. 연수가 일하는 데까지 쫓아온 웅이가, 연수 마칠때까지 기다렸다가 핫도그와 군밤을 들고 기다리고 있지. 그 모습을 본 연수가 말을 해.


연수 : 이러니까 꼭 데이트하는 거 같애. 이제 실감난다. 우리 다시 시작하는 거. 오래 걸렸지, 그치?


이처럼 웅이와 연수는 그렇게 다시 시작해. 서로 빙 둘러왔던 만큼, 이 확인은 재차 해야할 정도로 중요했던 것 같아.


11. 그래서 영화랑 드라마가 달랐던 점이 무엇일까 생각을 좀 해보다가, 바로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는 조건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

그냥 서로 좋아만 하면 되는거 아니냐, 싶기도 하겠지만, 5년의 연애와 5년의 헤어짐이라는 시간은 서로에 대한 확신 보다는 불안감을 더 줄 수 있었을 거야.

그래서 연수의 대사를 보면, 계속해서 반복해서 확인하고픈 것을 말하는데, 바로 최웅이 변했느냐 하는 것이야.

외근을 나가면서 운전 중에 솔이한테 전화를 해서 투정하는 것도 바로 이 내용이지.


연수 : 아니, 내가 먼저 만나자고는 했는데 좀 떨떠름한 반응? 그렇게 만나고 싶어하고 그런 느낌은 아니었어.

솔이 : 그래서, 안 본대?

연수 : 아니, 그건 아닌데... 아 좀 개운하지 않고 찝찝하잖아. 뭐 내가 보자고 해서 억지로 보는 거야 뭐야...

솔이 : 어차피 본다는 거잖아? 그럼 뭐 호들갑이라도 떨면서 막 좋다고 해야 되냐? 야, 니들이 뭐 아직도 열아홉이냐?

연수 : 그래도, 뭔가 최웅답지 않아. 확실히 변했어. 이상해.


변했다, 라고 하는 것은 내가 알던 최웅이 아닐 수도 있다, 라는 불안감과 연결되는 것 같아. 당장의 감정 때문에 다시 시작은 했지만, 그럼에도 5년의 공백은 그 사이에 서로를 어떻게 바꿔놓았을지 모르기 때문일 거야. 그리고 뒷부분에서 한 번 더 장난처럼 이렇게 말을 해. 왜, 엔제이와 스캔들 났던 그 사진에 대해서, 웅이가 해명하면 해명할수록 더 상황을 꼬아버리는 그때, 연수는 삐진 척 집으로 냅다 들어가버려.


연수 : 다 왔네.

최웅 : 야, 너 이대로 들어가면 진짜 이상해져.

연수 : (대문으로 쏙 들어갔다 나오면서) 어? 또 여자 집 앞에 서 있네, 최웅?

최웅 : 야...

연수 : 습관인가, 취미인가? 많이 변했다~


반농처럼 지나간 말이지만, 변했다, 라는 말을 한 번 더 하는 것은 그만큼 연수에게 신경쓰였던 문제였던 거야.

지금 연수에게 있어서 다시 시작하기 위한 조건은, 변치 않아야 한다, 라는 것이야.


12. 왜 내가 이런 생각을 했느냐 하면, 영화를 근거로 설명해 볼게.

영화에서도 계속해서 부딪히는 가치가 이 ‘변하는 것’에 대한 거야.

영화에서 나오는 이들이 벌이는 갈등은 대부분이 여기에 걸려 있다는 거지.

먼저 댄이 공동창업주인 사울과 의견마찰을 빚는 부분인데, 댄은 계속해서 원석을 발견하고 싶어해. 지금 당장 실력이 있거나 잘하는 건 필요 없고, 그 사람에게 가능성이 보이기만 하면 되는 거야. 그러면 자신이 그 가능성을 끌어내 줄 수 있으니까, 계속해서 가능성을 찾아 헤매.

반대로 사울은 회사를 운영해야 하니까, 좀 더 확실한 인재를 원해. 가능성을 보다는 현재의 수준과 실력이 좋은 것을 원하는 것야. 상품성이 있어야 하고, 그래서 회사에 수익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찾고자 하는 거지.

