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도 많이 가라앉았고 가을이 됐는데,
이 무렵이면 독사의 독도 빵빵해질 무렵이나
나 자신을 위해서 이리저리 알아보았던
독사 물렸을 때의 응급처치법을 설명해보려고 해.
우리나라에 있는 독사는 전부 4종류야.
살모사
쇠살모사
까치살모사
유혈목이
보통 위 3종은 모두 Gloydius속 근연종이고
유혈목이만 종이 완전 달라.
유혈목이는 꽃뱀이라고도 하는데,
과거에는 독이 없는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꽤나 강한 독이 있었어.
그런데 왜 독이 없는 줄 알았냐?
보통 독사들은 독니가 앞니 쪽에 있는데
유혈목이는 뒤에 있거든....
그래서 물려도 눈에 띄는 독니 자국도 없고,
독의 주입량도 많지 않아서
정말 어지간히 재수없는 경우가 아니면
사람이 죽을 정도로 독이 들어가는 일이 없었어.
그런데 그 '어지간히 재수없는' 경우에는
정말 뒤짐. -___-;;;;
우리나라에는 유혈목이용 항뱀독소가 없어서
유혈목이에 물려 병원에 가도 증상억제 치료를 하지 '해독'은 못한다더라.
항뱀독소를 만들 기술력은 있는데 수요가 없는 모양.
(참고로 일본은 유혈목이용 항뱀독소를 만들어두었음.)
그런데 유혈목이는 초록색에 빨간색이 뒤섞여서
딱 보면 눈에 띄어.
능구렁이랑 혹시 착각할 수도 있는데, 능구렁이는 독이 없고
검은색과 빨간색이 뒤섞였음.
그 외의 독사들은 전부 살모사류.
살모사속(Gloydius) 뱀들은 머리가 뾰족해.
흔히 말하는 삼각형 머리.
쇠살모사 사진인데 머리 모양 봐라. 그림으로 그린 듯한 삼각형이지.
외국에서는 응급처치 교육에서 물린 뱀의 종류를 파악하면 좋다고 가르치기도 해.
어떤 뱀의 항뱀독소를 써야 할지 쉽게 정할 수 있거든?
그런데 우리나라는 유혈목이한테 물린 게 아니라면 다 살모사류고,
대충 살모사용 항뱀독소를 쓰면 다 통하기 때문에
뱀의 종류를 구분 못해도 큰 상관이 없어.
그리고 유혈목이 빼면 딱 물렸을 때 살모사류들은
독니 자국 2개가 딱 눈에 띔.
1. 물은 뱀이 초록색+빨간색이었는가?
맞다면 유혈목이.
2. 물은 뱀이 삼각형 머리였는가?
3. 물린 자리에 큼지막한 구멍 2개가 났는가?
솔직히 정말로 놀라고 당황한 상황에서는 머리 모양 보기도 쉽지 않겠지?
3번대로 큼지막한 구멍 2개가 났다고 하면 살모사류한테 물렸다고 생각해라.
그리고 유혈목이는 왠만해서는 물리는 일도 없는 모양이더라.
오죽하면 항뱀독소도 안 쌓아두겠냐?
독사에 물렸을 때.
1. 우선 뱀이 있는 반대방향으로 걸어서 도망칠 것.
괜히 뱀 죽인다고 하다고 또 물리거든.
뛰지 말라고 하는 것은 몸을 격하게 움직이면 피가 빨리 도니까.
2. 119에 신고.
너무 당연한 이야기긴 한데 그래도 일단 서술.
참고로 산에서는 구조대 보고 어디로 오십쇼 하고 설명하기 어려울 때도 있을 거야.
국가지점번호판이 보인다면 그 번호판을 불러주면 돼.
만약 그런 게 없고, 설명하기 좋은 랜드마크도 없다면
스마트폰에 GPS 어플을 깔아서 위경도 좌표를 부르거나,
또는 119 어플을 깔아서 그 어플을 통해 신고하면 돼.
(119 어플로 신고하면 자동으로 위경도 좌표를 전송함.)
3. 손을 물렸는데 물린 쪽에 반지나 손목시계 등을 찼다면 풀어줄 것.
부어오르는데 반지 차고 있으면 어떻게 되겠냐.
4. 마음을 진정시킬 것.
무서워하면 피가 더 빨리 도니까.
게다가 우리나라 독사들은 사실 세계적 수준에서는 센 편이 아니라서
물렸다고 금방 죽지는 않아.
그리고 물린 사람들 중에서도 한 20% 정도는
물리기만 했을 뿐 독은 안 들어갔다고 해.
