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달에 전국여행을 다니던 중 경주에 들렀습니다.
경주엔 정말 먹을 게 없다는 말이 많아서 걱정했습니다.
먹을 건 굶더라도 구경할 건 다 보자는 생각에 불국사부터 들렀습니다.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불국사 앞에 도착하자마 왠 아지매가
제 여행용 트렁크를 덥썩 잡으시며

\'총각 밥은 자셨능교\'

처음엔 깜짝 놀라서 경계했으나 말씀을 들어보니...
눈이 많이 내린데다 짐 맡길 곳도 없어 트렁크를 들고 올라갈 수는 없다더군요.
그래서 식당에다 짐을 맡겨놓고 대신 식사를 하시라는 건데...
혼자 하는 여행길, 무엇보다 사람을 조심해야 했기에 망설였는데
절 바라보는 아지매 눈빛이 제 이모님 보는 것 같아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그러마고 했습니다.

꼬박 두시간 넘게 걸려 석굴암을 올라갔다 내려오자
아직도 버스 정류장 앞에서 손님들을 기다리고 계시더군요.
눈 덮인 산을 올라갔다 오느라 몸과 마음 모두 피곤했는데
절 보시고 반가워하시는 모습을 보니 집에 돌아온 듯 위안이 되었습니다.

여느 여행지의 식당이 그렇듯 가격이 조금 불합리하지만
비싼 밥 역시 여행의 묘미 아니겠는가 싶어 (호갱님 오셨능가;)
2만원짜리 정식을 주문하려니까 아지매께서 말리시더군요.
혼자 먹는 밥인데 뭘 2만원 짜릴 먹냐고,
그냥 만원짜리 밥이 더 나을 거라고 하시더군요.
당장의 이윤보다 손님을 더 생각하시는 모습에 정말 감동받았습니다.

더덕구이도 너무 맛있었고 전라도식 밑반찬도 정갈하고 맛있었습니다.
버섯 불고기 전골은 말할 것도 없었구요.
경상도에서 전라도식 음식을 먹게 될 줄은 몰랐는데,
비슷한 식당이 줄줄이 자리잡고 있는 걸 보니 신기했습니다.

제가 식사하는 중에도 호객을 위해 그 추운 날
밖으로 나가시는 아지매가 왜이리 안타깝고 짠하던지...
떠나기 전, 찾아가 감사하다고 인사드리자 환하게 웃어주시더군요.

마지막까지 환한 미소로 대해주신 전북식당 아지매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