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기형도는 이거다. 이게 진짜지앱에서 작성

(175.223) 2016.04.03 01:12:34
조회 75 추천 0 댓글 6


「악몽」 혹은 「어느 보갈년의 오후」 혹은 「어느 시인의 죽음」

나는 말없이 만원 짜리 지폐를 들이밀었다.
못생긴 매표소에서 티켓을 받아 쥔 손은
엉거주춤한 각도로 극장 휴게실의 난간을 찾는다.
애써 태연함을 추구하는 안면 근육.
허나 연신 식은땀을 흘려댄다.
눈치 없는 뒷덜미. 냄새난다.
휴게실은 이미 살롱 우아댁들의 차지다.
쫓기듯 극장 안으로 들어간 나는, 죄지은 사람 마냥
주섬주섬 가방을 싸안는다. 불쾌한 의자에 몸을 파묻는다.
입술사이로 절로 흘러나온다. 한숨.
무관심하게 이별 장면을 읊어댄다. 스크린.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웬 사내 옆자리에 와 앉았다.
옆을 볼 용기도 나지 앉을 틈에
그의 손은 나의 사타구니를 만지작거린다.
불쾌하게 좋아지는 기분. 꼬리를 타고 솟아오른다.
얌전한 고양이가 과감하게 그의 지퍼를 내린다.
배곯은 아이 마냥 뻔뻔한 성기를 빨아댄다. 뻔뻔. 하. 다.
이윽고 몸을 틀어대는 사내. 벌써?
사납게 앞으로 고꾸라지는 사내의 몸. 이상. 하. 다.
나,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확인한다. 낯. 익다.
우스꽝스레 일그러져 고통스러워하는 얼굴. 소리내지 못한다.
맙소사. 이내 사내는 극장바닥에 고꾸라져 요동을 쳐댄다.
엄마야 이걸 어쩌면 좋담.
공포에 휩싸인 보갈년은,
무작정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달려나갔다.
밝은 빛에 눈이 멀어버릴 것 같았지만
내달리는 발걸음을 멈출 수는 없었다.
얼마나 뛰었을까. 겨우겨우 정신을 차린 나.
어느 낯선 골목, 썩어 가는 나무대문 앞에 앉아있다.
그러나 흐르는 눈물은 멈추지 앉는다.
지독히 짠 눈물 맛은 두려운 마음 탓이었을까.
아님 죄책감 때문이었을까.
그렇게 쓰러진 사내는 살았을까,
아님 죽었을까.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매니저들에게 가장 잘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5/03/10 - -
AD 보험상담은 디시공식설계사에게 받으세요! 운영자 24/08/28 - -
884286 생리하고싶다. 생리하고싶은 새벽이야 (175.223) 16.04.03 30 0
884284 여시소리듣는거 넘나조음 [5] 오레오오즈(175.252) 16.04.03 76 0
884283 김형 남자이야기로 놀렸더니 [1] 격파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4.03 66 0
884278 요시 인증갤! [3] 꼬부커(112.171) 16.04.03 67 0
884277 지굼은 막 그런소리도들어 [7] 오레오오즈(175.252) 16.04.03 101 0
884276 이거 정체성 고민 맞냐 (제발 들어줘) [13] ㅇㅇ(180.189) 16.04.03 147 0
884275 인증할 다음 타자 기다리고 있다~ ㅡㅡ+ 허당렞(115.23) 16.04.03 46 0
884274 이정도면 여자로 보이지? [2] 너부리ʕ´•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4.03 74 0
884273 옛날사진은 막풀어도대~ [4] 오레오오즈(175.252) 16.04.03 110 0
884272 눈이 커졌으면 좋겠다 [1] 너구리ʕ´•ᴥ•`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4.03 44 0
884270 오레오오즈vs화장한마도학자 [1] (175.223) 16.04.03 102 0
884269 누가 이걸 여자로보겠어 [6] 오레오오즈(175.252) 16.04.03 127 0
884268 남자친구 만년필선물해줄까 [2] 뿔버섯.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4.03 51 0
884266 더 티부같은것도 있어 [6] 오레오오즈(175.252) 16.04.03 124 0
884265 카페년들 겜친추한다햐놓고 안하는건 무슨경우? [2] 허당렞(115.23) 16.04.03 60 0
884264 오레오 형아... [1] G청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4.03 63 0
884261 잠 안 올 때 어떡하지 ㅜㅜ 단단요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4.03 35 0
884260 나진짜 존나 남상이긴한듯 [11] 오레오오즈(175.252) 16.04.03 140 0