여기서 누가 옳다고 말하긴 그럴 거야. 하지만 이 문제로 둘은 부딪히게 되고, 결국 댄에게 해고를 통보하자 댄은 이럴 순 없다며 반발을 해.


댄 : 여기 있는 모두가 알아! 지금 여기 이렇게 앉아서 일하게 된 건 다 내가 독립 레이블을 시작한 덕분이라고! 그 술집 위층에서, 우린 그때부터 새로운 방식으로 일했어. 가꾸고, 보살펴서, 키우자!

사울 : 모든 건 변해. 시대도 변하고. 사람도 그에 맞춰 변화해야 해. 더는 안 되겠어. 이 일에서 손 떼.


이게 바로 댄과 사울의 가치 차이야. 댄과 사울은, 자신들이 아무것도 없을 때에 그때 일하던 모토, 가꾸고 보살펴서 키우는 것으로 시작을 했던 사람들이야. 그렇게 성공을 맛보기도 했고, 많은 것들을 이루기도 했지. 그래서 댄은 지금도 계속 변함없이 그 가치를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고, 사울은 현실 앞에 변해야 한다고 보는 거야. 모든 것이 다 변하기 때문에, 우리도 당연히 변해야 한다고. 댄은 동의할 수 없는 말이었고, 결국 그 차이 때문에 회사에서 쫓겨나게 되는 거지.

어떻게 보면, 댄은 이상을 쫓아 사는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어. 그래서 사울에게 한 마디 하길 "우리에겐 비전이 필요해!" 라고 말하기도 해.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거야. 이처럼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사이의 갈등이 나타나는데, 이런 댄보다 훨씬 더 이상을 추구하는 사람이 바로 그레타야.


13. 댄이 그레타를 설득하기 위해, 함께 한 자리에서 이런 대화를 나누어. 너는 스타일만 조금 더 가꾸면 대박 날 수 있다고 말이지. 그레타는 그 말에 콧웃음을 치면서, 사람들이 원하는 건 진정성이라고 말을 해. 음악에서 중요한 건, 겉으로 드러나는 가수의 스타일이나 모양이 아니라, 그 노래의 진정성이라고. 물론 댄도 그걸 모르는 건 아냐. 하지만 제작자로써, 일단 사람들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허들을 넘기 위해서는, 스타일을 가꾸는 게 필요하다는 거야.

그런 점에서, 댄보다 그레타가 더 꽉 막혀있다고도 볼 수 있지.


댄 : 들어봐. 아티스트로서 네가 가진 진정성을 버리라는 말이 아냐. 하지만 사람들로 하여금 네 노래를 듣게 만들어야 음악이 진정성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고.


어쨌든 설득을 당한 그레타는 댄과 음반작업을 하기로 해. 돈이 없으니 작업실이나 스튜디오 대신에 길에서, 사람들과 함께 녹음을 하는 거지. 그러다가, 우연히 남자친구였던 데이브가 음악으로 상을 받고는 수상소감을 말하는 걸 보게 돼. 그 수상소감을 통해서, 그레타는 데이브가 완전히 변해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영상 속 데이브 : 전혀 예상 못했는데, 정말 놀랍네요. 아무것도 없이 시작해도 꿈을 좇다 보면 이룰 수 있나 봅니다.


그런데 그레타는 알아. 이런 팝스타? 혹은 록스타가 되는 꿈을 꿔본 적이 없다고 말이지.


그레타 : 그런 꿈 좇은 적은 없는데, 내 기억엔 없어.

댄 : 그거 어떻게 알아?

그레타 : 난 그를 알아요.

댄 : 혼자만 꿈꿨나 보지. 너한텐 말 안하고.

그레타 : (한숨) 지난 5년 간 난 누구랑 지낸 거지?

댄 : 록스타 지망생이겠지. 자신도 몰랐을 뿐 상관도 안 했고. 하지만 스타가 되어본 이상 절대 헤어나오지 못해. 그들은 음악에 빠지고, 조명에 빠지고, 투어에 빠지고, 여자에 빠지고 등등. 그리고 아무리 노력해도 절대 행복하게 해주지 못해.


