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에 아버지를 여의었어요.
아버지가 초겨울날 역시 진탕술을 자시고 집이오시다가
길거리에서 얼핏 잠이 드셨는데..
그대로 동사하셨거든요.
사람들이 근근히 지나다니는 그런 거리에서요.
그렇게 아버지를 여의고,
여자는 중학교에 들어갔어요.
'애비없는 년'이란 딱지가 너무 싫었어요.
그리고 왕따를 당했어요.
화장실에 다녀오면 의자에 방금 씹은 듯한 껌이 붙여있는 건 예사였어요.
자퇴를 했어요.
그리고 검정고시를 보고,
남들보다 한 살 늦게 고등학교에 들어갔어요.
고등학교에 입학해서도,
여자는 혼자 등교하고, 혼자 하교하고,
그런 생활을 다시 되풀이 하다가.
그러다 먼저 손을 내민 한 친구가 하나 생겼는데,
고등학교 1학년이 채 끝나기도 전에,
친구와 레즈라는 소문이 돌았어요.
그래서 그렇게 절친했던 친구가 슬슬 자기를 피하는 것을 느껴야 했어요.
그래서 고등학교도 자퇴했어요.
그리고, 어린 두 동생들.
시장에 생선을 파는 엄마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싶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어요.
고깃집에 서빙일을 했어요
그러다 대학생인 고깃집아들을 알게 되었어요.
여자는 그 고깃집아들에게 푹 빠져버렸어요.
태어나서 처음 하는 이성과의 사랑에,
여자는 정신을 못차리고 그 고깃집아들에게 처음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다주었어요.
몸도, 마음도,
그리고 여름 어느날에,
고깃집아들이 자기친구들과 바닷가로 여행가는 걸 따라가게 되었어요.
어느 민박집에서
밤 늦게까지 술에 진탕 취하게 되었고,
아침에 몸에 일어난 역겨운 사실들을 접하고는
한 동안 집에 틀여박혀 모든 외부와의 연을 끊었어요.
몇 달동안 집에만 틀어박혀 살다가,
집 근처에 한 피시방이 들어선다는 것을 알게되었어요.
피시방알바를 시작했어요.
돈도 벌고, 게임도 공짜로 할 수 있었어요.
여자는 리니지라는 게임을 하기 시작햇어요.
그리고 겜속에서 한 남자를 알았어요.
28살의 한 자영업자라고 자기를 소개한 그 남자가
피시방에 여자를 보러 왔을 때,
여자는 첫 눈에 그에게 호감을 느꼈어요
얼마 되지않아 여자는 피시방알바를 그만두고
그 남자를 따라 타지로 갔어요.
남자는 처음에 살갑게 대해 주다가, 차츰 변해갔어요.
변태취미가 있었어요.
그러다 하루는 실수로 게임속 아이템하나를 잃어버렸고,
그 때문에 불같이 화를 내면서
자신을 수 차례 폭행하는 그의 모습에 다시 충격을 먹고,
여자는 몰래 집으로 돌아왔어요.
그리고 고향에서 베이비시터자리를 구했어요
애기보면서 비디오 빌려서 보고,
애기랑 소꿉놀이도 하고,
그렇게 조용히 1년을 살았어요.
스무살이 되던해.
어머니가 큰병을 얻었어요.
병원비 수술비를
어머니의 장삿돈과 애기돌보면서 버는 돈으론 다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예전에 리니지에서 알게된
한 달에 몇 백은 쉽게 버는듯한,
언니들 두 명을 찾아갔어요.
그리고 그 언니들이 어떻게 돈을 버는지를 알고는
놀라서 집에 다시 왔다가,
며칠을 고민하다 다시 그 언니들에게 갔어요.
물을,
주는 일과 받는 일이 있어요
언니들과,
낮에는 잠을 자고 같이 게임을 하고,
밤에는 일을 했어요.
