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긴글이 될 듯하다. 읽기 뭐하면 밑에 세줄 요약있어.

안녕? 이제 4학년 올라가는 내신 막장 교대생이야.

이제 시기가 시기인만큼 나름대로 맘잡고 열공 하고 있는데 말이지.
엊그제 갑자기 우리과 여자아이 한명이 문자를 보냈더라. \'XX야 시간있니? 오랜만에 얼굴이나 보자.\' 이렇게. 3년 동안 학교를 지내왔지만 그렇게까지 친하게 지내왔던 애도 아니였고 이렇게 문자를 보내 온것도 거의 처음이지 싶어.;; 무슨 일이있나 싶은 걱정 반 하고 막장스러운 설레임 반으로 약속잡고 나오라는 곳으로 나갔어. 나가서 어디 오피스텔 같은 곳으로 가더라? 가서 방으로 들어가서 보니 방 한가운데 테이블 하나 있고 그 위에 A4용지 몇장이랑 펜 몇개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어.

앉아서 그동안 뭐했냐 어떻게 지내냐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A4 용지 위에 갑자기 요새 자기가 수도라는 걸 하고 있다는 거야. 응? 뭔가 이상하다 싶었어. 그렇게 이런저런 설명을 했어. 들어보면 우주의 가을이 오고 있다고 하고 이제 우리 세대가 마지막이다. 인간은 자신의 부모님의 DNA와 조상님들의 덕을 타고 났다. 그러니 우리 마지막 세대가 이분들께 감사드리고 또 자신과 이들이 잘되기 위해서는 정성회를 지내야 한다. 라는게 2시간 분량의 대화의 요약이야.
이게 뭘까 싶었는데 구석에 책자가 하나 보이더라. 한자로 된 거였는데 대순진리회 라고 떡하니 써져있더라. 왜 그거 있잖아 2580이나 그것이 알고 싶다에 한번씩 나와서 저기 빠져서 인생 막장 된 사람들 이야기 나오고 한 종교 있잖아.

그래도 같은과 친구라고 화내면서 박차고 나가기는 뭐해서 들어주는 척 했는데. 그렇게 설명이 끝나고 그 정성회라는 걸 하자고 이야기 하더라. 나는 뭐 이건 아닌거 같다고 확실히 이야기 하면서 거절했지. 그런데 그러면서 느낀점이 종교의 힘이라는게 무섭더라는거. 평소엔 그렇게 말없고 조용했던 애가 아주 활기를 띄면서 이야기를 하는거야. 이렇게 거절하고 설득하고 왔다갔다 하는 중에 밖에서 한명이 더 들어오더니 또 다시 설명. 확실히 무섭더라. 갖은 칭찬과 교화를 시키면서 말을 하는데 말싸움으로는 못이기겠더라. 아무튼 조금이라도 귀 얇은 애들은 큰일나겠더라...

대충 내가 생각한대로 이건 아닌거 같다. 나는 무신론자이고 나 자신 빼고는 믿을게 없더라 라고 내 생각을 있는대로 다 쏟아내고 집에 가봐야겠다고 나왔어. 밖에 나와서 그 아이랑 잠시 이야기 했는데. 나 말고도 우리과 애들 중 몇명을 불러서 이렇게 했다는 거야. 누구누구 불렀냐 해서 들어보니 그런 곳에 넘어갈 일이 없는 애들만 불렀더라고 그래서 다행히다 싶더라고.

저런 종교에 빠지면 솔직히 방법이 그다지 없어. 주위에 그런 사람을 겪어본 사람은 알거야. 정말 답이 안나와.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예전에 아주 친한 친구가 그런 경우 였는데 정말 주위에 주위사람들까지 다 끌어들여서 설득하고 못나가게 하고 해서 겨우 말린 기억이 있는데...정말 강제 납치 해서 어디다 가둬 버리는 식의 방법이 아니라면 끝까지 가는거... 그 뒤에 후회하면서 정신차리는거 외에는 솔직히 구할 길이 없더라고 ... 그래서 돌아가는 길에 애들이랑 위에 무식한 방법이라도 해볼까 하다가... 생각해보니 여자아이 인지라 저런 짓 하면 딱 뒤집어 쓸거리 밖에 안될 거 같고. 대화를 해봤을 때도 완전히 빠져있더라고... 자기는 절대 여기에 있는걸 후회 안한다면서 말이야... 그러다가 또 막장스러운 생각이 드네. 이제 4학년인데 주위의 일까지 신경쓸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고...

아, 글이 기니까 세줄 요약.

1. 공부하고 있는데 갑자기 별로 안친했던 과에 여자아이한테서 얼굴이나 보자고 연락옴.

2. 설레이는 마음반, 걱정스런 마음 반으로 나가서 이야기 해보니 대순진리회 전도(?)

3. 딱 잘라 거절하고 돌아오는 길에 이런 저런 생각에 빠짐. 결론은 나는 막장이다로 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