884259 천상병 새랑 귀천도 좋지 않니? [1] 단단요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4.03 41 0
884257 야13돈데 왜캐 춥냐 너구리ʕ´•ᴥ•`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4.03 28 0
884256 나 격파맨이야 아이디보븐 몰라? [1] 너부리ʕ´•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4.03 54 0
884255 오늘 하루종일 그 중국BL드라마 봤는데 유리벽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4.03 827 0
884252 난 수능 00000임 (113.192) 16.04.03 40 0
884251 이거면 됐지? 너굴이하도 앙앙거려서 바꼼 [2] 너부리ʕ´•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4.03 54 0
기형도는 이거다. 이게 진짜지 [6] (175.223) 16.04.03 75 0
884249 채널 돌리다 셰프끼리?그거 봤는데 단단요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4.03 36 0
884248 딕쏘하면서 알았다. 상처받는 거보다 주는게 더 아파 (113.192) 16.04.03 60 0
884247 서글픈 밤이다 꼬부커(112.171) 16.04.03 25 0
884245 17수능 696969임 [4] 꼬부커(112.171) 16.04.03 47 0
884243 너무 무섭다 덜덜덜 [5] 너구리ʕ´•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4.03 75 0
884242 16수능 300점 나옴 [3] ❝또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4.03 73 0
884239 기형도 시 올타임 레전드 대목 [2] G청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4.03 48 0
884238 2013수능 윤리 2등급이다 [3] ㅇㅇ(180.224) 16.04.03 49 0
884235 동양철학두 좋아해 ❝또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4.03 46 0
884234 고정희 상한 영혼을 위하여도 단단요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4.03 46 0
884232 한국시인들 진짜 미친 최고야 G청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4.03 46 0
884231 시갤이니까 김남조의 설일 보고가자 [4] 꼬부커(211.36) 16.04.03 143 0
884230 비트겐슈타인... [1] (113.192) 16.04.03 44 0
884229 나는 최승호 북어가 제일 좋아 [5] 너구리ʕ´•ᴥ•`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4.03 126 0
884228 빠스쩨르나끄의 닥터지바고 읽고싶드라 뿔버섯.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4.03 33 0
884227 토머스 만 작품 좋아하는 사람은 없어? (113.192) 16.04.03 24 0
884226 봄의 정원으로 오라 [1] ㅇㅇ(182.210) 16.04.03 41 0
884225 사실 난 철학충이라 그런거모름 [3] 오레오오즈(175.252) 16.04.03 58 0
884223 이 펜 이쁘냐? 뿔버섯.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4.03 49 0
884222 허당렞봐라 [1] G청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4.03 48 0
884221 나도 짧고 굵은 애끼는 시 하나있당 [4] 허당렞(115.23) 16.04.03 73 0
884220 나중에대학원가게된다면 문학전공하고싶다 뿔버섯.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4.03 42 0
884218 너네 왜 안어울리게 시문학 이야기야 ㅇㅇ(211.194) 16.04.03 45 0
884216 나두 백석 시 좋아해 [3] ❝또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4.03 62 0
884215 동성 간의 성 폭력 버르고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4.03 45 0
뉴스 ‘우리 마을 똥강아지’ 김도훈, 영케이·허남준과 마을잔치 준비… 2대 대장은 누구? 디시트렌드 03.1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