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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UNDERGROUND OF DELTA-10:메아리모바일에서 작성

언갤러(121.166) 2024.10.09 11:05:44
조회 132 추천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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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의 진동이 멎고, 또다른 존재가 먼지 가운데에서 조용히 나타난다.
먼지 속의 실루엣은 좌우로 흔들리는 팔의 움직임을 멈추고, 가을 낙엽이 흩날리듯 바닥에 천천히 쓰러졌다.
텅 빈 통이 바닥에 부딪히는 것 같은 소리가 공허에 울린다.


"...이정도라니..."
슬리퍼가 바닥에 붙고, 떨어지는 소리가 실루엣에 다가간다.
발소리의 주인의 점퍼가 주머니에 들어있는 무언가에 걸려, 조금 부자연스럽게 바람에 흔들린다.
"...지금은 핫도그는 없어서, 이걸로 어떻게든 해봐."
먼지 속에 케첩 통이 던져진다.
플라스틱 통이 조금 구겨지는 소리가 난다.


"타이밍 좋았어, 또다른 나."
먼지가 날리는 도플갱어 해골이 바닥에 엎어진 채, 우리와 함께한 해골에게 윙크를 했다.













피처럼 붉은 케첩이 해골의 입 안으로 들어간다.
흩어지는 먼지들이 조금씩 제 자리를 찾아간다.
"....어, 그러니까. 저분이 델타룬의 샌즈. 이쪽은 언더- ...이세계의 샌즈다, 이거죠?"
플라멋은 검 손잡이에 손을 올리며, 케첩이 입 밖으로 나오는 것도 모른 채 붉은 액체를 들이키는 샌즈를 바라봤다.
"오랫동안 알았던 사이야."
"얘기 종종 나누고 그랬는데, 요즘은 별로 그럴 일이 없더라고."
샌즈는 머리빗으로 머리를 빗기 시작했다.
난 유리벽에 기대, 케첩 통을 뚜껑을 떼고 입에다 탈탈 털어대는 샌즈에게 물었다.

"우리 세계 쪽 상황은?"

"....."
아무것도 남지 않은 케첩 통이 바닥에 나뒹군다.
"...본론으로 바로 가자는 거지, 꼬맹이?"
"뭐, 그렇게 희망적인 편은 아냐."
"그런다고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난 플라멋이 기대던 검을 뺐었다.
'델타룬 샌즈 언텔에서 왔다는 거 죄다 틀렸네...'따위의 말을 중얼거리던 녀석은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똑바로 말해."
서슬퍼런 검날이 해골의 목뼈에 닿았다.
"또 빙빙 돌리지 말고."


뼈를 긁는 소리가 케첩으로 흥건한 입에서 새어나온다.
"헤헤헤..."
"이렇게 협박을 하든 뭘 하든 상관 없어."

"너네 친구...랄세이라던가?"
"그 녀석이 살아있는 모든 것에 불덩이를 날려댄다고만 하면 다 말했지."
"그래서 꽤 고생했어. 보다시피, 난 살아있으니까."
"...저 샌즈가 날 여기로 부르지 않았다면, 난 가루까지 타버려 흔적도 안 남았을 걸."

......
저 해골의 말이 맞다.
확실히, 그 미친 염소는 그러고도 남을 놈이다.
여기서 이래봐야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없다.
난 샌즈의 목덜미에서 검을 치우고, 이쪽 샌즈로 고개를 돌렸다.
"좋아, 샌즈. 그러면 수지, 노엘, 토리엘을 어떻게 했는지나 말해."
내가 검으로 협박한 샌즈가 날 올려다봤다.
"그러면 난 내 할 거 해도 되는거지?"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녀석은 유리벽 같은 결계에 기대 눈을 감았다.













막상 별건 없었다.
단지 우리는 공허로 떨어뜨린 것 뿐이고, 지금쯤 그들은 자기 집에서 쉬고 있을 거라는 것 뿐이었다.
물론 대단한 답을 원했던 건 아니었다.
더 대단한 답을 원하는 질문은 두 개나 있으니까.




"넌 랄세이랑 무슨 관계지?"
계속해서 묻고 싶던 질문이다.
같은 모습의 블래스터.
영혼을 파란 영혼으로 바꾸는 능력.
이 공통점이, 과연 우연일까?
예상했듯, 샌즈의 거짓된 웃음에 식은땀이 맺혔다.
"음....그 질문,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 같은데."
"그냥.....같은 '번지'에 살았다는 것만 말해둘게."
또 질문을 회피한다.
교묘한 대답과 치명적인 질문으로부터의 도피.
마치 인형사의 손놀림 같은, 쫓고 쫓기는 밀고 당김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농담말고, 내가 원하는 건 대답이야."
"이봐, 나도 잘 아는 건 아니라고."
"정 물어볼거면 저 샌즈에게 물어봐."
빛 없는 안공이 편히 자고있는 해골에게 향한다.
뒤에서는 플라멋의 날카로운 눈초리가 따끔거린다.

