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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갤문학] 의지.

언갤러(212.89) 2024.01.10 18:26:56
조회 204 추천 11 댓글 4

1.

- 옛날 옛적에, 에봇산에 괴물들이 모두 갇혀 있었을 시절엔 아무도 희망을 느끼지 못했어요. 그저 하루하루를 아무생각 없이 보내며, 내일은 또 어떤 어둠이 자신들을 찾아올까.. 고민했을 뿐이였죠. 그러던 어느 날, 한 꼬마아이가 지하로 떨어졌어요. 그 아이는 자신을 공격하는 괴물들에게 자비로운 모습을 보여줬었죠. 그리고 마침내 지하에서 모두가 나올 수 있게 되자, 아이는...


쓸모없었다. 왜 괴물들이 그 안에 갇혀있었고, 어떻게 밖으로 나올 수 있었는지는 전혀 알려주지 않았으니까. 이도저도 아닌, 그저 어린아이들 수준의 동화책에나 나올 이야기였다.

그럼에도 프리스크는 교실에서 눈을 때지 못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정다운 교실의 분위기가 아침 햇살을 받아 너울이며 여기저기로 퍼져나가는 것만 같았다.

아이들은 삼삼오오 책상에 둘러앉아 잡담을 나누고 있었고, 그 중앙에 서 있는 선생님으로 보이는 여성은 조용히 하라며 입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고 있었다. 햇살이 책상에 닿자 뽀얀 먼지들이 나풀거리는 게 선명히 눈에 들어왔다.


- 이번 문제는 반장이 나와서 한번 풀어볼까요?


항상 그랬다. 모든 문제에 직면해야만 하는 사명은 오롯이 프리스크의 몫이였다. 괴물들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도, 공격을 퍼붓는것도 프리스크다. 아무도 그런 일을 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는데도. 이미 충분히 작은 눈을 더 가늘이던 아이는, 작은 콧방귀를 뀌며 뒤로 홱 돌아섰다.



2.

하늘은 바다보다도 푸르렀고, 땅은 잎보다도 싱그러웠다. 그리고 프리스크는, 지금 막 저 나무에 있는 잎들이 바람을 받아 우수수 떨어질것이라고 속으로 예측해보고 있었다.

바스락-

아니나 다를까, 프리스크의 예측은 빗나가지 않았다. 보통의 어린아이라면 자신이 맞췄다며 방방 뛰면서 부모님께 달려갔을 상황인데, 프리스크는 그저 떨어진 잎들을 응시했다.

프리스크는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팔을 허공에 휘저으며 미친듯이 뛰었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쪽으로 향했지만, 프리스크는 그런건 신경쓰지도 않는지 끊임없이 달렸다. 그러나, 숨은 가빠지질 않았다.

탁탁거리는 소리와 함께 계속해서 발을 내딛던 프리스크는 마침내 멈춰섰다. 그리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마침 개미들이 줄을 지어 먹이를 옮기고 있었다. 프리스크는 가지고 있던 빵을 꺼내 천천히 조각냈다. 몇 조각을 뜯어내 개미들의 옆에 놓아두곤, 남은 빵은 입에 탈탈 털어넣었다.

퍽퍽하고 질긴 빵을 우물이던 프리스크는, 갑자기 떨어지는 빗방울에 고개를 갸웃였다. 금방 그치겠거니 싶던 비는 끝도없이 쏟아져내리기 시작했다. 난데없는 폭우에 당황한 프리스크는 재빨리 자리를 피했다.



3.

- ...아이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몰랐지만, 확실한것은 멈추어선 안된다는 것이였죠. 아이의 길엔 끝이 없었습니다. 무한히 이어진 길을 걸으며 새로운 경험을 해보려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작은 풀가지들도 화려한 꽃도 계속보니 점차 질려가기 시작했죠.

- 그래서 아이는 점차 다르게 행동하기 시작했어요. 식물들을 모두 뜯어 한데 모아놓기도 하고, 꽃들만 빼고 모두 태워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길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어요. 정해진 선로를 달리는 기차처럼,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가는 것을 제외하곤 아무런 것들도 할 수 없었답니다.

