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지키면 처단당할 거야" 시골 초등교실의 작은 계엄 수업

나남뉴스

2024.12.10 12:25:04

조회 201 추천 0 댓글 0

비상계엄 사태가 국회 표결로 막을 내린 지난 4일 오전, 강원지역 작은 초등학교의 2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김모 교사는 간밤의 일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이야기할지 고민하며 교실로 향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학생들은 바닥에 엎드려 놀거나 내일 만나게 될 한 작가의 책을 재밌게 읽고 있었다.

교실로 들어온 선생님을 보자 한 아이가 "선생님 A가 B를 때렸어요"라고 말했다.

이때 김 교사의 머릿속에 '번뜩'하고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얘기했다.

"안 되겠다. 지금부터 김선생님법을 만들 거야. '김선생님법 1호, 친구가 때리면 같이 때린다' 모두 이 법을 지켜야 하고, 안 지키면 처단당할 거야."

교실 분위기가 순간 푹 가라앉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아이들은 다시 시끄럽게 책을 읽기 시작했다.

김 교사는 다시 교실에 선포했다.

"친구 때린 사람 목소리를 들으니까 기분 나빠. 김선생님법 2호. 친구를 때린 사람은 1시간 동안 말을 하지 못한다. 안 지키면 내가 처단할 거야."

김선생님법 2호가 선포되자 아이들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처단이 뭐냐고 묻는 한 아이의 질문에 다른 친구가 "학교에서 쫓아내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 법의 효과는 확실했다. 아이들이 입을 닫자 교실에는 어색한 침묵이 가득 찼다.

김 교사는 평소와 같은 학급 생활을 보내던 아이들이 김선생님법을 마주하자 잘못을 저지른 학생이 돼 담임의 눈치를 보게 되고, 이윽고 교실 전체가 숙연해지는 모습이 어젯밤 포고령을 마주한 자신 같다고 생각했다.

김선생님법은 '친구를 때린 사람은 급식을 꼴찌로 먹는다', '수업 준비를 제대로 안 하면 자치 모임에 참여할 수 없다', '거짓말을 하면 점심 놀이 시간 없이 교실에 와서 수업받는다' 등 6호까지 늘어났다.

이 법에 따라 2학년 학생들이 자치 모임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자 6학년 선배들이 교실을 찾았다.

이들은 "선생님이 아이들을 모임에 못 가게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얘기했다.

2학년 동생들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했다.

6학년 선배들은 미리 선생님과 짜놓은 작전대로 "김선생님을 몰아내자"라고 구호를 외쳤다.

아이들은 쉽게 외치지 못했고, 6학년 선배들이 다시 한번 "김선생님을 몰아내자"라고 더 크게 외치자 따라서 소리치며 학생 자치 모임으로 향할 수 있었다.

2학년 어린이들은 이후 '우리반법'을 함께 만들어 김선생님법을 무효화 했다.

흰 종이 위에는 우리반법의 3개 조항이 비뚠 글씨로 적혀 있었다.

① 김선생님법을 만들 수 없다.

② 선생님은 바보다.

③ 선생님은 우리에게 맜(맞)아야 한다.

김 교사는 1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아이들이 작아도 (부당한 억압에 대해) 어른과 똑같은 반응을 보인다"며 "'얘들이 뭘 알 수 있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번 일을 통해 어린이 역시 작은 시민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은 평소 그래왔듯 놀이를 한 것이지 누굴 때리거나 싸운 것은 아니었다"며 "김선생님법이 교실에서 사라지고 교사와 학생들은 참으로 귀하고 소중한 일상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 "네이버 포스트 내년 4월 종료"…게시글 블로그 이전 가능 ▶ "24시간 신속 답변" 성동구 '스마트 AI 민원안내 챗봇' 운영…▶ "목 비트는 태국 마사지 받은 여가수, 전신마비 끝 숨져"▶ "은행권 예·적금 금리 줄인하 시작" SC제일은행, 최대 0.25%p↓▶ "안 지키면 처단당할 거야" 시골 초등교실의 작은 계엄 수업

