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대중반에 삶의 공허감이 찾아왔다
바둑에서 그 답을 찾고자했다
이제 최적화된 빌드는 정착이 되어버렸고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누구나 초반은 프로처럼 둘 수 있게 되었다
바둑으로 내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데
최선이 아니라고 하는 수들을 기꺼이 용기있게 둘 수 있을까
그럼 결국 암기싸움이 되버린걸까
이런게 싫었다
바둑기계보다는 진정한 멋을 느끼고 그 멋과 함께하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이런걸 따지며 두다보니 승부와는 멀어졌다
상대를 급박하게 갈궈서 얻는 승리가 싫었다
치열함이 결여된 바둑을 뒀다
다까가와는 본인방 연패를 하면서도
강하지않은데 이기니 이상하다 따위의 말을 들었다
기원에서의 내 평가도 비슷하다
그러나 봉황의 뜻을 안다면 그게 참새들이겠는가
내가 추구하는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요새는 다른 길을 계속 추구하고 있다
천편일률적으로 흐르고 있으니 바둑맛이 떨어진다
역시 그러다보니 바둑이 어려워진다
잠시동안이었지만 입단준비를 하면서 느낀건
결국 교과서나 강의 등에서 나오는 내용들을
어느 시점에서 한번 뒤집어엎어야할 때가 있다는 것이었다
통상적으로 좋지 않다고 전해지는 내용들도
아니 이거 둘수있는거다 하면서 둘 수 있는 발상과 판단
이래서 바둑의 길이 끝없는 것인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