(영어로는 dry bite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논문에선 '무독성 뱀 교상'이라고 하더라.)
그러니까 쓸데없이 두려워하지 말고 침착할 것.
5. 바닥에 앉아서 조용히 쉬게 할 것.
손을 물렸든 다리를 물렸든 대충 바닥에 앉아 쉬게 해.
그리고 최대한 몸을 움직이면 안 됨.
특히 물린 부위.
몸을 움직이면 그만큼 피가 빨리 도니까.
자료에 따라서는 그냥 '반듯하게 눞혀라' 하기도 하더라.
특히 다리를 물렸을 때.
독이 퍼지면 어지럽고 구토를 할 수도 있는데,
그래서 누우라고 하는 듯.
6. 깨끗한 물이 있다면 물린 부위를 씻어주고
비누나 소독약이 있다면 역시 씻고 소독해줄 것.
그런데 산에 갈 때 비누 들고가는 사람은 없을 테니....
독사든 아니든, 무독성 뱀 교상이든 아니든,
뱀에 물렸으면 세균감염의 우려도 있어.
그래서 씻어주고 소독하라는 거야.
정말 재수없으면 파상풍에 걸릴 수도 있음.
그래서 의사들은 뱀에 물린 환자들에게 파상풍 예방주사를 접종시켜.
파상풍 예방주사는 한 번 맞으면 효력이 10년쯤 간다.
등산이나 야외활동을 많이 한다면
10년에 한 번씩은 파상풍 예방주사를 맞도록 해.
대한감염학회 자료를 보면
파상풍 예방주사는 가격 대비 효과가 아주 좋다고 전국민에게 추천하더라.
이 글을 쓰는 나도 그래서 파상풍 예방수자를 맞은 지 5년 됐다.
7. 물린 부위에서 10 cm쯤 위쪽으로
붕대나 손수건 같은 넓은 끝으로 적당히 묶는다.
너무 세게 묶으면 피가 안 통해서 조직이 괴사할 수도 있어.
얼마나 세게 묶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그냥 묶지 말라고 하더라.
자료에 따라서는 위 그림처럼 압박붕대로 물린 부위와 그 위쪽을
적당히 세게 감아주라고도 하더라.
그러면 역시 독이 잘 안 통한다고 해.
원래는 코브라 같은 신경독 독사들에게 물렸을 때 권장하던 응급처치였는데,
(우리나라의 살무사 같은) 출혈독 계열 독사에 물렸을 때에도 효과가 있다고 밝혀져서
지침이 바뀌었다고 함.
막대기는 없어도 돼.
저거는 움직이지 못하게 하려고 고정시키는 목적이거든.
그런데 이것도 너무 세게 묶어서 아예 피가 안 통해서도 안 되기 때문에
적당히 해야 하는데... 그 적당히가 잘 감이 안 오지.
정말 감이 안 온다면 이것도 걍 하지 말고 구조대 기다려.
주의 사항.
칼로 째지 말 것, 상처에서 독을 빨지 말 것.
효과도 없고 감염이나 중독의 위험도 있음.
얼음찜질 하지 말 것
얼음찜질 하라고 잘못 알려주는 자료도 있는데 하지 마.
뱀의 독 때문에 이미 세포가 맛이 갔는데 얼음 찜질을 하면 더 충격을 받는다는군.
뜨거운 찜질도 하지 말 것.
같은 이유.
된장이나 담뱃재, 또는 무슨 약초를 바르지 말 것.
효과도 없고, 병원에서 할 일만 늘어나.
재수없으면 감염될 수도 있고....
아재들이 괜히 저런 민간요법 시도하기도 하는데 안 돼.
음식물 먹지 말 것.
물도 안 돼. 위에 뭐가 들어가면 피가 빨리 돌거든.
얘기 들어보면 통증을 잊겠다고 소주 들이키는 아재들이 있는 모양.
물도 안 되는데 술 마시면 어떻게 되겠냐?
Snake bite kit 쓰지 말 것.
영어로 Snake bite kit, Venom extractor 등으로 불리는 도구인데
우리나라에도 포이즌 리무버 같은 이름으로 들어와서 팔리더라.
부항처럼 진공상태로 만들어서 독을 빨아내는 것인데....
쓰지 마. 효과 없어.
구글링해보니까 미국 쪽 의료 전문가들도 효과 없으니 저거 쓰지 말라고 하고..
논문도 있어. 실험해보니까 제대로 독을 빨아내지도 못했다고.
그런데 검색해보니까 뱀에 물리면 저거 쓰라고 추천하는 사람들이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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