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집 근처에 동네산이 있어서 자주 올라가거든.
내가 보통 저녁밥 먹고 소화시키러 산책을 나간단 말이여.
근데 산책을 나가면 앞에 산이 보여서 가고 싶단 말이지.

그래서 가볍게 찍고 내려올라고 하는데 막상 산 입구 까지가면 발걸음이 안 움직여진다.
몇 번 시도해봤는데 도저히 못 가겠더라고.

밤에 등산하면 야경이 쥑일 것 같은데 혼자서는 도저히 못갈 것 같아서 언젠가 한 번 친구를 불러서 한밤중에 야등을 시작했다.

근데 시간이 시간인지 우리말고 사람 1명도 없고 진짜 조용해서 막 주위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동네산이라 gps안쓰고 낮에도 자주 갔던 산이라 길을 알고 있었는데 밤이 되니까 어둡고 코스가 잘 안 보여서 이상한 길로 계속 빠졌음.
길인줄 알았는데 걷다보면 나무가 가로막고 있고 낭떨어지 나오고.. 뭐에 홀린 것 처럼 계속 코스를 벗어남.

소름 돋았던 건 길이 안 보여서 등산로 빠져나와서 나뭇가지 치우면서 숲속을 헤멨는데 그러다 나온 길이 무덤이었다 ㅎㄷㄷ
와 진짜 내가 밤에 운동하러 자주 나가는데 이만큼 무서웠던 적이 없다.

동네산이라 가로등도 좀 올라가야 나오고 완전 암흑임...
그때부터 쫄보모드 발동해서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휴대폰 후레쉬키고 올라가는데 옆 풀숲에서 바스락 소리가 났다.

난 그대로 얼어붙었고 친구는 왜 그러냐고 물음.
갑자기 또 바스락 소리가 났고 나는 너무 무서워서 그냥 튀었다.
친구도 내가 튀는거 보고 놀라서 같이 튀었고 산짐승이나 풀벌레 소리는 아니었음.
아주 가까이서 나는 소린데 나뭇잎 밟는 소리라고 해야하나...
돌아갈까 생각도 했었음.

어찌어찌해서 정상에 도착하니 아름다운 야경이 펼쳐짐.
그간 무서웠던건 잊고 친구랑 기념사진 찍고 감상 좀 하다가 후다닥 내려옴.

근데 내려갈 때가 더 무서웠음 ㅜㅜ
내려갈 때는 더 빠른 코스로 갔는데 하필 여기가 하수구있고 터널있는 분위기가 무서운 코스였다.
거긴 낮에가도 기분 이상한데 까먹고 있다가 내려오면서 알게 됐다.
그걸 생각하자마자 친구랑 입구까지 막 내달렸다.
어휴 무서워라...

쓰다보니 약간 공포이야기 처럼 됐는데 결론은 아무일도 안 일어났음.

요즘 뉴스보면 세상 너무 흉흉한 것 같다.
나처럼 야등 가려는 쫄보 등린이는 절대 한밤중에 가지말고 혼자서도 가지말고 정 가야한다면 초저녁이나 이른 새벽에 동행자랑 같이 가는걸 추천한다.
조심해서 나쁠건 없으니까...

음슴체랑 다체 왔다갔다 하는건 양해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