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1. GROWTH THEORY라서 성장을 느낄 수도 있었지만, 노래 이 곳 저 곳에 '존재'에 대한 가사들이 있어서, 함께 고찰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2. 락으로 가득 찬 완벽한 앨범, THEORY 3부작 중 가장 강렬할 것이라고 말씀하신 이유를 알 수 있었다.
3. 고윤하는 천재다.
▶ 1. 맹그로브
7집을 열어주는 가사부터가 너무 좋았다.
'시작과 끝이 이어져 있다면 만물의 생은 정해져 있을까, 당연한 질문이야 묻지 않는다면 영영 알 수 없을테니'
END THEORY가 끝이라면,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작가의 의도를 그대로 호응하는 가사이다.
'당연한 질문이야, 묻지 않는다면 영영 알 수 없을테니' 라는 가사에서도 시작과 끝이 필연적인 어떤 유한한 존재를 노래하는 것 같았다.
존재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한 흔적이 느껴졌고, END THEORY를 이어가기 위한 전개도 자연스럽게 좋았다.
그 의도는 '여기부터 진짜 시작이 될 거야, 절대로 멈추지 마' 라는 가사에서 한 번 더 드러난다.
'너와 내가 연결돼 있잖아, 조금도 두려울 것 없다. 모든 길이 이어져 왔잖아, 한치도 망설일 것 없다.'
의 가사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가수 윤하(YOUNHA)와 홀릭스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 우리는 손을 잡고 이 길을 함께 계속 걸어왔다는 사실.
3박자의 왈츠풍이 느껴지는 부분도 좋지만, 분위기가 반전되어 메아리와 같은 울림이 나오는 부분도 너무 좋았다.
대비되는 분위기가 곡의 주제를 더욱 부각하는 인상을 받았고, 1번 트랙으로 딱 맞는 곡인 것 같았다.
이번 2024년 연말콘의 오프닝이 맹그로브가 아닐지 예상해본다.
▶ 2. 죽음의 나선
제목이 강렬한 의미를 주는 만큼, 곡 자체도 굉장히 강렬히 전개된다.
('나선' 하니까 본능적으로 DNA 이중 나선을 생각해보았지만,,)
틀과 관습을 깨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모든 이들을 응원하는 곡이라고 생각했다.
그 틀을 깨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혼란과 머리 속의 진자(추)는 끊임없이 움직이며 화자를 괴롭히지만,
이대로 머무르면 혁신을 할 수 없기에,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나의 궁극적인 가치관)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결코 멈출 수 없다라는 가사가 와닿았다.
생각을 멈추고 집중하지 않는다면 그저 현실에 안주해서 그대로 남아있을 뿐이지만,
생각을 계속하고 내 감각과 마음에 집중한다면 정해져버린 틀과 간섭을 깨버리고 죽음의 나선을 끊어내고 벗어나서 새로운 나선으로 이동할 수 있지 않을까.
▶ 3. 케이프 혼
케이프 혼에서도 존재와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다른 누구와 비교해 나로 태어난 우연과 그 이유, 알 수 없어도 난 찾을 거야'
내가 나로 태어나서 지금 나의 모습으로 존재하는 이유, 지금 당장은 알 수 없어도 그것을 찾기 위해 배를 타고 나아가는 이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죽음의 나선'에서 느껴진 것과 같이 생각과 행동을 멈춘다면 답을 알 수 없고 그저 현실에 안주하기 때문에
존재의 이유를 탐구하고 그것을 알아가면서 성장하고자 하는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각자의 삶을 살아가면서, 나로 태어난 우연과 그 이유를 찾아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우리 모두를 응원하는 곡이고 성장을 유도하는 곡이다.
▶ 4. 은화
방송에서 종종 보이는 전통적인 여행 다큐멘터리 (세계테마기행, 걸어서 세계속으로 등등) 가 생각나는 곡이다.
멜로디가 너무 밝고 청량한 느낌이 들어서, 각국에서 모여든 여행자들이 한 배를 타고 그 배 위에서 선상파티를 하는 느낌이다.
그 밤 사이에 다같이 가까워지고 함께 춤을 추며 서로를 이해하고 응원하는 그런 마치 영화속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함께 한다면 내내 강해지지,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더 크니까' 라는 가사가 와 닿았다.
공동체를 이루는 부분과 부분들을 합치면 산술적으로는 전체가 될 수 있겠지만,
진정한 의미의 하나의 전체가 된다면 시너지 효과를 통해서 산술적인 전체보다 더 커지고 강해지는 우리들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 곡도 어쩌면 10번 트랙 새녘바람처럼, 홀릭스들을 위해 불러주는 윤하의 노래라고 생각했다.
