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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치기 나홀로 설악산 등산 후기 (한계령-대청-천불동계곡-비선대)

오소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3.05.19 17:30:33
조회 2464 추천 9 댓글 12










원래는 일요일날에 중청대피소 예약을 성공해서 일요일날 갈 예정이었습니다.


11시 등산 시작, 중청대피소 1박, 대청봉 간 후 하산... 이런 느긋한 코스로요.

그런데 기상청이 수요일인가 목요일날 즈음 일요일날도 전국에 비가 온다고 예보를 변경했더라구요.

엄청나게 기다려온 등산이었던지라 짜증도 났지만, 일단 금요일 오후까지 기다렸는데도 일요일날 전국에 비가 온다고 예보가 나와서

아예 화요일이나 수요일날갈까... 하는 맘이 생겼죠.

그러다 저녁 먹고,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아예 내일 아침(5.18 토) 동서울터미널발 한계령 6:40분 차가 1자리 남아서 바로 예약을 했습니다.

대피소에서 숙박없이 당일로 한계령-대청-비선대-소공원... 이렇게 가기로요. 관리공단에서는 저 코스를 약 12시간 잡았는데

9시에 시작해서 조금 오버페이스를 한다면, 11시간정도 걸릴 것이고... 또 하산 막바지라 길이 험하진 않으리라는 생각도 작용했지요.



북한산 관악산 수락산... 서울에선 요렇게 가봤고, 한라산은 가봤는데 험한 곳도 없고 겨울이라서 굉장히 오르기 쉬웠던지라

설악산 같이 힘든 산은 처음이었던지라 살짝 긴장이 되긴했습니다. 

원래 스틱은 안 쓰고, 나이믿고 체력만 믿는 녀석인지라 그냥 가려고했으나... 엄느님의 극력 반대 및 조언으로 스틱을 갖고 갔지요.

"오를 땐 상관없지만 내려올 땐 있으면 무척편한다"라는 말을 들었거든요.



여튼, 동서울터미널에서 첫차를 타고 8:50분에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날씨는 구름 많음-흐림 사이를 왔다갔다했는데 선선하니 바람도 불고, 햇빛이 그다지 없으니 오르기엔 좋은 날씨였습니다.

사실 초행이라서 날씨가 무작정 맑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와 생각해보니 오히려 금번 날씨가 더 괜찮은 것 같습니다.

초반에 한계령 휴게소에서 오르는데, 나이믿고 계단이고 바위고 마구마구 오르니 금방 지치더군요.

북한산을 동네 뒷산이라고 생각하며 성큼성큼 올라가다 금방 헉헉대던 기억이나면서... 아, 요거 이렇게 가다간 그냥 퍼지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느긋하게 가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라지만, 9시에 올라서 당일치기로 내려갈 생각은 하니 페이스는 느긋하더라도

가능한 휴식시간은 짧게 올라갔습니다. 혼자 여행하니 이런 건 좋아요.

여튼, 귀때기청봉/한계령/대청봉 이정표가 나오는 곳에 도착하니 1시간 10분 정도 지나있는 10시 15분이더군요.

대청봉 6km라 적혀있는데, 시간당 1.5km정도 잡으면 1시30분~2시 사이에 도착할 것 같았습니다.

뭐... 그 이후로 계속 올라갔는데

한계령-서북능선은 기대만큼 좋지는 않았습니다. 음, 저는 아무래도 봉우리나 기암에는 별로 눈이 안 가는 취향인지도 모르겠네요.

대체적으로 풍경이 유려한 느낌보단, 비슷한 경치가 계속 나타났기 때문일 수도 있겠네요. 

그래도 단풍이 들면 굉장히 예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오르다보니 갑자기 수목이 작아지고 빽빽한 느낌으로 변하는데, 이게 중청대피소가 가까이 있다는 징조(?)라했던 블로그의 글이 기억나더군요.

계속가니까 넷상으로 본 휘어진 나무 밑으로 지나가는 길도 보이기도 했구요.

여튼 계속 가다보니 중청대피소와 대청봉이 갑자기 확~나타났습니다. 

음... 그래도 저는 여기까진 별 감흥이 없었어요. 

심지어 대청봉에 올라서도요.