여기서 그레타는, 데이브가 자신과 같이 지내던 시절과 완전히 달라졌다는 걸 알게 되고는 혼란스러워 해. 함께 음악을 만들고, 서로를 위해 노랠 불러주면서 그렇게 5년을 함께 해왔어. 마침 또 연애 기간도 딱 5년이네. 암튼, 그렇게 서로에 대해 잘 안다 생각했고, 음악은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한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그 이상의 가치를 담고 있었지. 인기와 흥행이 아니라, 음악이 주는 순수한 기쁨을 누린다고 생각했을 거야. 그런데, 이 남자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거고.


14. 그러다가 나중에 그레타는 데이브를 만나게 돼. 데이브는 바람을 폈던 여자와는 헤어졌고, 그레타에게 다시 잘 해보고 싶다고 말해. 그러면서 데이브는 그레타에서 선물 받았던 곡 <Lost stars>라는 노래를 새로 편곡했는데 평가를 해달라고 해. 여기에서 그레타는 데이브가 너무 변했다는 것을 알게 돼.


데이브 : 자, 어때?

그레타 : (망설이며) 다시 한 번 들어봐야겠어.

데이브 : 안돼. 처음 듣고 난 느낌을 말해줘.

그레타 : 내 첫느낌? 좋아. 내 생각엔... 노래가 묻힌 것 같아. <Lost stars>는 내가 발라드로 쓴 곡인데, 이건 무슨 공연장 노래 같달까.

데이브 : 그렇긴 한데, 히트곡을 만들고 싶었어.

그레타 : 왜?

데이브 : 왜라니? 이 곡을 쓴 건 너야. 네 이름도 오른다구. 굉장한 일이잖아.

그레타 : 하지만 그 와중에 노래가 사라지면 안되잖아. 그 섬세함이 말이야. 내 생각엔 다시 믹싱을 하는 게 좋겠어.

데이브 : 하지만 이 곡이 얼마나 인기가 좋은데. 라이브로 보면 반응이 최고라니까? 실내 공기마저 바꿔놓는다구.

그레타 : 다른 사람 생각에 왜 그리 집착해? 우리 노래잖아?

데이브 : 그렇지만 음악은 공유하기 위해 있는 거야.

그레타 : 그 곡은 아냐.


그렇게 살짝 언성이 높아지는 듯 하다가, 그레타가 이렇게 말해.


그레타 : 내 생각엔... 모든 게 변해 버렸어. 그래서 적응하기가 좀 힘들어.

데이브 : 알아. 이해해. 하지만 헤쳐나갈 수 있어. 우리가 함께라면 말이야.


그렇게 데이브는 토요일 공연에 와서, 네 노래에 얼마나 사람들이 열광하는지를 보여주고 싶다면서 초대를 해. 그레타는 그렇게 공연장에 찾아가고, 그곳에서 열창하는 데이브와 열광하는 사람들을 보게 돼. 처음엔 웃는 얼굴로 보고 있지만, 점차 표정이 사라지면서, 결국 눈물을 흘리면서 나가버려.


15. 그레타는 자신과 함께 하던 데이브가 아님을 본 것 같아.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고 판단을 했던 거야. 그리고 그레타는, 댄과 함께 만든 음반이 레이블에서 호평을 받고 계약을 앞두고 있다가, 어느정도 타협을 해야할지도 모른다는 말에, 최종적으로는 계약을 거절해. 그리고는 그냥 인터넷에다가 1달러에 올려버려. 누구든 살 수 있도록. 그레타는 끝까지 자신의 가치를 지키고 싶었고, 함께 할 수 없었던 데이브와는 결별을 선택한 거지. 헤어졌던 연인을 다시 만나고 싶어하는 것은 똑같았지만, 그럼에도 결국 함께하지 못했던 건 그 연인이 너무 변해버렸다는 거야. 함께 자유롭게 음악을 만들고 나누고 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어느새 인기와 명예를 쫓아가는 모습은 도저히 함께 할 수 없게 만든거야.