정말 지금까지 해왔던
서빙알바,피방알바,보모일등은 우스울 정도로,,
그런 짓을 한 달을 해야 벌 수 있는 돈을
하루에 버는 그런 일을 시작하면서,
몸을 망쳐가기 시작했어요.
딱,
엄마의 병원비만 해결하고 그만 두자고 생각을 했어요.
1년이 지났어요.
엄마는 호전되었고,
병원에서 수술을 무사히 받고, 퇴원해서 조금씩 일을 다시 하시기 시작했어요.
여자는 가족들에게
'돈 많은 오빠와 사귀게 되서 그 오빠가 병원비를 대주었다' 라고 그럴듯한 변명을 했어요
처음에는,
처음에는 정말 딱 엄마의 병원비만 해결할 때까지만 그 일을 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어차피 더이상 깨끗한 몸도 아닌것,
이왕 발을 담근 김에
공부를 잘하는 남동생과 여동생의 학비와
나중에 대학교등록금정도 까지만 벌어 놓자.. 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자기가 하는 일의 당위성을 찾으면서,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일을 이어나갔어요.
하지만 벌어놓고나면
엄마의 병원비와 옷이나 화장등의 치장,
포주에게 뜯기는 이런저런 명목들,
그리고 일하고나면 자주 아프게되는 자신의 몸,
그에 따른 치료비.. 때문에,
그리 많은 돈을 모으지 못했어요.
그런 일을 하다보면,
일을 마친뒤에도 사적으로 관심을 남기거나 호감을 표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흔히 말해 창녀를 동정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윤락여성들에게 그렇게 불려요 '호구'
적당히 그들에게 창녀들이 불쌍한 척, 동정심을 유발하면,
그들은 선물을 사주죠. 명품백부터 시작해서, 목걸이, 옷
그리고 우리들은 그걸 다시 현금화하죠.
저에게도 더러 그런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래봤자 돈주고 여자를 사는 놈들이잖아요?
저는 차마 다른 언니들처럼 돈을 뜯진 못하고,
그냥 무시해주었어요.
창녀주제에..ㅎㅎ
그러다 어느덧 나이를 먹게 되었고,
스물다섯이 되었어요.
저는 더 이상 어떤 고통과 시련에도 굳건해 질것만 같았어요.
더 이상 밑바닥으로 떨어질 건덕지가 없었거든요.
그 와중에,
귀여운 남동생이 명문대생이 되었고,
예쁜여동생도 자기가 꿈꾸던 간호대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여자의 엄마는 병이 재발이 되어서 두 달만에 갑작스럽게 돌아가셨어요.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엄마는 그 여자만 몰래 불러서,
눈물로 한글자 한글자를 뱉어냈어요.
그만하라구요.
더이상 그 일을 그만하라구요.
사랑하는 엄마의 마지막 부탁을 저버릴수가 없었어요.
겨우 중졸학력에,
할 줄아는 건 남자에게 웃음을 팔고,
술을 따르고 몸을 파는 것 밖에 못하지만,
사랑하는 엄마의 마지막 부탁을 차마 어길수가 없었어요.
엄마를 여의고 나서
그 동안 조금씩 모아놓은 돈들로,
꾸준히 동생들의 학비와 생활비를 대주고,
저는 나름대로 요리학원에 등록해서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저는 독해져야 했어요.
더 이상 이 세상에 이상도,
사랑도, 아름다움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더러운지도..
요리학원을 다니면서,
같이 요리를 배우던 두 살 어린 남자애와 친해졌어요
..
어리지만 어린티가 나질않았고,
전국 제일의 요리사라는 거창한 꿈을 가지고 있는 그가 참 좋았어요
한 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사귀게 되었어요
사귄지 100일이 채 되기도 전에,
그에게 고백을 했어요. 뭐든지 솔직하고 싶어서요.
과거에 그런 일을 했었다구요.
'더러운 년, 쌍년'
이게 그의 대답이었어요.
그에게 어떤 반항도, 말대답도 할 수가 없었어요.
여자 스스로가 더러운 년이 맞으니까요,
여자 스스로가 창녀가 맞으니까요.
