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횽들아. 블로그는 없애버렸고 지금 가입한 등산카페는 개인산행 올리면 강퇴되는 곳이라 여기 이따금씩 산행기 올릴까해.

난 길치에다가 성질도 더러워서 산만 가면 삽질을 하지. 나보고 삽질을 한다는 건 좋아, 사실이니까. 하지만 다른건 몰라도 삽질을 한다는 말은 참을수 업ㅂ다? 우와아아아앙?

암튼 성질이 더러워 10미터 올라가서 할딱거리는 초보들이랑 단체산행은 못해먹겠고, 그렇다고 백두대간 종주할만큼 체력이 좋은 것도 아니라 머슬맨들하고 같이 다니기도 그렇고, 그래서 삽질을 하든 말든 그냥 혼자 다녀. 해서 내 산행기는 단독초행이라도 쉽게 갈 수 있는 방법을 위주로 할 거야.

호응없으면 말고 ㅋㅋㅋ 나름 꾸준글 밀어볼게.

경기도에 천미터 넘는 산이 3개 있는데, 가평의 화악산이 1400급, 명지산이 1200급, 양평 용문산이 1100급이지. 화악산은 혼자가면 길찾기 어렵다길래 일단 명지산을 가려했는데, 옆에 연인산하고 능선이 연결되어 있더라구. 그래서 명지연인 연산을 결심하고 독거노인들의 파라다이스 경춘선 전철에 몸을 실었지. 원래 경춘선은 웬간하면 안 타려고 하지만 마침 평일이고 해서 나쁠거 없다 싶더라구. 8시 20분 급행을 탔어. 독거노인보단 아줌마들이 더 많이 타더라.



9시 조금 넘어서 가평역 도착. 역에서 길 건너면 버스정류장인데, 타이밍 맞게 버스가 오더라구. 바로 가평 터미널로 고고씽.




이게 가평군 시간표임. 요거 숙지 제대로 못하면 좆될수도 있음요.

암튼 난 9시반에 정확히 출발한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더 가서 명지산 입구 정류장에 내림. 뭐랄까, 확실히 산이 깊은 동네구나는 생각이 팍 들 정도로 싸늘하다 비수가 날아와 가슴에 꽂힌다, 하지만 걱정하지마라...는 실패한 개드립이고, 암튼 오줌싸고 장구류 점검하고 9시 57분쯤 산행 스타트.




매표소 비스무리한 건물 통과하면 등산로 시작. 물론 돈은 안 받음.





대한민국 엥간한 산이 다 그렇듯, 여기도 절이 자리잡고 있음. 아주 순하고 애교많은 검둥잡종개가 기억에 남는군.




일단은 이렇게 나름 잘 닦인 길을 따라가는 계곡코스임. 별로 가파르진 않지만 돌길이라 발바닥 약한 횽들이나 비등산화 등반인은 좀 힘들수도 ㅎㅎㅎ




명지폭포. 계곡길에서 60미터 정도 더 내려가야하는데, 늦가을이라 수량이 좀 안습이더라.




명지폭포 이후로도 이 삼거리 이정표까지는 어렵지 않은 계곡트래킹인데, 여기서부터는 해발 1200미터가 고스톱쳐서 딴게 아님을 인증하는 레알깔딱길이 시작됨.




내가 뭐 프로산악인은 아니지만 산행속도가 느리다고 생각해본적 없는데, 보시다시피 0.8킬로 오는 동안 1시간 소모함. 그냥 쉴틈 1그람 없는 오르막길이라 생각하면 됨. 초보도 오를 수 있는 쉬운 산이라고? 귤까라 그래 초보가 오면 죽어 ㅡㅡ;;




가을이 빨라 단풍도 없고, 낙엽이 쌓여있어 길 찾기도 힘들고, 나무가 빽빽히 딱히 풍광도 못보고... 그냥 힘들기만 한 오르막. 아 힘들었다.




