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일단 MTF임.

여러가지 감회가 든다.

인생을 살아온지 약 30년.

이제 와서 바꿔도 될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남은 인생만이라도 바꾸고 싶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순간도 내 몸에 만족한 적이 없었고 이런 몸을 가진 게 수치스러웠다.

열심히 꾸미면 "남자 중에선 그럭저럭 약간 평균 이상"이라고들 평가를 해줬지만

왜 내가 남자의 면상이어야 하는지, 왜 아랫도리에 그런 걸 달고있어야 하는지, 또 수염과 다리털은 왜 나는지 너무 자괴감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어딘가에 말하고 살면 변태 취급이나 정신병자 취급을 받을까봐 비밀로 해왔고,

나 역시 어느 정도 사회인식에 물들어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남자에게 차인 경험만 3번.

그때까지도 내가 게이이면 게이이겠지. 혹은 양성애자이겠지 생각했지만,

성주체성 불일치일줄은 예상도 못했다.

아니, 어쩌면 예상을 했는데도, 편견 때문에, 그리고 지식이 없어서 그 생각을 꾹 닫아놓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어느 시점인가부터 갑자기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고,

결국 저번주에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심리 검사 과정에서는 상담사분이 나도 몰랐던 내 내면을 끄집어내서 무척 놀랐다.

(자세한 검사 과정은 비밀. 검사 방법이 유출되면 트젠이나 의사 모두에게 이후 투명한 판단이 힘들어지니까.)

그리고 오늘, 생각보다 일찍 진단서가 나왔다.

검사 결과에 따르면 나는 F640. 즉 성주체성 불일치가 맞았다.

생각해보면 난 존나 멍청했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매번 마스터베이션을 할 때마다 스스로가 여성이라고 인지했고,

RPG 게임을 할 때도 남캐를 하면 몰입이 전혀 안됐는데다가.

어쩌다 내 뒷모습 보고 사람들이 여자인줄 착각하면 기분 째졌고,

스스로의 몸이 남자인 게 수치스러웠는데,

그런데도 나 자신이 트젠이라는 걸 몰랐다니.....

하여튼 그래도 더 이상 정체성에 혼란을 겪지 않아도 돼서 기쁘다.

남은 인생 어떻게든 잘 살아봐야지.

그 동안 존나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