아무리 포장하고 합리화를 한다해도,
이미 수 많은 남자들이 거쳐간,
그런 역겨운 몸뚱아리를 가진 여자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여자는 외로웠어요.
자신이 몹시 더럽게 느껴졌어요.
여자는 자신의 몸을 씻고 싶었고,
그러다 신앙의 길을 발견했어요
교회에 사람이 없는 시간만을 택해,
십자가 앞에서 회개를 했어요.
이 더러운 몸과 과거를 잊고 싶다구요.
깨끗해질 수 없냐구요.
그 시간만 되면 시계처럼 찾아가는 나에게,
목사를 꿈꾸는 또래의 한 청년이 다가왔어요.
기도하는 나의 두 손을,
다시 자기 손으로 감싸
진심으로 나를 위해 기도하는 그의 모습에,
전 나도 모르게 마음의 문을 열어버렸어요.
하느님께 감사했어요
그에게서라면,
그 더러운 과거들을 다 정화할 수 있을 것만 같았어요.
그래서 그가 좋았어요.
그가 나를 사랑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신앙 차원에서 단순히 내게 손을 내미는 것인지,
그것을 구분할수도, 물을 수도 없었지만,
그것을 알고 싶지 않았어요.
그냥 그 자체만으로 좋았거든요. 혼자가 아닌 것 같아서,
사귀는 건 아니었지만, 그냥 그대로가 좋았어요.
많은 위안을 받았거든요.
그러던 어느 봄 날에,
하루는 그가 저를 데리러 차로 오던 중에
교통사고가 났어요
심각한 중상을 입었어요.
그의 병실을 찾아가서 병실밖에서
눈물을 흘리며 기도를 했어요.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다 할테니, 주님
이 남자를 살려주세요..
이 남자를 살려주세요..
이 남자를 꼭 살려주세요..
하지만 나의 더러운 과오와 썩은 몸을
정화해줄 것만 같았던 야훼는,
머지않아 그렇게 그 남자를 끄집어 하늘로 데려갔어요.
저는 동시에,
야훼라는 건 애초부터 없었고,
그가 죽은 것 처럼,
새로 태어나고 싶은 여자의 작은 소망과 바램또한,
함께 죽은 거란 걸 알았어요.
야훼가 있었다면 왜 우리엄마에게 병을 주었나요.
왜? 왜?
동생들을 찾아가 봤어요
훤칠한 키에 이미 명문대 장학생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 있는 남동생은,
아무래도 누나의 과거를 어렴풋이 알고 있었어요.
그런 누나를 남동생은 참 부끄러워 했어요.
남동생의 여자친구가 경멸하는 듯한 눈빛으로
절 바라보는 그 모습에,
참지 못하고 부끄러워 남동생의 집을 나왔어요
그리곤 여동생의 자취집을 찾아갔어요.
여동생은 여자를 이해하고,
또 같은 여자로써 안타까워 했지만,
집안상황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랬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한 편으로는 자기 또래친구들과
사귄지 갓 100일도 안되는 남자친구에게
언니의 모습을 보이는 것을 무척 꺼려하는 듯 했어요.
결국 저는 여동생의 집도 나오고,
자기를 아무도 모르는,
그래서 자기의 과거또한 아무도 모르는
경기도의 작은 소도시로 터를 옮겨,
한 직업소개소를 찾아갔고,
요리학원에서 배워놓은게 있었기 때문에
작지않은 식당에 취직해 일을 시작했어요.
스물 여섯,
스물 일곱,
그렇게 살다 하루는 집에 가던 중에 한 남자에게 헌팅을 당했고,
전 거절했지만 남자는 시간을 두고 끈질기게 달라붙었어요.
그는 처음 한 보름간, 정말 죽을 듯이 저에게 잘해주었어요
식당사람들 외에는 그 누구도 아는이 없는
이 썰렁한 작은도시에 살게되면서,
저는 차츰차츰 남자가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 남자를 받아들였어요.