아, 대청봉 오르기 전 중청대피소 평상에선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준비한 컵라면과 김밥, 커피를 먹었는데

다 먹고나서 물까지 마시고나니 700ml 얼음물 하나가 딱 떨어지더군요. (700ml 얼음물 2개 준비해감)

계속해서 대청봉에 오르니... 역시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는 개인적으로 설악산에서 가장 짜증나는 장소라 꼽고 싶네요. 사진 찍기 힘들고, 줄 서야하는데 새치기하고

특히 중장년층 남성들은 단체로 ~~산악회에서 와서 술 먹고나서 순서도 안 지키고 비석앞에서 사진찍는데 말도 안 통하고

여러모로 기분이 상했던 곳입니다. 어쨌든 저는 줄 서서, 제 뒤엣분에게 사진 찍어달라 부탁해서 사진도 찍고 왔습니다만

북한산 백운대 정상만큼 짜릿한 느낌은 없더라구요. 뭐, 제 개인적인 느낌이에요.

대청봉에 오른 시간이 오후 2시였는데 하산을 6시간정도 잡고 (11km정도?) 서둘러 이동했습니다.

희운각 대피소 방면으로 내려갔는데요, 와... 이게 계단이 미친듯이 나오는 겁니다.

계단-내리막-계단-내리막... 스틱을 꺼냈는데, 스틱 없었으면 비박을 했든가 야간산행을 했든가 무릎이 아작났다든가 셋 중 하나였을 거라 생각합니다.

스틱을 썼는데도 내려오다보니 다리가 풀려서 자동으로 개다리춤이 시전되더군요.

뭐 할 말 없이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후덜덜하면서 계속 내려가다보니 백담사/소공원/대청봉으로 갈라지는 이정표와 함께 삼거리가 나왔습니다. 이때가 2시 50분이었네요.

슬슬 똥줄이 탄 게... 내려가는 길은 좀 빠를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힘들고 더 더딘 느낌이었습니다.

소공원까지 9.8km남았는데 벌써 3시였으니깐요. 1시간에 2km씩 간다고해도 영락없이 어두워지겠구나. 라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헤드렌턴 없이 LED렌턴만 갖고왔거든요. 또 밤 되면 비올걱정도 되고...

어쨌든 다시 고고해서 4시에는 희운각 대피소에 도착했습니다. 대충 1시간에 1.4km정도 이동했더라구요.

그나마 다행인 건, 내려올수록 내리막과 코스가 완만해지는 거였죠.

그리고...

천불동계곡에 들어오니, 그제서야 설악산에 온 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계령-서북능선의 밋밋함(?)을 보상해주기 충분한 코스였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등산-하산의 피로를, 계곡을 끼고 걸으니 그 피로도 싹 가시더군요. 매끈하게 혹은 기괴하게 깎인 거암들과 고아하게 흐르는 물들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악산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광경이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사진도 찍다가, 하나같이 절경이라 사진기는 아예 집어넣은 채로 눈으로

경치를 감상하며 내려왔습니다. 

길도 편해지고, 날씨는 선선하고, 경치도, 녹음과 물 흐르는 호젓함 때문인지 오히려 점점 힘이 붙어서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

뭐... 비선대에 이르니 날이 많이 어두워지기도 했고 몸도 피곤했고 시간도 쫓겼기에 그다지 주위를 둘러볼 경황은 없었네요.

신흥사에 이르니 오후 7:30분이되었고, 한 8시 즈음해서 셔틀버스 타고 시외버스터미널에 8:30경에 도착했네요.

집에 오는길도 등산만큼이나 파란만장했는데요

차가 막혀서 밤 12시 20분에 동서울터미널에 도착. 지하철은 끊기고, 집에다가는 12시 넘으면 그냥 근처에서 자고 첫차타고 들어갈테니

그냥 자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비까지와서 눅눅한 지금으로는 찜질방도 가기싫고 집으로 갔으면 좋겠더라구요.

학생인지라 택시비로 3.5만원 쓰기엔 (집이 강서구라서...) 싫고.

그래서 우의 뒤집어쓰고 동서울 터미널->잠실대교북단(15분 소요)->9403탑승(막차가 새벽1시까지 운행)->신설역 하차->N26번 심야버스 탑승해서

집에 도착하니 새벽 3시였습니다.

자고 일어나니 12시간을 잤네요.

예전에 도보여행하면서 하루에 65km 걸은 적 있는데, 그때 그 정도의 피로가 쏟아진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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