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갤 초보입니다만.. 생각보다 연령층이 낮아서인지 오토매틱에 처음 입문하는 분들이 많은것 같네요.
게시물을 훑어보다 보니 오토매틱 시계를 사용할때 어떤점을 주의해야 되는지에 대한 대한 질문이 자주
올라오던데 완벽한 답변은 없더군요. 그래서 자세히 설명을 해드릴테니 긴글 읽기 싫은 분은 스크롤 부탁~
먼저, 오토매틱 시계에서 손으로 용두를 돌려서 태엽을 감아도 되는가?
당연히 됩니다. 손으로 태엽을 감으면 무브에 무리가 간다, 스템의 수명에 악영향을 준다.. 등등의 낭설이
많은데, ETA사의 공식 자료에선 오토매틱 무브의 경우 1분에 100바퀴 이상의 속도로 25초 이상, 수동 무브의
경우 1분에 400바퀴! 이상의 속도로 10초 이상 감지 말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위의 경우는 기계로 감을때나 해당되는 얘기고, 현실적으론 검지와 엄지로 용두를 잡고 한번
돌릴때마다 실제로 용두가 움직이는 정도는 약 반바퀴 정도밖에 안됩니다. 느긋한 손동작으로 감으면 1분에
30-40바퀴를 감는것이 고작이죠. (대부분의 ETA 무브는 용두가 뻑뻑해서 더 빨리 감기도 힘듭니다. 밑에
따로 설명할 것임) 30-40바퀴 정도면 태엽은 완전히, 혹은 거의 완전히 감기게 됩니다.
오토매틱 무브는 태엽 보호장치 때문에 태엽이 완전히 감겨도 다 감긴 느낌이 오지 않고 용두가 계속
돌아가는게 정상입니다. (민감한 사람은 용두가 좀 뻑뻑해졌다는 느낌이 오는 정도) 태엽이 완전히 감긴
상태에서 계속 용두를 돌리면 태엽이 바렐(태엽통) 안에서 헛돌기 때문인데, 이런 보호장치가 있는 이유는
손목의 움직임으로 로터가 계속 움직이더라도 태엽에 무리를 주지 않게 하기 위함이죠.
결론적으로,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1분쯤 감는 정도면 무브에 전혀 무리를 주지 않고 태엽을 완전히
감을수 있다는 것이 답입니다. 이 사실을 모르고 몇분 이상을 감았더라도 사람이 손으로 감는 정도의
느린 속도라면 무브의 수명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보면 됩니다.
그럼 용두를 미친듯이 돌려대면 왜 무리가 간다는 것인가? 이런 경우 모든 부품에 조금씩 무리가 가긴
합니다만, 대부분의 오토 무브에서 가장 결정적으로 무리가 가는 부분은 로터에 맞물리는 기어장치입니다.
로터와 가장 가까운 기어의 경우 기어비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용두가 도는 속도(회전수)의 수십배의
속도로 기어가 돌게 되는데, 이때 톱니와 윤활유가 마모될수 있는 것이죠. 스템 자체에는 별 무리 안갑니다.
오토매틱 장치가 없는 무브라면 앞서 언급했듯 허용속도가 무려 분당 400회전이나 되거든요.
어쨌든, 매일같이 열심히 시계를 차는 사람이라면 굳이 따로 감아줄 필요는 없습니다만, 그렇지 못해서
시계가 멈췄을 경우 용두로 태엽을 감는것을 두려워하거나 부담스러워 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그럼 ETA 무브(2824 시리즈, 2892 시리즈)의 용두가 뻑뻑한 이유는? 용두가 뻑뻑하다고 고장이 아닌가
걱정하는 분들도 가끔 보이는데, 원래 그렇게 만들어진 것입니다. 위의 무브들은 원래는 시간당 18000비트로
설계되었습니다만 개량을 통해서 시간당 28800비트로 업글된 것들입니다. (여기서 비트라 함은 밸런스휠이
한시간동안 왕복운동하는 숫자를 뜻하는데, 현재 중급이상의 스위스산 무브에서는 28800비트가 대세)
비트수가 높아질수록 정확도를 높이기엔 유리하지만 무브의 수명에선 손해를 보기 때문에 재질의 내구성,
가공의 정밀도, 윤활유의 성능, 이 세가지 요소가 잘 받쳐줘야 합니다. (저가형 세이코의 경우 21600비트여서
정확도가 좀 떨어지고 초침 흐르는것도 부드러움이 덜합니다. 대신 분해소지 안하고도 오래 버틸 확률이
좀 높지요. 물론 비트수가 무브의 성능을 100% 좌지우지 하는건 아니므로 이에 지나치게 목맬 필요는 없고,
실제로 고급 무브도 비트수가 낮은 경우는 종종 있습니다)
암튼 18000비트짜리로 설계된 무브를 28800비트로 개량하는 과정에서 원래 설계보다 훨씬 탄성이 강한
태엽을 쓰게 되었는데, 태엽감는 장치엔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감기가 힘들어질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태엽 감는 느낌이 뻑뻑해요. 고장인가요?'라고 물으면 '원래 그렇3'이 답 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대부분의 시갤인들이 중저가 스위스 모델로 오토매틱 시계에 입문하는 것을 감안할때,
처음으로 경험하는 오토매틱 무브는 십중팔구 ETA 2824 시리즈라고 보면 될 것입니다. 근데 같은 2824라고
해도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는 점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더군요. (예: 저넘의 50발짜리 시계도
2824인데 내 100발짜리 시계도 2824네? 거품인가?)
