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이 급 땡겨서 동서울 첫차타고 가려고 인터넷 들어가보니 6시30분 차는 예약 끝났고, 7시 40분 차가 남아있음.

저걸 타고 가면 대청봉 갔다오기 빡실텐데? 란 생각이 들면서도 이미 발걸음은 집을 나섬

예전에 갈 땐 등산객들 편의를 봐줘서 한계령 지나서 오색분소 앞에서도 세워주던데, 오늘 기사는 얄짤없이 오색약수터미널까지 가버림.

한계령 지나서 나 혼자 버스에 남아있었는데, 내가 어필을 제대로 못한듯. 게다가 아침을 안먹어서 멀미까지 나서 미칠지경

터미널에 내리니 비가 쏟아짐. 터미널 아저씨가 소나기일 거라고 하더니 정말 곧 그침. 여기서 탐방지원센터까지 15분쯤 걸림.

근데 거기까지 가는 데도 존나게 더웠음

▼ 오색에서 대청봉 찍고 원점회귀 해도 6-7시간 잡아야 할 텐데 벌써 10시 30분

▼ 소나기 구름 걷히고 날씨는 좋음

가다가 길 잘못찾아서 11시 되어서야 탐방센터 도착

내려오는 사람밖에 안 보여서, 그냥 가다가 힘들면 중간에 내려오자고 마음먹음.

여하튼 지난번에도 왔었지만 오름길은 존나게 빡셈

10분에 한번씩 쉬어가라고 친절히 팻말을 붙여놨음. 땀도 많이 나고 속도도 안 나서 벤치마다 퍼져있다가 감

 ▼ 다람쥐가 사람을 안 무서워함. 음식 찌꺼기 떨어진거 주으러 길에 막 돌아다님

▼ 이정표에 있는 '제1쉼터. 여기오니 굉장히 시원함. 근데 벌써 12시임. 지난번엔 40분만에 왔는데 오늘은 표시된대로 딱 1시간 걸림

 ▼ 여기서 바람 맞으면서 김밥 까먹고 있는데 올라오면서 마주친 커플이 보였음.

황조가 : 翩翩黃鳥 雌雄相依 念我之獨 誰其與歸 꾀꼬리 오락가락, 암수 서로 노니는데, 외로워라 이 내 몸은, 뉘와곰 돌아가랴

 그래도 이제부터 한동안 평지길이라 가는데까지 가보기로 함

은 개뿔, 가다가 나무계단이 나오는 걸 보고선 '오늘은 날이 아니다' 란 생각이 딱 들면서 하산하기로 했음.

앞에서 커플 두명이 허리 감싸면서 자꾸 염장질 하면서 오르길래 열이 뻗쳐서 하산한건 절대 아님.

▼ 아무튼 여긴 초입에 '무리한 산행 자제하세요' '심장마비로 사망사고가 생겼던 급경사길입니다' 라는 안내문도 붙어있고, 다른 코스와는 다르게 쉬어가라는 벤치가 상당히 자주 나타난다. 1.3km 오르는 동안 본 쉼터만 7개소임.

지난번 올 때 느낀 것에 비해선 길이 엄청 못 올라갈 길은 아니란 생각이 들던데, 오늘은 대청봉 꼭 가고싶은 마음도 안 생기고 출발시간도 너무 늦고 해서 담에 또 오지 하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내려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