다채로운 악기의 사용은 정말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내고, 한여름 밤의 파티를 연상케하는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 5. 로켓방정식의 저주
이 곡에서도 존재에 대한 고민과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느낄 수 있었다.
'알고 있니? 꿈과 이상의 차인 뭘까. 하루에도 열두 번 생각해 난. 특별한 사람이고 싶어 누구나 그렇잖아.'
누구나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어하고, 나도 그 중 한 사람이다.
회사에서는 인정 받고 싶고, 가족과 친구 그리고 사회에서 만난 인연들을 포함해서 다른 사람들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특별한 존재로 이해받고 싶다.
쉬운 일이 아니고 그저 아직은 상상일 뿐이라는 느낌은
'사실은 알아 말도 안 되는 일인 걸. 차근차근 외에 다른 건 허상이나 다름없잖아' 에 담겨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각자의 존재 가치를 찾아가고 성장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의미는
'다들 저마다 발 굴러내고 있는 건, 작은 팔을 위로 드는 건 언젠가로 보내는 희망' 에 드러난다.
물론 이것이 정말 쉽지 않은 것이기에, 제목에서도 '저주'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브릿지..? 음악 용어는 잘 모르지만 2분 14초에서 2분 32초 구간이 너무 좋다.
목소리 뒤에 깔려있는 배경음악은 최소화하면서 음악이 구성된 부분이 '여백의 미'라고 할까...
사운드를 굳이 꽉 채우지 않아도 곡이 주는 의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콘서트의 중후반부에 이 곡이 나온다면 모두가 일어나서 스탠딩으로 즐길 수 있는 곡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 6. 태양물고기
'성장'에 대한 주제는 이 타이틀곡에 모두 집약되어 있다.
성장에 대한 측면도 많이 느낄 수 있었지만, 우리 모두를 위로하고 치유하는 그 목소리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사람은 누구나 다르고 각자 추구하는 가치관이 다르지만 내가 추구하는 방향을 굳게 지켜나간다면
타인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하늘 담은 바다처럼 단단한 우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다.
'당연하게 존재하는 건 어쩌면 기적일지도 모르지. 바다의 태양 되어 빛을 낼 거야' 가사도 너무 좋았다.
존재에 대한 의미에 대한 명쾌한 답을 '어쩌면 기적'이라고 표현하는 부분이 굉장히 좋았다.
곡을 듣는 모든 사람들에게 '네가 필요해' 라고 말씀해주시는 것 같아서 좋았다.
어두컴컴한 상황 속에서도 최소한 나 만큼은 밝은 빛을 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 와 같은 생각을 했다.
▶ 7. 코리올리 힘
시니컬한 느낌의 보컬과 강렬한 록 사운드가 돋보이는 곡이다. 들을수록 계속 이끌리는 곡이다.
가사도 상당히 강렬한 느낌인데 '아아, 멈춰 끝내버리면 그만인데' / '아아, 이제 좀 잊어버리자 제발' 에서 그 내용이 부각된다.
뭔가 ... 퇴사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내 모습과 너무 대비되는 느낌이었다라고 할까.
다른 관측자의 눈에는 내가 정지화면 속 피사체처럼 (외면) 보일 수 있겠지만, 여전히 나는 조금씩 움직이고 있고 하루 하루 (내면) 분투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그저 '아 쟤는 저렇게 살고 있네' 와 같이 그저 그렇게 느껴진다면 내가 바라보는 나의 내면은 항상 요동치고 있는 그런 상황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내가 다른 사람들의 내면과 생각과 그러한 격렬한 감정을 모르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나를 그렇게 생각할 거라 고려하니 역설적이면서도 이해가 되는 상황이었다.
다만 그 과정이 상당히 고통스러울 때도 많고 .. 진짜 끝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보니,
곡에서 노래하는 주제와 내가 처해있는 상황이 뭔가 대비되면서도 묘하게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여러가지 복잡미묘한 생각이 드는 곡이었다.
들으면 들을수록 이끌리는 힘이 있다.
▶ 8. 라이프리뷰
개인적으로 7집 앨범에서 가장 감명깊게 들었고, 7집에서 한 곡을 뽑는다면 딱 이 곡을 자신있게 고를 수 있을 것 같다.
처음 7집이 나오고 트랙 순서대로 들었을 때에 가장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눈물을 글썽이게 한 곡은 라이프리뷰였다.
