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기간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이게 은퇴를 선언한 것에 도의적인 책임을 물을 순 있지만 결국에 링 안팎에서 레슬링로서 삶을 감수해내는 건 당사자 본인의 육체와 정신의 몫이고 만약에 본인이 더 이상 그걸 감수하지 않기를 바란다면 떠나는 게 맞는 거고 그게 문제되어서는 안 되다고 생각함.

지금이야 펑크가 탈단 직전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진술을 시작해서 좀 분위기가 누그러진 면이 있지만 난 솔직히 말해서 만약에 펑크가 본인의 표현대로라면 '처음 휴식을 시작했을 때 일주일 동안 제대로 걷지도 못했'고(이건 2013년 레슬매니아 이후의 휴식 기간을 말함), '적어도 1년 이상의 휴식이 필요한 상태'(이건 올해 탈단했을 때)가 아니더라도, 만약에 펑크 본인이 걍 정신적인 이유 때문에 레슬러로서의 삶을 더 이상을 영위하길 원지 않는다면 그만둘 수 있는 게 본인의 권리라고 생각해.

브록 레스너가 그랬듯이 말야.

레스너는 온갖 잔부상에 시달렸지만 에지가 그랬듯이 더 이상 레슬링을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부상을 입은 건 아니었고, 걍 레슬링을 떠나길 원했어. 그래서 떠나게 됐지.

오래된 일이다 보니 사람들이 레스너가 탈단하던 시점을 기억하지 못해서 '레스너는 그래도 레슬매니아 20까지 계약 기간을 준수하고 떠났으니 펑크보다 멘탈이 낫다' 이런 얘기를 할 때가 있는데, 애초에 브록 레스너의 계약 기간은 레슬매니아 20 이후로 훨씬 길게 잡혀 있었고, 본인이 WWE를 떠나겠다고 하니까 빈스가 그래도 레슬매니아 20까지만 나와달라고 해서 계약이 재조정된 거야.

레스너 자서전 보면 레슬러로서의 삶이 너무 힘들었다고 말해. 스케쥴 때문에.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잠에서 깨어났는데 노인이 된 것처럼 지치고 정신적으로 공허해서 그때 레슬러로서의 삶을 그만둬야한다고 결정했다고 해. 

비슷하게 UFC에서도 오브레임에게 패배한 뒤에 은퇴를 선언하지. 일방적으로. 이때 레스너는 한 경기가 더 계약상 남아 있었어. 그래서 프랭크 미어랑 재대결을 할 수도 있다 뭐 이런 얘기가 은퇴 선언을 한 뒤에도 나왔지만 데이나 화이트는 레스너의 결정을 존중해서 떠나게 해준 거지.

이때 레스너도 뭔 다시는 UFC 경기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인 상태이고, 이랬던 건 아냐. 한 경기 정도 더 뛸 수도 있지만 본인이 모든 의욕을 잃었기 때문에(정신적인 문제 때문에) 은퇴를 결정한 거지.

펑크가 저런 정신적인 문제를 겪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본인이 레슬링 업계를 떠나기로 마음 먹었다면 그 결정을 존중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

왜냐고?

레슬러로서의 삶을 사는 건 선수 본인이지 다른 사람이 아니거든. 네가 직접 일주일에 수십 번씩 낙법을 구사하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집엔 일주일에 많아봐야 3일 이상 있지 못하는 삶을 대신해줄 게 아니면 존중해주는 게 맞아. 그건 본인의 인생이니까.

물론 펑크의 탈단에 법정 분쟁의 소지가 있긴 하겠지 당연히?

근데 정작 그 법정 분쟁에 돌입한 뒤에 펑크가 본인 말대로라면 '자신이 원하던 모든 것 이상'을 쟁취했다고 말하는 시점에서 펑크를 뭔 범죄자 취급하는 것도 웃기지 않나?

펑크는 탈단 이후에 자신이 함부로 말을 했다가 해로 돌아올까봐 일부러 침묵을 지켰다고 해. 그리고 WWE와 법정 공방전에 들어갔고, WWE는 델 리오에게 제안했던 대로 서로 상대측에게 부정적인 발언을 하지 말라는 조약을 제시했지만 펑크는 거절했고, WWE는 펑크가 타단체 및 MMA에서 활동하지 못하는 제약도 걸지 못했지. 

그 모든 게 끝난 뒤에 펑크는 AOW에 출연해서 썰을 풀기 시작한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