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 결혼 4년차야.

토끼같은 아내와 같이 살고 있어.

답답해서 속 좀 털어놓고 가보려고.

어릴때부터 뭐랄까, 

누나 옷 입고, 누나랑 같이 놀고, 누나랑 같이 마법소녀 만화 보는거 너무 좋아했어.

뛰어노는거 싫고 땀 흘리는 거 싫고, 예쁘고 아기자기한 걸 좋아했어.

중학교때까지는. 내가 잘못 태어났나 싶었어.

딱히 여자티는 안나는 누나 옷들.

학교에 갈 때 입고가고 신고가고 그랬거든.

그게 좋았고.

같은 반 남자애와 키스까지 했었던 그런 시절도 있었었어.

그때야 인터넷이 있었겠어 그런 정보를 어디서 찾을 수 있었겠어.

홍석천도 커밍아웃 안했던 시절이고,

PC통신이란 것도 머나먼 금수저들의 이야기였는걸.

그냥 그렇다 했었어.

그러다가 대학교를 들어가서,

간신히 풀 수 있었던게 여장 코스프레였어.

지금와서는 그 사진들 다 사라진게 아쉽다고 해야하나.

암튼 그랬어.

그런데 

여자에는 관심없었던 내가,

여자를 사랑하게 됐었어.

같은 코스프레 하던 누나였거든.

그래서 생각했었어.

아 난 여자를 사랑할 수 있구나.

그래 내 정체성은 그래도 남자였구나 하고 말이야.

암튼.

......

군대도 멀쩡하게 잘 다녀오고

대학교 졸업을 하고 나서,

남자다 남자다 남자답게 취직해서 상경해서 살면서도

자취방 옷장에는 하나 둘 사다모은 여자옷에

여자신발에, 

가발에.

도저히 구하기 어려운 건

아는 누나한테 구해달라고 해서 구해 입구.

밤에 몰래 여장하고 돌아다니는게 소소한 취미 중 하나였거든

.........

그냥 내 취향이 변태였나. 생각했지.

그랬었어.

그러다가 30대 초반에 오래 사귀었던 아가씨와 결혼을 하게 됐었어.

지금 결혼 4년차에 아직 아기는 없거든.

그런데 이 아가씨, 즉 내 아내가 사귈 당시에도 나에게

이거 입어볼래? 식으로 자기 옷을 입히는걸 가끔 했었었거든.

아가씨도 좀 덕 취향이 있는지라, 그런가 싶었기도 했고 한편으론 나도 뭐 좋아하니. 'ㅅ';

그런데, 

요즘 아내가 자꾸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해.

만약에 오빠가 여자가 되어도 이혼은 안할거야. 라던가,

그렇게 자르고 싶어....? 라던가.

나도 뭔 일인진 모르겠어

하드 안에 몰래 숨겨둔 성전환 영상때문인건지.

너무 그들이 부러워서 울적할때 한번씩 꺼내보거든.

그리고 지우고 그러는데.

아님 술 마시고 아내에게 뭐라고 이야길 한건지.

사실 나도 내가 뭘 원하는건지 모르겠어.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남자답게, 라는 말이거든.

.....난들 태어나고 싶어서 남자가 된 것도 아니고,

남자라는 것도 솔직히 싫고,

사실. 이전부터 알고는 있었어.

그런데 무섭고 두려워서 꾹꾹 숨겨두고 눌려둔게.......... 나도 모르게 터진 거 같아.

그냥 모든 것이 두렵고,

모든 것이 너무 떨린다;

이제와서 뭐 어찌해볼 수도 없고,

그럴 능력도 없고.

하루하루가 너무나 힘들다.

그냥 답답해서.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