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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갈래사전 지은 한글학자 박용수는 청각장애인

만남의광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3.27 15:3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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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운동 현장 기록한 사진가이자 ‘우리말 갈래 사전’ 편찬한 한글학자 박용수 선생 별세

https://vop.co.kr/A00001610425.html


1648312125_ThKdHIUe_7107.jpg지난 2006년 진보정치와 인터뷰하고 있는 박용수 선생 ⓒ진보정치


박용수 전 한글문화연구회 이사장이 지난 25일 오전 향년 8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1934년 경남 진양에서 태어난 박 선생은 진주고등학교 2학년 때 장티푸스를 앓아 듣는 귀를 잃었다. 우리말에 대한 사랑이 남달라 겨레말이 사랑받을 수 있는 길 찾기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으며 사회의 변혁에도 앞장선 선생은 1970~1980년대 카메라로 민주화운동 현장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열일곱에 장티푸스를 앓았던 박 선생은 듣는 귀를 잃었고, 고등학교 2학년을 중퇴하는 것으로 정규교육을 마쳤다. 하지만 선생은 돌아가실 때까지 말을 잃지 않았고, 시인으로 활동하는 등 오히려 우리말에 대한 사랑을 평생 이어왔다.

아울러 박 선생은 허바허바 사진관 사진사 출신으로 노조운동을 하다 쫓겨난 뒤 1970년대 말부터 사진기를 들고 민주화운동 현장을 누벼왔다. 지난 1985년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민통련)이 만들어질 때부터는 보도실장을 맡아 반독재 투쟁 현장을 기록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민주화운동 사진 가운데 50% 이상이 선생의 손과 눈을 거쳤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렇게 박 선생의 손과 눈으로 기록된 민주화운동 사진필름 8만 7천여 점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기탁됐다.

박 선생은 1980년대 후반 이후, 사진보다는 우리말을 연구하는 이로 거듭났다. 원래부터 시인이었기에 우리말에 대한 사랑은 남달랐지만, 1980년대 초반 장편시 ‘바람소리’를 쓴 것이 계기였다. 박용수 선생은 지난 2006년 진보정치와 인터뷰에서 “당시 원고지 2천장을 목표로 쓰다가 800장을 메울 즈음 시에 쓸 우리 낱말이 모자라다는 걸 깨달았다”면서 겨레말을 쓰기 좋게 분류한 사전을 내자고 결심했다고 전했다.

1648312241_eFZn2AAQ_1969.jpg2006년 진보정치와 인터뷰에서 자신이 찍은 민주화운동 사진을 모은 '민중의길' 사진집을 가리키고 있는 박용수 선생 ⓒ진보정치


선생의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 바로 ‘우리말갈래사전’이다. 지난 89년 역사적인 평양 방문에 나선 문익환 목사님의 손에는 박 선생이 출간한 ‘우리말 갈래사전’이 선물로 들려있었다. 당시 ‘우리말 갈래사전’을 본 북의 김일성 주석은 “남한에도 이런 진보적인 학자가 있냐”며 ‘남북한 통일사전’을 만든다는 합의를 했다.

남북 언어 통일 사업의 커다란 전기를 마련한 ‘우리말 갈래사전’은 단순히 가나다순으로 단어를 나열한 다른 사전과 달리 사람, 자연, 동물 등 큰 갈래, 그리고 그 아래 갈래로 나누어 정리한 사전이다. 우리말을 보다 풍부하게 쓸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사전으로 이후에도 박 선생은 갈래말 사전을 계속 보완하는 등 평생을 우리말 연구에 힘을 쏟았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으로 박 선생은 지난 2006년 한글날을 맞아 제25회 세종문화상 민족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박 선생은 우리말은 대중을 깨우치는 무기이고, 통일 조국의 미래를 열어갈 꿈이라고 강조했다. 1989년 북을 방문한 문익환 목사의 손에 사전이 들려있었던 것도 민중들이 지켜온 우리말이 이제 통일의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그런 일념으로 평생을 우리말 사랑을 실천하셨다. 지난 2006년 진보정치와 인터뷰에서 박 선생은 이렇게 강조했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만들게 된 까닭은 ‘쉽게 배움’에 있다. 국민을 귀족과 천민으로 갈라 귀족에게만 교육을 시키고 생산은 천민 몫으로 맡겼던 때, 글 한 줄 읽을 시간을 갖지 못하는 생산대중도 가슴속 생각을 글로 남길 수 있도록 ‘일하면서 배우는 글’을 만든 것이다. 사대부, 위정자들이 남의 나라 글로 나라를 망칠 동안 생산대중은 나라말을 가꾸어 주권을 회복했고 민주화를 이룩했다. 아울러 우리말의 집대성은 통일의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 남북이 하나의 언어를 쓰면 서로 동질성이 높아져 통일에 대한 열망이 커질 수밖에 없다. 거꾸로 남북이 통일과 함께 동질성을 회복하려면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그래야만 남북이 진정 한민족으로 서로 아끼고 사랑할 수 있다.”

한편, 박 선생의 빈소는 일산 동국대병원 장례식장 3호실에 마련됐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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