그러나 사귀는 시간이 조금씩 흐르면서,
제가 식당에서 힘들게 일을하며 벌어온 돈으로
남자는 술을 마시고, 옷을 사고,
피시방을 전전하며 겜아이템에 돈을 붓고,
하지만 그를 정때문에 차마 놓을 수가 없었어요.
손찌검이 시작됐어요.
그는 교묘하게 얼굴에는 티가 안나게
제 몸에만 주먹과 발을 휘둘렀어요.
툭하면 욕을하고, 고집을 부렸어요.
하지만 그 놈의 정이 뭔지,
그런 남자일지라도
그 남자외엔 의지할 사람이 없었기에,
그래도 외로운 것 보다는 낫지 않겠냐며
스스로를 다독였어요.
그래도 사랑만은 내가 그의 것을 가지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요.
하지만 그런 바램은
그가 윤락가를 다녀온 흔적과,
역시 내게 한 것처럼 헌팅으로 다른 여자들을 꿰어낸 흔적들을 찾아내고,
끝이 났어요.
그는 울고불고 매달리고,
단념을 하다가도, 그러는 그에게 정이들어 다시 받아주고,,
하지만 그는 또 같은 짓을 반복하고,,
그런일들이 세네차례 반복하고 나서야 확실히
저는 그를 떼어낼 수 있었어요.
그렇게 진절머리나는 삶들을 살다가,
스물 여덟이 되었어요
식당에서 일을 하는데
눈에 밟히는 어떤 손님이 있어요.
외모가 그다지 번듯하지는 않지만,
뭐랄까.. 반듯한 느낌이 나는 그런 남자였어요
그리고 저는 간혹 그 남자가 눈에 밟히는 이유가,
그가 저를 보고 가슴에 담았고,
한 번이라도 얼굴을 더 보고싶어서
식당엘 자주 찾아오기 때문이란 걸 나중에 알게되었어요
어쩔땐 하루 세끼를 모두 그 식당에서 해결하기도 했어요.
나중에 카운터를 보는 점원에게서
그가 저에 대해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것으로 보아
관심이 있는 모양이라는 웃음섞인 소리를 들었어요.
그다지 기분이 좋지는 않았어요.
제가 마음에 품었던 사랑은 하나같이,,
하나같이 모두들,
역겨운 결과들만 쏟아냈기 때문에.
누구에게는 더러운 짓을,
누구에게는 쌍욕을
누구에게는 죽음을
누구에게는 폭력을
남자라면 진절머리가 났어요.
어차피 몸도 어린시절부터 충분히 더럽혀졌고,
자기인생에 남자라는 인연은 독만 될뿐이라,
치가 덜렸거든요.
그 이전에 한 번 익명으로 인터넷으로 물은 적이 있어요.
창녀라는 과거를 가진 여자가, 현실에 있어서 어떤 의미 인지...
답은 이렇게 달렸어요
'예비창녀, 예비바람녀, 예비꽃뱀녀'
마치 학창시절에 친구들과 어른들에게 낙인을 찍혔듯이,
'난 어쩔 수 없나봐요'
그렇게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그 남자,
살랑살랑내리는 이슬비에 몸이 젖듯이..
그렇게 자꾸자꾸 마음의 문을 두드려요.
그가 8번째 퇴짜를 맞고,
9번째로 식당문 닫을때까지
문밖에 서서 조용히 날 기다리는 날,
그 날은 그의 모습처럼 밤비가 살랑살랑 내리고 있었어요.
그리고 주위 상가에서는 어린시절에 즐겨들었던
귀에 익은 음악소리도 잠시 들려왔어요 endless rain..
그 날을 아마 잊지 못할 것 같에요.
저도 모르게 그런 분위기들에 취해서,
남자가 고개를 내밀자 미소를 지어줬어요.
'당신이 나를 알고도 그럴 수 있을까요?'
뭐랄까.. 그가 안스러웠거든요
그는 주위의 학교에서 근무하는 어엿한 선생님이었어요.
이 남자, 정말 반듯했어요.