그래도 대충 올라오니 다른 가평산들의 능선이 제법 알흠답게~




그리고 맑은 가을 하늘!




정상 직전의 이정표인데, 정상찍고 2봉으로 가려면 이리로 다시 돌아와야됨. 다들 아시겠지만 서울산들하고 다르게 지방 산들은 조금만 등산로 이탈해도 존나 위험하다고.




어쨌거나 정상 도달. 버스정류장부터해서 약 2시간 30~40분 소요.





경기도에서 두번째로 높은 곳에서 바라본 능선들.




잠시 숨 돌리고 명지2봉으로 가야지. 능선에 올랐으니 쉬워질 만도 하건만, 길도 좁고 능선도 오르내리락이 많은 편이라 그리 만만치는 않았어.




명지2봉. 주의할 점은 이 정상석이 등산로에서 약간 벗어난 지점에 있다는 것과 명지3봉으로 등산로 가고 싶으면 힘들더라도 기존 등산로 이탈하지 말고 원래길로 돌아서 가란거야. 어차피 길 다 통하겠지 생각해서 다른 길로 갔다가 40분 알바함 ㅠㅠ




그래서 명지3봉에서는 정상석 찾을 생각도 안하고 그냥 등산로로 달렸어. 아재비고개 방면으로 하산길인데, 그리 큰 개성있는 하산길은 아니라 언급할게 별로 없네.


아재비고개에서 사진을 찍어야하는데 아저씨가 길 물어보는 통에 타이밍을 놓쳤어.

아재비고개~연인산 정상은 말이야...

...시밤...

힘들어, 조낸 힘들다고.

일단 비슷비슷한 봉우리 서너개넘어야 하는 오르내리락 코스도 짜증나고, 딱히 풍광이 좋지도 않거니와 이미 명지산 타면서 소모된 체력 + 40분 알바로 소모된 체력이 간당간당해서 죽을거 같더라고. 그래서 사진도 못 찍고 땀만 줄줄 흘리면서 겨우겨우 연인산 정상에 도달했어.




아재비고개~연인산 정상까지는 도상 3킬로 정도, 소요시간 1시간인데, 분명 1시간만에 오긴 왔는데 난 그냥 유유자적 1시간인줄 알았지 이렇게 미친듯이 힘든 1시간이 될줄은 몰랐음. ㅠㅠ 그리고 반드시 18시에 버스를 타야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더해져서 더 힘들었는지도...

참 그리고 연인산은 나름 이름도 예쁘게 개명했고 명색 도립공원이라 이리저리 예쁘게 가꾼 산인건 맞는데, 내가 올라간 코스는 전혀 그런게 없음 ㅋㅋㅋㅋㅋ 예쁜 능선 구경하려면 내가 올라온 반대편으로 ㅋㅋㅋㅋㅋ 시밤 ㅋㅋㅋㅋㅋㅋㅋㅋ

연인산에서 백둔리 하산길은 시간 덜 걸리는 소망능선과 더 걸리는 장수능선이 있는데, 버스시간 맞추기 위해 장수능선 타다가 경로 바꿔서 하산완료.

버스정류장 도착하니 딱 17시 58분이고, 18시 03분에 버스가 오더라고. 18시 32분에 가평터미널 하차 및 청량리행 버스 승차. 집에 오니 거의 9시가 다 되었더라...

총평하자면 명지산은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는 나름 괜찮은 산 같음. 하지만 자비심없는 깔딱길은 토 나옴. 연인산은 뭐 내가 다녀온 코스로 평가하긴 좀 그렇고, 명지-연인 연산을 노리는 흉들은 체력을 빵빵하게 갖추길 바람. 사실 크게 볼거리는 없는 길이었으니까.




다들 알겠지만 요즘 산탈땐 저런 낙엽이 수북수북하니 발 조심해, 구덩이에 훅 빠질 수도 있음.




가평의 상징 잣나무로 마무리.

보고 미비한 점은 일단 올려놓고 수정할게. 읽어준 흉들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