그래서 이 영화에서는, 변한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음악으로 하고 있는 것 같아. 변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들(댄과 그레타)과 변해버린 사람들(사울과 데이브)이 각각 대조를 이루면서 나오는 거지. 그래서 그레타에게 있어서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데이브와의 관계를 청산하고 홀로 서는 것을 의미해. 매이지 아니하고,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려고, 그렇게 새롭게 시작을 하는 거지.


16. 그런 점에서, 드라마로 돌아와서 다시 생각해 보면, 연수는 끊임없이 웅이가 변한 것 같다고 말해 왔어. 그 마음이 커져서 짝사람임을 인지하면서도, 웅이는 그러지 않았었다고,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이 알던 모습과 전혀 달랐다는 것을 매번 짚고 넘어갔지. 웅이는 날 이렇게 부르지 않아요, 웅이는 날 이렇게 바라보지 않아요, 하면서.. 자신을 낯설게 대하는 웅이의 모습에 혼란스러워 했던 거야.


17. 그런데 여기에 대해서 연수 스스로가 다시 한 번 확인을 하게 되는 장면이, 박물관에서 자기를 몰래 따라와서 기다리던 웅이를 만났을 때야. 웅이가 자신에게 다가와서, 주말은 멀어, 라고 말을 할 때, 그때 연수는 이런 독백을 해.


연수 : 잊고 있었어요. 내가 사랑한 건, 변하든 변하지 않든, 최웅, 그 유일함을 사랑했다는 걸.


여기서는 "유일함"이라는 말에 주목을 할 필요가 있어. 변하든 변하지 않든 그 유일함을 사랑했다, 라는 것은, '변한다-변하지 않는다' 라는 모든 가치를 덮을 수 있는 개념이기 때문이야. '변한다-변하지 않는다' 라는 것은 결국 상대적인 거지. 어떤 한 기준에서, 변했다, 변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게 되는 거야. 하지만 유일함은 바로 그 기준 자체가 되는 거야. 그렇기에, 유일함은 '변한다-변하지않는다'에 매여있지 않아. 변했다고 말할수도 없고, 백번 양보해서 변했다 하더라도, 그 변함 자체가 기준이 되기에 변했다고 말할 수가 없는 게 '유일함'이야. 다른 것으로 대신 할 수 없을뿐만 아니라, 그 가치를 스스로 가지고 있는 게 유일함이지.

그러니 연수는, 이제까지 웅이를 '변했다-변하지않았다'는 개념으로 끊임없이 생각하고 판단해왔어. 이런 표정, 이런 말투, 이런 행동이 자신이 알던 과거의 웅이와 어떻게 같고 어떻게 다른지를 가지고 끊임없이 생각을 해온거야. 변하지 않은 걸 발견했을 때는 안도하지만, 변한 것을 발견할 때는 불안해져. 그 사이에서 널을 뛰는 거지.


18. 사실 드라마 전체가 여기에 기초하고 있다고 봐도 될 거 같아. 여기에 제일 민감했던 사람이 바로 웅이였고, 웅이가 보여주는 그림들이 이 가치를 담고 있어. 변하지 않는 것을 좋아한 사람이 웅이잖아. 사람은 자꾸 변하기 때문에, 그 변하는 것에 대한 실망과 좌절을 알기 때문에 사람을 그리지 않고 항상 변치 않는 가치만을 그리고 싶어 해. 가장 어렸을 적의 기억이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고 있는 거고, 그 앞에서 웅이는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동경으로 자신의 그림을 채우고 있던 거지.

그리고 자신 또한 그 비슷한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아.

그래서 이번 화는 이런 웅이의 특징을 또 다른 면에서 보여주는 것 같아. 연수를 향한 마음은 물론이고, 친구를 향한 모습도 여전한 걸 보여줘. 지웅이가 아파서 누워있을 때, 약간 날이 서있는 지웅이의 곁을 떠나지 않아. 분명 사랑의 문제로 얽혀있음을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웅이를 향한 우정의 모습을 놓지를 않아. 좀 꺼져줄래? 라는 말에도, 굳이 불편하게 바닥에 누워서 끝까지 자리를 지키지. 이게 참 쉽지 않은 일일텐데, 웅이는 그러고 있어. 결국 열이 다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너 우리집에서 살래? 그러고는 한마디 하잖아. "야, 잠은 집에서 자. 여기서 집은, 내 집도 포함."