2824 시리즈는 ETA 공장에서 에보슈로 출하될때 기본적으로 4개의 등급으로 출하됩니다. 일반급,
엘라보레급, 탑급, 크로노미터급.
일반급은 말 그대로 가장 기본형이고 무브에 아무런 피니싱도 되어 있지 않습니다. 태엽은 니바록스 NO라고
좀 싼걸 쓰고 밸런스 스프링도 니바록스 2라고 좀 싼것. 밸런스 휠은 니켈, 충격흡수장치는 노보디악(에타쇽)
이라고 역시 가장 싸구려. 엘라보레급은 일반급에 기본적인 피니싱 추가. 탑급은 좀더 고급의 니바록스 NM
태엽에 아나크론 밸런스 스프링, 글루시듀르 밸런스 휠, 잉카블록 충격흡수장치. 크로노미터급은 톱급에
수퍼 IIA 레귤레이터 대신 오메가메트릭 레귤레이터 장착.(사실 크로노미터급은 거의 보기 힘듭니다)
결국 기본적으로 같은 2824라도 등급에 따라 두세배의 가격차가 날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저넘의 50발짜리
시계도 2824인데 내 100발짜리 시계도 2824네? 거품인가? <-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는것이죠.
그럼 딱 보고 무브 등급을 확인하는 방법은? 사실 2824 크로노미터급은 거의 안쓰인다고 봐도 무방하고
(그 정도면 아예 2892로 가는게 대세) 대부분의 메이커가 일반급, 그 다음이 엘라보레급, 그리고 가뭄에
콩나듯 탑급을 쓴다고 보면 됩니다. 제 경험이나 조사해본 바로는 Sinn은 항상 탑급, Oris를 비롯한 몇몇
'가격대 성능비가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 메이커의 모델들은 경우에 따라 탑급 2824를 사용하기도 하며
태그의 중저가 오토매틱 모델들은 명성에 걸맞지 않게 엘라보레급을 주로 쓰는것 같습니다. (근데 태그는
피니싱과 조정을 잘해놓은 경우가 많아서 무조건 폄하하긴 애매함) 나머지 중저가 제품들은 대부분
일반급이거나 끽해야 엘라보레급.
눈으로 봐서 확인할수 있는 부분은 두군데 입니다. 뒷면이 보이는 시스루백이라면 뚜꼉을 딸것도 없죠.
먼저 일반급과 엘라보레급에 장착되는 니켈 밸런스는 바퀴살이 직선으로 쭉 뻗어있어서 전체적인 형태가
벤츠 마크를 닮았습니다. 대개 금색입니다만 아예 싸구려는 은색인 경우도 있죠. 탑급에 장착되는
글루시듀르 밸런스는 바퀴살의 가운데 부분은 가늘고 양 끝이 굵어서 오목하게 생겼고 항상 금색입니다.
그리고 충격흡수장치는(밸런스휠 중간지점의 가장 큰 보석 위에 장착된 금빛 스프링) 노보디악의 경우
세잎클로버 모양이고 잉카블록은 바이올린 몸통 모양이며 잉카블록이 더 고급입니다. (돋보기나 루뻬로
보면 더 확실히 보임) 이 두 부분을 확인해보고 자신의 것이 탑급이라면 자부심을 가질만 하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2824는 기본기가 워낙 탄탄한 무브이기 때문에 기본형의 성능도
출고시 평균오차가 하루 12초 이내밖에 안되거든요. (30초 내외를 정상으로 간주하는 저가형 세이코
무브에 비교해 본다면?) 결국 2824 외에도 대부분의 양산형 무브들은 같은 형식넘버라도 목적에 따라 부품
일부에 차등을 두고, 메이커마다 수정 수준도 다르기 때문에 같은 형식넘버의 무브라고 해서 성능이나
가격까지 꼭 똑같지는 않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일부러 확인해보겠다고 멀쩡한 시계
뜯지는 마시길..^^
그럼 즐거운 시계생활 되세요.
ps. 충격흡수장치의 경우 하위 2개 등급에 노보디악이 채택된 것은 근래의 일입니다.(정확한 시기는 잘
모르겠음) 노보디악은 성능은 나쁘지 않은데 교체가 약간 까다로운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웹에 돌아다니는 2824의 사진은 옛날 것들이 많아서 급에 상관없이 모두 잉카블록이 장착되어 있습니다만
이것이 꼭 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니 혼동 없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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