술 싫어하고, 담배안하고
이기적이지 않고,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한참을 잘 만나면서도
그에게 조심스러웠어요.
당장 내가 외딴 연고지 없는 도시에서 일을 하고 있는 이유부터...
내 학력, 과거, 가족얘기.. 등등
덜컥 겁이났어요.
거짓말이 무서웠어요.
학교자퇴, 배신, 폭력,
다른건 다 사실대로 얘기를 했지만
차마 몸을 팔았다는 사실은 이야기할 수가 없었어요.
정말 차마 할 수가 없었어요...
사랑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그의 얼굴 앞에서,
여자는 감히 그 얘기마저 할 수가 없었어요.
그 시절의 이야기는 적당히 얼버무렸어요.
이 남자.. 참 이해심이 깊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내가 혹 난처해할까 꼬치꼬치 캐묻지 않아요.
인터넷에 다시 익명으로 어딘가에 상담글을 올렸었어요.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내 어두운 과거를 솔직히 털어놓아야 할까요'
전체 답변 10여건,
10여건 중에 7건의 답변 내용
'더러운 년, 역겨운 년'
그리고 나머지 3건의 답변 내용
'죽을때까지 비밀로 하고 가세요'
저는 한참을 고민한 후에 스스로 합리화를 했어요
'그래.. 그가 세세하게 묻지 않았으니까..............'
하루는 일을 마치고 오는데 너무 피곤했어요.
계단을 오르던 중에 다리에 갑자기 힘이풀려
그대로 데굴데굴 굴러떨어졌어요.
계단 모서리에 정강이뼈가 심하게 다쳐서,
일을 그만두고 병원에 입원해야 했어요.
그이는 학교에서 퇴근하자마자 병원에 문병을 왔어요.
내가 누워있는 침대에서 손을 잡아 준 채로,
옆에서 조근조근 하루 일과를 들려줬어요.
자기반 아이들 누구는 오늘 어떠어떠 했네,
누구와 누가 싸워서 말리느라 혼이났네..
아이 누구누구가 수업중에 재밌는 질문을 해서 진땀을 뺏네.. 어쩌네 하는 이야기들을요..
참 행복했어요.
저는 병원밥이 그다지 입에 맞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가 내가 좋아하던 음식들을 기억해서,
그걸 그대로 병원실로 싸오곤 했어요
골밀도가 낮은 절 위해서 우유도 꼭 잊지 않구요^^
그런 그가 정말로 사랑스러웠어요.
차츰차츰 회복이 되어,
재활치료도 받고,
병원앞 공원도 그와 손잡고 걸으면서,
저녁에 벤치에 앉으면 그가 기타를 어디서 하나 끙끙대고 들고와서
척 보기에도 어설퍼보이는 음악들도 들려주구요^^
하지만 그가 가까워질수록,
사랑이 커갈수록,
저는 두려웠어요.
과거 때문에,
혹시 그가 알게될까..
퇴원이 가까워지고,
일자리에 다시 나가려는데
그가 자기 집에서 조금 더 쉬는건 어떠냐고 권유를 했어요.
자기가 돌보아 주겠다고..
완전히 낫은 뒤에 일을 하든 뭘 하든 하라고,
그때까진 자기가 돌봐주겠다구요.
일종의 동거죠.
저는 이야기를 듣고 한 참을 고민을 했어요.
'혼전에 동거한 커플은..
결국 깨지는 수가 많다던데...'
전직창녀주제에 저런 고민이나 하고 말이에요
ㅎㅎ
딱 일주일 정도만 있다가 나오자..
그렇게 서로 합의를 보았어요.
그런데,
그 일주일이 정말 행복한 거에요.
다리가 안좋아서 장보러가는게 걱정이 됐었는데
세상이 좋아져서 집안에서도 찬거리를 배달받아서
요리를 할 수도 있고,
치킨배달시켜 같이 먹기도 하고,
마치 신혼부부처럼.
꿈만 같았어요.