그런 변치 않는 웅이의 모습 앞에, 지웅이는 어떤 감정을 가지게 될까. 마지막 에필로그의 장면으로 보면, 약간의 비참함이 아니었나 생각이 돼. 혼자만 또 나쁜 새끼가 되는 것을 그만두고 싶다고. 만약 지웅이의 도발이나 도전에 웅이가 응전을 했다면, 그 둘 사이는 변할 수밖에 없어. 그러면 서로 주거니 받거니, 그렇게 뭔가 변화가 생길 거야. 관계의 변화든, 감정의 변화든, 어떻게든 뭔가 바뀌게 될 거고, 그러면 지웅이만의 문제가 아니라 웅이도 그 안에서 얽히게 돼.

그런데, 웅이는 응전을 하지 않아. 그대로 놔두고, 그대로 보면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어. 그러니 지웅이는, 변함 없는 웅이의 모습 앞에, 할 수 있는 게 없는 거고, 자기만 나쁜 놈이 되어가는 상황이 싫었을 거야. 그만 두고 싶은 타이밍이 지금이면 좋겠다는 게 그런 의미가 아닐까 싶어.


19. 그래서 다시 연수와의 관계로 돌아와서, 연수가 박물관에서 깨달음과도 같은 인식에 부응하는 것이 바로 미술관의 장면이라고 생각해. 연수는 박물관에서 웅이의 유일함을 깨닫고, 더 이상 변하는것과 변하지 않는 것 사이의 고민을 종식시켜. 분명 그 관계를 다시 시작했지만, 그럼에도 끊임없이 불안하게 만들었던 그 개념에 대해서 완전히 정리를 하는거야.

그리고 이러한 연수의 깨달음에 대치되어서, 웅이의 깨달음은 자신이 그림을 그리는 모든 순간 연수를 생각하고, 연수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거야. 그림 그릴 때 무슨 생각을 하느냐는 연수의 질문에, 생각해 본적 없다고 말을 해. 아마 그랬을 거야. 너무 자연스러운 것이었기 때문에, 의식해 본적 없기 때문에, 그래서 당장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겠지.

하지만 자신이 해왔던 그 완벽한 상상, 그 상상의 그림 속으로 연수가 비집고 들어와있는 지금 이 순간, 자신의 모든 순간들이 연수를 향하고 있었고, 연수로 채워져 있었음을 알게 되는거야. 연수에게 최웅이 가지는 그 유일함이, 이젠 최웅에게 연수가 가지는 유일함으로 완성되는 거지.


최웅 : 가늘게 긋는 선 하나에, 움직이는 초침 한 칸에, 그 모든 해에, 그 모든 순간에, 국연수가 없었던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앞으로도, 내 모든 시간을, 국연수를 사랑하는 데 쓸거에요.


서로가 서로의 유일함임을 알게 된 것이고, 이 유일함 앞에서는 변하는 것도 변하지 않는 것도 의미를 잃게 되는 거야.


20. 그런 의미에서, 지웅이와 엔제이의 취중대화는 웅-연수 커플의 대척점에 있어.

변하지 않음, 혹은 변하지않았음의 의미가 웅-연수 커플에게는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나지만, 지웅이와 엔제이에게는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나게 되는 거야.

서로가 서로를 향해 있을 때에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토록 좋을 수가 없어. 그러나 이게 짝사랑일 때에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렇게 힘들 수가 없는 거지.

그래서 짝사랑이란 어려운 거야.


엔제이 : 더럽고 치사해서 관둔다 내가. 아, 마지막 말은 취소.

지웅 : 알아요

엔제이 : 뭘요? 못그만 둘거? 재수없어. 아니 아니, 피디님 말고 이 모든 거지같은 상황에 대해 말하는 거예요.

지웅 : 괜찮아져요. 혼자 좋아하는 거, 그거 처음엔 힘들다가, 그 다음엔 더 힘들다가, 그 다음엔 정말 죽을만큼 힘들다, 나중엔 그마저도 괜찮아져요.

