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사랑한 벌이 있었다.

일생의 대부분을 꽃을 찾고 꽃의 향기를 쫒으며 꽃의 달콤함에 젖어있던 벌은

스스로 꽃이 되기로 하였다.

꽃에는 날개가 없다.

벌은 날개를 뜯었다.

꽃은 항상 주변에 친구가 많이 있었다.

하얀꽃. 노란꽃. 파란꽃.

벌에게도 주변에 동족은 많이 있었다.

대화도 했고, 어울려지내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나 혼자 날아다녔다.

꽃처럼 서로를 간지럽히고. 서로의 줄기를 쓰다듬어주는 일은 없었다.

벌은 날개를 뜯은 채 꽃 위에 앉아 있었다.

지나가던 벌들이 꽃의 향기에 이끌여 자신의 주위를 날아다닌다.

꽃이 된 기분이 취해 벌은 들떠있다.

주위를 날던 벌은 자신에게 오지 않고 다른 꽃을 향해 날아간다.

아마도 이미 주인이 있는 꽃이라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날개 뜯긴 벌은 그것을 눈치챌 일이 없다.

이미 스스로를 꽃이라 생각하고 있던 벌은 외면당한 아픔에 울었다.

날개가 뜯겨져 나간 자리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벌은 빨갛게 변해 올라서있던 하얀꽃을 붉게 물들였다.

이제 여기에 하얀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