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창밖을 보니 거대한 악의 기운처럼 보이는 황사구름인지 먹구름인지 분간이 되지않는 구름이 도봉산 봉우리 위를 서서히 넘어서고 있더군요. "에이! 오늘은 글렀다 집에나 있자" 하고 반나절을 뒹굴거리는데 집사람이 "애들 시험도 끝났는데 어디 나갔다오자" 그럽니다. 그래 집에서 뒹굴거려봤자...하고 길을 나섰습니다.

도봉산 위로 서서히 밀려오는 악의 기운같은 황사

목적지는 등산갤에 글이 자주 올라오는 강촌을 지나 1930년대 소설가 김유정(1908~1937)이 태어나고 그의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실례마을이 있는 금병산을 가기로 했습니다. 실레마을은 금병산에 둘러싸인 모습이 마치 떡시루같다하여 실레마을이라 한다고 합니다. 금병산 정상으로 산행은 하지 않고 산 아래를 도는 실레길을 걸어 보기로 했습니다.

김유정문학관 실레마을 입구


실레마을 안내도

김유정역에서 좌측길로 가면 김유정문학관이 있습니다. 문학관을 잠시 들려 둘러보고, 실레길은 A, B코스가 있는데 A코스를 걷기로하고 이정표를 따라 시골길을 걸어 봅니다. 어제 비도 내렸겠다 황사만 없었으면 오늘이 정말 등산하기에는 좋은 날이었을텐데 얄궂은 황사를 아쉬워하며 봄의 시골길을 걷습니다. 그래도 이곳은 황사가 서울보다 덜한 것 같기에 그럭저럭 봄날을 즐길만 하더라구요.    

김유정문학관내 김유정 생가

우리는 왼쪽 A코스로...

이정표 뒤로 금병산

김유정 소설의 배경이 되는 산길을 걷다보니 그의 소설이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산중으로 봄이 한창 익어가서 그런지 동면을 끝낸 뱀들이 자주 보였습니다. 집사람과 딸아이는 꺅꺅 되고....덩달아 뱀은 놀라 줄행랑을 치고...
산길 중간에 작은 웅덩이에는 개구리알과 꼬불꼬불 꽈리를 틀어논 것 같은 도룡뇽알이 한가득입니다.



잣나무 숲길

딱다구리가 쪼은 듯한 구멍이 난 나무가 몇군데 있었습니다.

산길이 마치 서대문 홍제동에 있는 안산 같다는 생각이 조금 들었습니다. 물론 안산보다는 훨씬 울창하고 숲도 우거지고 좋습니다. 길을 정성들여 꾸며 놓은 것이 안산과 조금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참을 걸어 돌아 김유정역이 있는 마을길로 내려와 등산갤에 침흘리며 보아왔던 숯불 닭갈비를 먹으러 마을앞 음식점을 갔는데 등산객들로 북적거려 아내가 싫어해서 강촌 구곡폭포 올라가는 길에 있는 숯불 닭갈비집으로 갔습니다.

 배가고파 빨리 먹고싶은 욕심에 닭갈비를 불판 한가득 올려놓고 구우니 고기가 타벼려 뒤집느라 손이 바뻤습니다. 막국수에 비빔밥에 닭갈비에 배가 부르게 먹고 즐겁게 산책하고 T.V에선 최악의 황사가 몰려온다고 집에 있으라했지만 가족과 같이한 바깥 나들이가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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