엔제이 : 그만둘수도 있어진다구요?

지웅 : 아니요. 힘들게 좋아하는 거, 그거 익숙해 져서, 아파도 아픈거 같지 않고, 괴로워도 괴로운거 같지 않거든요.

엔제이 : 그럼... 언제쯤 끝나는데요?

지웅 : 그건... 생각 안해봤는데?

엔제이 : 짝사랑, 절망편.


21. 짝사랑에 대해서, 옛날에 읽었던 소설의 한 꼭지를 가져왔어. 짝사랑이 왜 힘든지에 대해서 잘 설명한 거 같아서 인용할게.


"인간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랑이 뭔지 아십니까? 짝사랑이지요. 그럼 인간들 사이에서 가장 무서운 병이 뭔지 아십니까? 상사병이올시다. 왜 그런 줄 아십니까? 짝사랑과 상사병은 상대를 변화시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슬프고 아프지요. 참 글러먹은 문제입니다. 짝사랑을 하면 그냥 그 사랑을 소중히 여기면 될 문제인데 말입니다. 상대에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하기 때문에 꼭 그것 때문에 슬퍼하고 아파해야 된단 말입니다. 상대도 날 봐주었으면, 날 생각해 주었으면, 날 사랑해 주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고, 그 바람이 이루어지지 않으니까 고장이 나버리지요. 고약하다면 고약한 것이고, 동정하려고 들면 정말 동정받을 일이라고 생각되는군요.“


짝사랑이 힘들고 아픈 이유를, 드라마의 관점과 동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거야.

상대가 변함이 없다는 것이, 짝사랑하는 사람에겐 부정적인 의미로 돌아오기 때문이야.

웅이와 연수가 '변함이 없음'을 넘어서 서로의 '유일함'을 깨닫게 되었다면,

지웅이와 엔제이는 그 '변함이 없음' 앞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게 되는 것이지. 동병상련이라는 말로 아주 잘 설명이 되고.


22. 정리하자면, 영화에서는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사이에서,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의지대로 가치를 따라 가는 것을 보여주면서, 어떤 선택도 사실은 의미가 있음을 보여준 것 같아. 데이브는 데이브대로 인기를 구가하며 살았을 거고, 그레타는 그레타대로 자기 음악을 하며 살았겠지. 사울은 여전히 회사를 생각하면서 시대에 맞춰 변화를 추구했을 거고, 댄은 가족과 함께 자신의 신념대로 가능성 있는 사람을 계속 찾아 다녔을 거야. 함께는 아니지만, 각자가 선택한 길에서 다시 시작을 하게 된 거야. 즉 함께가 아니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게 아닐까. 어느 한쪽이 절대적인 가치가 아니라 사람마다 다른 가치이기에 존중 받을 필요도 있고 말이지.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둘이서 다시 시작을 하는 거지. 그 차이는 결국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사이의 문제였고, 그것을 초월하는 과정을 보여준 것이고.

물론 서브 남주-여주에게는 힘든 사랑이 다시 시작되는 것일거고.


23. 그래서 나는 다시 시작한다는 제목의 <비긴 어게인>이 가진 의미가 이런 거라고 봐. 수많은 명품짤을 만들어 낸 이번 화의 진짜 가치는,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근거, 즉 서로의 유일함을 확인한 것에 있지 않을까 하는 거야.

이제, 다음 화인 러브 액츄얼리에서 이 둘은 사랑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서로를 위해 달려갈거야. 서로의 유일함을 확인하면서 시작된 비긴 어게인은, 감정과 의지를 갖춘 사랑의 성장으로 러브 액츄얼리로 가는거지ㅎㅎ


24. 쓰다보니 또 길어졌네. 쉽게 생각하고 덤볐다가, 생각 외로 애먹은 화였어.(왜 그레타랑 데이브는 헤어져가지고...)

반박은 넣어둬... 그냥 그렇구나, 하자 우리..

긴글 보느라 고생했고, 읽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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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5화 리뷰 / 세얼간이에 대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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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4화 리뷰 / 인생은 무엇으로 아름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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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3화 리뷰 / 사랑은 어디에나 있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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