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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갤문학] 머샌이 바다보는 글.

ㅇㅇ(212.89) 2024.09.03 15:33:23
조회 140 추천 5 댓글 0




저번에 머샌이 환각 보는 글은 올려두고 번외는 안 올려놨던 것 같더라


아들럼은 굴려야 제맛







*

파도가 들어닥친다. 해골은 제 발을 널름거리며 집어 삼키는 물살을 올곧게 바라보다가도, 다시 버거운 듯 도망가는 해일에게로 멀거니 시선을 옮겼다.

칙칙한 바다가 뱉어내는 바람이 거칠게 관자놀이를 쓸고 지나간다. 얄랑하게 귓가에 머물던 속삭임이, 그에 묻혀 서서히 사라진다. 고요함만이 자리에 남아 그의 곁을 지켰다.

해골은 천천히 눈을 감고서, 그 고요함을 만끽했다. 그가 푹 눌러쓰고 있던 모자가 나풀거리며 허공을 짓씹다- 이내 툭 뱉어내듯 뒤로 넘어갔다.

"샌즈, 여기서 뭐해?"

순간, 그의 눈동자가 격렬하게 흔들린다. 곧 중심을 잃고 스러지기라도 할 것마냥 급격한 움직임이였다. 해골은 목도리를 꾹 붙들고, 숨을 깊게 내쉰 다음에야 제대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어, 동생.
...잠깐 바다나 좀 보고 있었어.

얄궃게 찰랑거리는 파도가 그 대답을 비웃듯 그의 발을 몇번 더 핧고서야 물러난다. 그는 애써 시선을 두지 않으려 노력하며 천천히 고개를 올렸다.

중력에 구애받지 않는 듯한, 해골의 머리 하나가 그 위에 둥실 떠 있다. 이곳저곳이 헤진채로도 잘 매여있는 붉으런 목도리를 마구 휘갈기며. 그야말로 악몽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풍경을 보였다.

"아직 해야 할 일이 산더미라고, 형! 처리하지 못한 괴물들이 쌓였어. 다시 일을 시작해야지!"

하고 싶지도 않아. 그 말이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나왔는지는 잘 모르겠다. 해골은 그저 잠시 고개를 수그리고서 시선을 피했다. 금방이라도 저 파도에 뛰어들고 싶었다. 어디든 상관 없으니까, 이 불공평한 책임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럼에도 이게 그 스스로가 불러온 일이며, 자기 자신의 손으로 마무리지어야 함은 너무나도 명확했다.

조금만, 조금만 뒤에.

"형은 늘 그렇게 말하곤 했지. 생각해봐, 처음 괴물을 죽였을때도 그랬어."

"뼈가 우수수 박힌 괴물이 비명을 질러대는데, 형은 끝내지도 못하고 조금만, 그렇게 말하면서 머뭇거렸잖아!"

그건.
내가 한 일이.

"형이였어, 그건."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이때까지 죽인 괴물들의 영혼이 기도를 붙들고서, 내 목숨을 살려내라 괴성을 질러대는 것만 같았다. 발끝에 채이는 게 고작 파도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손아귀인지 알 수가 없다.

"처음으로 날 그렇게 만든 것도 잊었다고 할 셈이야?"

"형, 형은 그런 괴물이였잖아. 계속 나한테 뼈를 하나씩 꽂으면서도."

그만.

"하염없이 울었잖아."

아니야.

"그리고 난, 여전히 형을 믿는다고 했었지. 형은 나아질 수 있어! 라고."

"그런데 형은."

내가.

"그런 내 가슴팍에 가장 날카로운 뼈를 박아넣고, 또 나를 안고. 엉망이 된 얼굴로 계속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대로 균형을 잃고 허물어진다. 휘청거리며 가냘프게 바닥을 짚던 다리가, 겨우 움직인다. 천천히. 흡사 시체의 걸음걸이를 닮아 흐느적하게. 탐욕스럽게 혀를 날름거리는 바다의 입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느릿하게 다리를, 가슴을, 목을 삼킨 바다는 지치지도 않고 철렁거리며 조급하게 그를 집어 삼켰다. 이내 거센 해류가 모조리 해골을 삼키고 나자.

하염없이 가라 앉는다. 두 눈에 비춰지는 건 시퍼런 물결 뿐이고, 거무죽죽한 거품이 주위에 가득 올라온다. 빛은 점차 흐려진다. 이제 어디가 바닥이고 천장인지 구분할 수 없다. 그저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다는 막연한 감정 하나뿐.

동그랗던 거품들이 흐트러지더니, 이내 갈고리 모양으로 변했다. 시커먼 갈고리가 그의 살을 꿰어 뜯어낸다.

"전부 네 잘못이야."

미안해. 그렇게 답해주고 싶었으나, 뭍에 내던져진 물고기마냥 입은 뻐끔거릴 뿐이다. 와중에도 그 뻐끔거림에서 태어난 거품들이 또 다른 물음이 되어 살을 파고든다.

물살을 헤치려 뻗은 손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빛을 움켜줘려 주먹을 쥐었으나 빛은 미끄러지듯 손을 딛고 넘어간다.

눈이 점차 감겨온다. 나른함과 피로감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엉망진창이 되어 엉켰다. 이젠 아무래도 좋아. 주제도 잊고 날아오른 죗값을 치루겠다. 감히 물고기로 태어나 하늘을 탐한 욕망을 저주하겠다. 그러니 의식을 거두어줬으면 좋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내가 더 이상 하늘을 볼 수 없도록.
하늘을 기억하지 못하도록.
검푸른 바다만이 나의 집이였음을.

지독하도록 시린 꿈에서 깨어날 시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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