...괜히 저 녀석이랑 문제 만든다고 좋을 거 없다.
나는 대단한 답을 원하는 두번째 질문으로 주제를 돌렸다.














"아까 저 녀석을 부른 거, 어떻게 한거야?"
샌즈의 식은땀이 언제 있었는지도 모르게 사라졌다.

"아, 이건 '메아리'라는 거야."
"운 좋게 얻은, 다른 샌즈들에게는 없는 힘."
다른 샌즈들...
역시 저놈도 알고 있었어.
"확신하고 있나보네?"
"비슷한 힘은 있어도, 완전히 같은 건 없지."
"다른 샌즈들을 마음대로 부를 수 있는 힘은 있지만, 그게 제한시간이 있는 건 아니잖아?"
"그리고 그 샌즈들이 이 세계에 피해를 주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꿈으로 인식하는 것도 아니지."
"....부른 존재가 샌즈라는 가정도 없고."
"그냥 자기가 부르고 싶어서 부르고, 보내고 싶어서 보내고, 죽이고 싶어서 죽이는 거야."
말을 빙빙 돌리는 건 해골이라는 종족의 특징인 것 같다.
"...똑바로 말하지 그래?"
"워, 내 말 제대로 듣긴 한거야?"
"아까 말한 그대로야."



'메아리'...
확실히 흥미로운 힘이긴 하다.
그러한 만큼, 안정성도 실용성도 확연히 떨어진다.
피해를 주지 못한다면 싸울 수도 없고, 그 존재가 되려 자신의 적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제약에다가 제한시간까지 있는데...
굳이 쓸 힘은 아닌 것 같다.



"...그래, 네 말이 맞아."
...?
"나도 잘 안 쓰는 편이긴 해."
"잠깐, 방금 너..."
"그래도, 나한테 좋게 대하는 애들을 만나서 걔네들하고 자주 얘기하고 그래."
"아예 쓸모없는 건 아니지."
"그것보다, 방금 너 내 생각을-"
내가 어쩌다 말을 뱉었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따져본다고 나쁠 건 없다.
해골은 내 반응을 지켜보며 실실 웃는다.
"아, 반응이 너무 뻔해서."
"네 생각 정도야 훤히 보인다고."



"우리 구면이잖아, 그렇지?"






다시 차가운 검이 해골의 목을 겨눴다.


"당장 사실대로 말해."
"처자고 있는 녀석은 몰라도, 나랑 네가 구면이라고?"

"너...대체 정체가 뭐야?"

즐거움 따위는 느껴지지 않는 웃음이 공기를 긁어댄다.
"난 샌즈야."
"너랑은 이미 질리도록 만난 뼈다귀, 샌즈."
"그리고..."







"뭐, 뭐야??"
플라멋의 질문이라 말하기 애매한 질문은 그 누구도 향하지 않았다.
물론, 곤히 잠든 해골이 이상한 빛을 내뿜고 있다면 그럴 만도 하지만.
"괘, 괜찮은 거예요???"
"일단 좀 일어나 봐요!!!"
당혹스러워하는 플라멋을 지나친 샌즈는 빛나는 해골을 조금 흔들었다.
해골의 눈이 살짝 떠졌을 때, 섬광은 사방으로 퍼지며 공허를 밝혔다.

섬광이 점점 사라지고, 내 쪽 세계의 샌즈가 사라졌다는 사실이 점점 확연해진다.
"어......."
얼이 빠져버린 플라멋은 완전히 얼어붙었다.
"괜찮아, 그저 아까 말한 미친 염소가 있는 곳으로 돌아간 것 뿐이니까."
샌즈는 무덤덤하게 읊조렸다.
나는 이제야 하나가 된 해골에게 눈을 돌렸다.
"...저 녀석, 이런 말로 진정될지는 모르겠는데."
"그래, 그럴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어."




샌즈는 기지개를 쭉 피며 하품했다.
"뭐, 그럼....슬슬 돌아가지 그래."
"너네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살짝 길을 비킨 해골의 뒤에, 어둠의 세계에서 종종 본 문이 나타났다.
아직 의문점은 남아있지만...어쩔 수 없다.
날 찾겠답시고 난리 치는 건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난 신음하는 플라멋을 무시하고, 발을 잡아 끌고 갔다.


우리는 밝고, 따뜻한 빛에 당도했다.


-------
오늘의 코멘트:이번은 좀 짧은 것 같긴 한데 더 쓸 내용이 없다...
'메아리'에 대한 마지막 설명(메아리로 불러진 자가 이 상황을 꿈이라 자각하지 않는다면 세계에 간섭할 수 있다.)은 문맥상 뺄 수밖에 없었음.
메아리에 관한 질문이 있다면 많이 보내줘라. 베타가 심심하다고 찡찡거려서 파일함에 봉인해놨는데 탈출하겠다고 깽판쳐서...
현재 삭제를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오늘도 봐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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