처음에는 이 곡이 '존엄사를 고민하는 부모님을 바라보는 자식의 모습' 의 의도로 나왔던 것을 모르고,
그저 가수 윤하가 팬들을(나를) 응원하고 나의 삶을 지지하며 내 곁에 있는 듯한 그런 가사에 깊은 감동과 깊은 위로를 받았었다.
그러나 이 곡이 나온 배경을 알게 되고 그에 따라서 가사를 다시 이해하다보니, 정말 ... 다시 한 번 깊은 감동을 받았던 것 같다.
존재에 대한 가사, 삶과 죽음에 대한 복잡미묘한 감정을 어떻게 이렇게 섬세하게 잘 표현할 수 있었을까...
6집 END THEORY에서는 Truly를 정말 많이 들었는데, 라이프리뷰는 6집의 Truly에 대응하는 듯한 (마치 답가와 같은) 느낌을 강렬하게 받았다.
존재에 대해서 고민하고 내 마지막 숨을 지켜줄 사람은 있을지 생각했던 염세적인 화자의 입장에서,
마지막을 함께하며 당신의 마지막 숨을 지키며 임종을 함께하고 싶다는 의지가 가득한 화자를 만날 수 있었다.
6집의 Truly 가사에 너무나도 깊은 공감을 하면서 내가 지금 처한 상황과 똑같다는 생각을 했고 과연 내 마지막 숨을 지켜줄 사람 있을까 - 와 같은 고찰 역시 했다. Truly를 들으면서는 역설적이지만 깊은 공감과 깊은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같은 포지션(?)으로써 7집의 라이프리뷰 역시 가사에 깊은 공감을 할 수 있었다. Truly가 역설적인 위로였다면 라이프리뷰는 정공법적인 응원과 지지이다.
배경에서 지속적으로 들리는 시곗바늘 (아마 초침일 것 같다) 이 움직이는 소리는,
인간의 유한한 시간은 끊임없이 흘러가며 끝을 불러오는 듯한 상황을 묘사한 것 같았다.
6집의 Truly가 잔잔한 분위기였다면, 7집의 라이프리뷰는 행진곡과 같은 느낌이었다.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당신과 끝까지 함께하며, 당신의 마지막 숨을 지키고, 당신의 곁에 언제까지나 남아있는 의지를 담은 하나의 행진곡.
살다 보면, 살아가다 보면 내 '존재'의 의미, 내 '존재'의 이유에 대해서 많은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되는데 답을 찾을 때도, 찾지 못할 때도 있었다.
답을 찾는 상황이었어도 그 답에 대한 확신까지는 받지 못할 때가 있었지만, 그러한 순간에 '라이프리뷰'를 들으면 아주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 9. 구름의 그림자
이별에 대한 감정을 담은 곡이다.
이별에 대한 생각과 감정들을 한글 가사만으로 어쩌면 이렇게 잘 표현할 수 있었을까...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았던 가사와 그런 곡이었다.
어떤 악기일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곡 중간 중간에 '국악기'의 소리가 들리는 부분은 화자의 감정을 더욱 고조시킨다.
아마도 대금..? 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기는 했다.
'유영'이라는 단어가 참 와 닿았다.
'우리 마음이 구름이 되던 기적, 어디든 떠올라 세상을 유영하며 만든 기적'
▶ 10. 새녘바람
공식(?)적으로 말씀하신 팬송이었다.
처음에는 발라드가 아닐까 싶었는데, 정통 발라드라기보다는 롹에 가까운 곡이었다.
가사들을 한 줄 한 줄 읽어보다보면서 홀릭스를 향한 윤하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20년 동안 음악을 하시면서 여러 가지 사건들과 굴곡들과 언덕을 넘어오면서 그 자리에 함께 있어준 홀릭스들을 위해 부르는 곡이었다.
'숨이 차오를 때. 머뭇거려질 때. 적어도 네 곁으로 달려갈 힘. 그걸 얻게 되는 거야' 와 같은 가사가 대표적인 것 같다.
'천 번 넘어져도 천 번 일어날게. 그런 나라도 끝내 기다릴 너란 걸 알아 버렸잖아'
이 가사를 듣고서는 도저히 ... 이 가수를 떠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지나간 시간들은 이미 지나갔고, 앞으로 언제 어떤 일들이 서로에게 일어나더라도 우리는 .. 항상 함께라는 것.
항상 서로를 기다려줄 것이라는 것...
정말 감동적인 가사였고 강렬한 사운드에서 그 의지와 생각들을 잘 느낄 수 있었다.
특별한 모든 존재들 중
가장 보통을 자처한 그 사람에게 풍기는 바람
내가 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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