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가벼운 몸풀기 산행을 떠납니다.
어제 산행여파도 살펴야 하고 컨디션 점검도 해야 다음 계획을 세울 수 있으니까
가볍게 걸으면서 봄을 느끼고 싶습니다.
근처 팔봉산 자락으로 가는길에 내 전용 고사리밭이 있습니다. 엊그제 잠깐 들었을때는 아직
시기가 이르더만 오늘 정도면 제법 많이 올라왔을 겁니다. 막걸리 산행이 아닌 고사리 산행이 되었습니다.
이거 제법 기분이 쏠쏠합니다. 수확의 즐거움도 있고 시간 때우는 재미도 좋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것은 시골 어른들에게 드리면 아주 좋아하십니다. 별것도 아닌것을 왜 그리 좋아하는지
나도 잘 모릅니다. 다른 어떤 선물보다 환영하는 이유가 뭔지 아직 해답을 못찾았지만 그 환한 미소한번 보려고
이런 수고?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얼마전 처가에 갔는데 올봄은 할일이 많아 고사리를 꺾으러 많이 가지 못하겠다 했더니 장모님
' 다 그만두고 이거나 해' 하십니다. 작년에는 친가와 처가에 20킬로정도씩 갖다 드렸습니다.
말려놓았다가 명절이나 자식들이 오면 한봉다리씩 내어줄 겁니다. 
 
이거 제법 노동입니다.
길도없는 우거진 숲속을 헤집고 다니다보면 기운이 금새 빠집니다.
무엇보다 걱정이 되는것은 뱀입니다. 산에 가면 매일 한번은 보게되는 이 징그러운 녀석은 왜 눈에 꼭
뜨여 갈등하게 만드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기어이 한녀석과 조우를 했습니다. 서로 갈길 가자고 막대기로 밀어보지만 녀석은 끄떡도 하지 않습니다.
서로 노려보면서 대치상태가 지속됩니다. 웬만한 맹견들도 내 시선과 마주치지 못하는데 제법 기가 센녀석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내 시선이 아니라 인상이겠죠. 어디가서 쉽게 볼수 없는 몽타주라서 산행기에도 남기지 않습니다.
어쩔수 없이 전투 모드에 돌입합니다. 누군가는 부상을 입겠죠. 오늘은 내가 멀쩡히 돌아왔습니다.

오늘은 3관정도 했습니다. 상품 먹고사리...시골 어머님 드리고 왔습니다. 행여나 팔아버릴까봐 당부를 합니다.
' 이거 며칠후에 누님이 온다는데 줘야하니 팔면 안돼요' 팔리도 없지만 팔아도 시골에서 어머님이 수확한걸로 하고
내가 드린 먹고사리는 식구들한테 주는걸로 약속아닌 약속이 된 상태입니다.

언제 고사리 산행한번 하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