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er Jofre님, 이 싸이트에서 아주 유명한 <홍글러>라는 분이 있는데요, 그 분이 리카르도 로페스를 아주 높이 평가합니다. 그 분이 장정구 VS 로페스의 가상대결을 쓰면 아주 재미있을 것 같은데... 저는 리카르도 로페스를 별로 높이 평가하지 않습니다. 로페스가 못해서가 아니라 스트로급이 복싱에 꼭 필요한 체급일까라는 회의감이 들어서 스트로급 복서에 관심이 별로 없습니다. 아마추어도 아니고 유소년 복싱도 아닌 프로복싱에 50 kg 이하 체급은 필요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쥬니어 플라이급도 50 kg 이하이긴 하지만, 그래도 성에는 안차지만 그런대로 봐줄만한데, 스트로급은 정말 애들 장난같은 느낌이 들어서 싫더라고요. <저것도 프로 경기인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로페스의 경기는 몇 번 본 적이 있습니다. 위대하다는 소릴 들을만 하더군요. 잘 하더군요. 인/아웃 복싱에 다 능하고 펀치도 테크닉도 좋더군요. 하지만 결점도 보였습니다. 때때로 롱펀치가 나오는데 자주 미스블로우로 변하더군요. 턱도 그다지 강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여요. 알바레스에 다운당하는 장면도 봤습니다. 오광수와의 경기도 봤는데, 오광수가 커리어가 부족해서 그렇지 프로에서 10전 정도만 경험을 하고나서 붙었더라면 이길 수도 있는 경기였어요.

장정구와 쥬니어 플라이급에서 싸운다면? 결론부터 말한다면 8회나 9회쯤 장정구가 로페스를 링바닥에 내동댕이 칠 수 있을 겁니다. 83년의 장정구라면 어느 시기의 로페스라도 그 정도쯤에서 해치울 수 있다고 봅니다. 로페스의 테크닉은 높이 평가하지만 전성시기의 장정구는 움직임 면에서 로페스보다 더 기민합니다. 또 접근전에서의 싸움요령도 로페스보다 한 수 위입니다. 로페스의 장기인 레프트 더블이나 트리플은 장정구에게 그다지 효과를 못 볼 겁니다. 장정구는 레프트 잽 대신 라이트 스트레이트를 리드 펀치로 잘 쓰는데, 상대의 왼손이 나오는 타이밍에 맞춰 뻗는 이 펀치는 로페스의 레프트를 무력화시킬 겁니다. 더군다나 장정구는 변칙스타일이어서 로페스는 장정구를 다른 선수만큼 때릴 수가 없을 것입니다. 때때로 사우스포로 스위치해서 장정구는 로페스를 곤혹하게 만들며 우세한 경기를 이끌다가 8, 9회 쯤에서 로페스를 녹다운시킬 것으로 봅니다. 로페스는 첫 다운에선 일어 나겠지만 장정구의 추격타에 재차 캔버스에 드러눕는 것으로 경기가 종료될 것으로 봅니다.

장정구의 전성기라면 로페스 정도는 움베르토 곤살레스나 마이클 카바할보다 더 쉬운 상대일 것입니다. 사파타처럼 장신에다 디펜스에 능란한 방어적인 선수라면 몰라도 로페스같은 오소독스(orthodox)한 스타일은 장정구에게는 먹기 좋은 밥입니다. 아르게요-프라이어전과 같은 스타일의 경기가 될 것이고, 아르게요를 눕힌 프라이어처럼 장정구는 로페스를 뭉개 버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