- 점차 모든게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리 꽃들과 풀을 뜯어내도, 길을 지나기 시작하면 그것들은 다시 멀쩡하게 자라있기 마련이였으니깐요. 포기하지 않으려 부던히도 노력했었죠. 하지만 결국 깨달아 버리고 말았어요. 내가 둥글게 이어진 선로를 몇번이고 다시 걷고 있었다는 걸.



4.

빗줄기는 점차 거세지고 있었다. 지나갈 가랑비라고 생각했던 비는 굵게 그어진 선처럼 두둑이며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 덕분인지 아이는 낡은 지붕 밑에서 한참을 앉아 있었다. 널판지에 부딪혀 기분 나쁘게 즈즉거리던 빗방울은 점차 프리스크에게로 향했다. 바닥에 쭈그려 앉아있던 아이는 몸을 더욱 작게 웅크렸다. 허나, 실로 오랜만에 내리는 폭우였다. 그제야 생각보다 비가 길어질 것이라는 걸 눈치챈 프리스크는 비적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프리스크?"


순간, 비가 멈춰버린 것만 같았다. 귀에 거슬리던 빗소리는 점차 잦아들었고, 몸에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의 차가운 감촉은 더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끼긱이며 일정히 굴러가던 시간이 오작동을 일으킨 것 같았다.


"헤,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야?"


다행히도 그 목소리의 주인은 게으른 해골이였다. 다른 괴물들이였다면, 사라진 아이를 찾았으니 당장이라도 끌고 갔을테니까. 몇년 동안이나 만나지 못했음에도 해골은 마치 어젯까지도 본 친구처럼 살갑게 말을 걸어왔다. 프리스크는 뭔갈 말하려 시도했지만, 차마 입이 때어지질 않았다.

할 말이 없기도 했거니와, 애초에 '샌즈' 라는 괴물에 대해 그리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아는 것이라곤 눈치가 빠르고 힘을 숨기고 있다는 것 정도. 능청스레 실없는 농담들을 던지며 모두와 친하게 지내지만, 정작 그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괴물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뭐어, 어쨌든 이런 '뼈'가 시리도록 추운 날씨에 밖에서 뛰어노는 건 그리 좋은 생각인 것 같진 않은데 말야."

"싫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잠깐 우리집에라도 와서 쉬는 게 어때-"


그 순간, 서늘한 바람을 맞아 가들어지던 아이의 몸이 쓰러졌다. 해골은 짐짓 놀란 듯, 동공을 잠시 감추었다. 허나, 언제 그랬냐는 듯 가볍게 손을 뻗어 아이의 이마에 가져가 대었다. ...뜨거웠다. 그것도 용암처럼. 자신은 해골인지라 인간의 병에 걸려본 적은 없었지만, 확실한건 이대로 놔두면 이 아이는 죽을것이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

누군가가 속삭였다. '그게 네가 바라던 일이잖아? 완벽한 동기와 정당한 이유가 있는데, 굳이 마다할 이유가 있어?' 샌즈는 그 말을 가까스로 무시했다. 그리곤 유리로 만들어진 인형을 안듯 조심스레 팔로 아이의 몸을 감쌌다. 눈 깜빡일 새도 없이, 샌즈는 지름길로 방향을 틀어 자리를 옮겼다.



5.

생이 나에게로 걸어온다.
죽음이 나에게로 걸어온다.
생에서 사로,
너는 지치지도 않고 걸어온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야 마는 것이다.
서럽지 않다,
이만하면 되었다,
된것이다 하고.


--------------------------------------------------------------------------

2년인가 1년전인가 의기양양하게 장편을 써봐야지 하고 시작했던 건데
결국 미완으로 드랍함

있는 것까진 마저 올릴 예정이고
중간에 나오는 독백 닮은 건 그 도깨비라고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책에서 차용한거
내가 직접 쓴거 아님ㅇㅇ

옛적에 쓴거라 필력주의
갤에 문학이 안보여서 찌라시라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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