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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식의 알리 이야기] 결전의 순간

나윤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9.03.25 23:57:54
조회 109 추천 0 댓글 1

1964년 2월25일.

마침내 결전의 날이 왔다. ‘떠벌이’ 캐시어스 클레이와 무적의 챔피언 소니 리스턴의 경기는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비치 컨벤션홀에서 벌어졌다.

엉덩이까지만 내려오는 짧은 흰색 가운을 입은 클레이가 먼저 링 위에 올라왔다. 그의 가운에는 그의 별명인 ‘더 립(The Lip)’이 새겨져 있었다.

복싱팬들과 뉴욕, 시카고, 라스베이거스에서 몰려온 거물급 갱스터들이 객석을 메웠고, 클레이를 응원하러온 흑인 이슬람교도들도 어두운 표정으로 링을 주시하고 있었다. 또한 클레이의 정신적 지주였던 흑인 인권 운동가 말콤 X와 가수 새미 데이비스도 링사이드에서 경기를 관전했다.

링에 오른 클레이는 가볍게 스탭을 밟았다. 빠른 주먹을 시가 연기 자욱한 허공에 쏘아대며 그는 리스턴이 오르지도 않은 링 위에서 생전 처음 경험하는 공포와 먼저 싸우고 있었다.

어느 누구도 클레이의 승리를 점치지 않았다. 도박사들의 예상은 7대1. ‘뉴욕 타임스’는 경기 시작하기 전 현장에 있는 기자에게 급히 전화를 걸어 경기장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의 약도를 알려주기도 했다. 경기 도중 사고가 일어나 클레이가 병원에 실려갈 경우 빠르게 대처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클레이의 매니저인 ‘루이빌 스폰서 그룹’도 클레이의 패배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들은 경기 전 리스턴 관계자들을 만나 그 경기가 클레이의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다는 건 알지만 살아서 링을 나올 수 있게만 해달라고 당부할 정도였다.

경기 자체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제기됐다. 이미 클레이가 리스턴에 대한 공포에 질려 심리적인 공황 상태에 빠져 있다는 의사의 소견 때문이었다.

경기를 하루 앞두고 계체량에서 클레이는 여전히 속사포처럼 입을 놀리며 자신의 승리를 장담했다. 하지만 평소 1분에 55번이던 맥박수가 120번까지 올라갔고 혈압도 엄청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주치의인 알렉산더 로빈스는 클레이가 극도의 공포에 떨고 있다고 소견을 밝혔고, 대회 주최측은 클레이측 주치의에게 그의 혈압과 상태를 보고하도록 조치해 일어날 수도 있는 만반의 사태에 대비했다.

리스턴의 승리는 너무도 당연해 보였다.

거기에 당시 인기 코미디언 재키 클리슨은 ‘뉴욕 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리스턴이 클레이를 1회 18초만에 KO 시킬 것이다”고 예상했다. 코미디언의 글이야 전문적인 식견이 없다는 점에서 크게 의미를 둘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그의 글은 아무도 클레이의 승리를 바라지 않았다는 당시 미국 사회 분위기를 대변하는 것이었다.

전통적으로 헤비급 복싱 타이틀 매치는 선과 악이 맞닥뜨릴 때 더욱 흥행에 성공했다. 플로리드 패턴슨과 리스턴의 경기에서 패터슨은 그야말로 ‘좋은 흑인’을 대표하는 선한 챔피언이었고, 전과자에다 마피아 연루설이 나도는 리스턴은 그야말로 악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리스턴과 클레이의 대결은 악과 악의 대결이었다.

당시 청소년들의 부모들은 누구도 자신의 아들이 리스턴처럼 되는 것도 바라지 않았고, 클레이처럼 망나니가 되는 것도 원치 않았다. 클레이의 말 한마디 행동거지 하나가 백인들에게는 눈엣 가시였고 덮친 격으로 클레이는 60년대 미국 백인 사회를 불안하게 만든 ‘블랙 모슬림’과도 연관설이 나돌아 거부감은 더했다.

그런 악과 악의 대결에서도 미국 사회가 클레이를 더욱 악한 존재로 보고 있었다는 클리슨의 칼럼은 결국 이같은 미국 사회의 정서가 반영된 글이었다.

클레이 스스로 느끼는 불안감도 적지 않았다. 당시 클레이의 주치의 퍼디 파체코는 훗날 “조 프레이저와의 경기, 조지 포먼과의 경기까지 알리의 모든 경기를 지켜보았지만 그처럼 알리가 예민했던 적은 없었다”고 되돌아보기도 했다.

리스턴에 대한 두려움과 첫 세계 타이틀매치에 대한 설레임도 클레이의 심리를 흔들었지만 무엇보다 그를 흔든 건 뜬금없는 소문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클레이를 더욱 고독하게 만든 건 이탈리아 출신인 트레이너 안젤로 던디와 마피아의 연관설이다. 백인인 던디가 마피아와 손잡고 경기 당일 클레이가 마시는 물을 오염시킬 것이라는 소문도 떠돌았다.

클레이는 던디를 믿었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자신이 리스턴과의 경기에서 사용할 물을 병에 담은 뒤 테이프로 밀봉했다가 이를 다시 버리고 새 물로 채우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마침내 링 위에 올라가야 할 시간. 클레이는 동쪽이 어느 방향인지 묻고는 라커룸에 있던 말콤 X와 함께 알라신에게 기도를 올렸다.

클레이는 늘 그랬던 것처럼 리스턴을 8회에 KO시키겠다고 예언했지만 사자우리에 던져진 한 마리 어린 양의 모습이었다.

검은 가운에 검은 권투화를 신은 리스턴이 천천히 링 위로 올라왔고, 이제 운명의 1라운드 벨 소리만을 남겨 두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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