내가 그이의 부인이 되고, 아내가 된 것 같아서,
퇴근하는 그를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너무 행복했어요.
혹 아직 완전히 낫지도 않은 내가 어떻게 될까
저녁에도 조용히 팔베게만 해주면서 잠을 자는 그가 너무 사랑스러웠어요
일주일만 있으려 했는데,
나도 모르게 세 달정도 지내게 되었어요.
그리고 올해에 그가 부모님이 계시는 도시로 발령이 나서
그는 부모님이 계시는 그 집에서 출퇴근을 하고,
저도 멀지않은 곳에서 원룸을 하나 잡아서
조그마한 일자리를 다시 얻었어요.
내년 봄에 결혼 약속도 했어요.
그가 퇴근하면 같이 데이트도 하고,
수업업무같은거 산더미같이 안고 오면,
제가 할수 있는 선에서 도와주기도 하고.^^
홈피와 블로그를 같이 꾸미기도 하고..
1년이 훌쩍 지났지만,
그는 정말 변하지 않았어요.
간혹 심술이 나고 짜증을 부려도
다 받아주고, 토닥토닥거려주고,
세상에 이런 사람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정말 내 모든걸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은 사람.
그게 그에요.
이런 그가 절 떠나려고 해요.
'나한테 뭐 숨기는 것 없어?'
숨이 턱 막혔어요.
그게 벌써 열흘 전이에요.
하루에 아무리 적어도 3,4통정도 전화를 하던 그가,
차츰 전화횟수가 줄어들어요.
일주일에 하루이틀빼곤 항상 만나던 그가,
이제 먼저 만나자는 이야기를 하지 않아요.
변해버린 그의 굳은 표정이 보여요.
저는 감히 그럴 것이라고 말을 꺼내기 조차 힘들어요.
하지만 모든 상황은 그렇게 밖에 생각이 안되요.
아무리 생각하고 생각해도,
그 것밖엔 탁히 떠오르지 않아요.
어떻게 알았을지.
저는 마지막 이별을 예감하고 있어요.
집에서 혼자 그의 홈피와 블로그만 까닥까닥 거리고 있어요.
저 어떻게 해야 하죠?
저의 모든 이성적인 사고는 이미 끝났다고 하고 있어요.
이제와서
사랑해서 속였노라고, 말을 하지 않았노라고 실토를 해도,
그가 떠날거라는게 너무 뻔해요.
내가 장난처럼 예전에 헤어지자 해도 다 받아주던 그에요.
무릎꿇고 내 손에 입맞춤 해주던 그에요.
그런 그가 한 번 돌아서면 그걸로 끝이라는 걸 알아요.
전 어떻게 해야 하죠?
전 그이 없으면 죽어요
제가 숨쉬는 유일한 이유에요.
전 더 이상 잃을게 없는 년이에요
부모도 없고, 동생들도 제겐 더이상 관심이 없어요.
친구도 없어요.
그이 밖에 없어요.
며 칠째 출근도 안하고 있어요.
끊었던 술을 4병을 마셨어요.
마셔도 취하지 않아요.
아무리 울어도 눈물이 마르지 않아요.
그래도 이런 외진곳에는 나를 아는 사람이 없지 않을까 했었는데.
그래서 온거였는데.
그 과거는 꼭 잊혀진 줄 알았는데.
누군가 절 아는 사람이 있나봐요.
저 어쩌죠?
새벽내네 자지도 않고
울면서 몇 시간째 글을 쓰고 있어요.
아니 아침이네요
다써놓고 보니 저란 년도 참
억세게 재수없네요
ㅎㅎ
정말 재수없네요
전 그 없으면 죽을 것 같은데.
내 심장이라도 떼어서 주라고 하면 줄 수 있는데
울면서 웃는 저는 미친년이에요.
그는 내 과거에 충격을 먹은 걸까요?
아니면 내 거짓말에 충격을 먹은 걸까요?
ㅎㅎㅎ
그렇다고 죽기는 싫은데.
그이 없이 살기도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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