고정닉 0

원본 첨부파일 3본문 이미지 다운로드

전체 댓글 0개

등록순

본문 보기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은 운영원칙 및 관련 법률에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Shift+Enter 키를 동시에 누르면 줄바꿈이 됩니다.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과음으로 응급실에 가장 많이 갔을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5/03/03	-	-
10447	"은행권 예·적금 금리 줄인하 시작" SC제일은행, 최대 0.25%p↓	나남뉴스	24.12.10	207	0
	"안 지키면 처단당할 거야" 시골 초등교실의 작은 계엄 수업	나남뉴스	24.12.10	201	0
10445	"제자와 불륜? 딸까지..." 팝핀현준, '가짜뉴스'에 분노... "꼭 잡을 것" [16]	나남뉴스	24.12.10	3376	5
10444	"국정 운영 자격없다" '국민의힘 의원 아들' 엄주원 MBC 아나, 소신밝혀	나남뉴스	24.12.10	257	0
10443	707특임단장 "'의원 150명 넘으면 안된다, 끌어낼수 있나' 지시받아" [3]	나남뉴스	24.12.09	479	0
10442	"수능 표준점수 수석은 현역 의대생" 'N수생 침공' 현실화	나남뉴스	24.12.09	251	0
10441	"술 마시면 탈모온다?" 논문들 분석해보니... "연관성 떨어져" [23]	나남뉴스	24.12.09	5383	3
10440	"다케시마 탈환 기회"…日극우세력, 韓계엄사태 틈타 독도 도발	나남뉴스	24.12.09	222	0
10439	"올해도 건보 지역가입자 부담 보험료 10조원 밑돌듯…2년 연속"	나남뉴스	24.12.09	190	0
10438	"어리면 처벌 안 받나?" 교실까지 파고든 온라인 도박...	나남뉴스	24.12.09	191	0
10437	"마일리지 1만여석 추가 공급" 아시아나, 제주 노선 마일리지 판매	나남뉴스	24.12.09	177	0
10436	"건강한 식단, 만성 통증 완화 효과…여성에게 효과 더 커"	나남뉴스	24.12.09	183	0
10435	"10% 할인" 카카오, 25일가지 카톡 선물하기 크리스마스 프로모션	나남뉴스	24.12.09	177	0
10434	"경기도 복지정책 '누구나 돌봄'", 내년 15→28개 시군 확대	나남뉴스	24.12.09	175	0
10433	"항암치료 끝" 사유리 엄마, 암 보험금으로 '이것' 엄청 많이 사 [1]	나남뉴스	24.12.09	390	0
10432	"사인은 목욕 중 익사" 러브레터 日배우, 사망이유 밝혀졌다	나남뉴스	24.12.09	273	0
10431	"작년 기초연금 수급률 67%" 지역별 최대 3.5배 격차	나남뉴스	24.12.08	263	0
10430	"한국 여행 예약취소 이어져" 여행업계, 정부와 '공동상황반' 가동 [33]	나남뉴스	24.12.08	5682	18
10429	"이과생 유리 현상 지속" 수능 수학 미적분 '쏠림 현상' 여전… [1]	나남뉴스	24.12.08	303	0
10428	"시동 전 노크 해주세요" 추위 피해 차량에 숨어든 길고양이… [2]	나남뉴스	24.12.08	332	0
10427	"0∼2세 표준보육과정 개정 확정"…3∼5세 누리과정과 연계 강화	나남뉴스	24.12.08	186	0
10426	"일본산 암컷대게 유통 비상"…경북도, 대게 원산지 점검 나선다	나남뉴스	24.12.08	217	0
10425	"신축건물 도로명주소, 신청없이 자동 부여" 국토부, 시스템 개선	나남뉴스	24.12.08	176	0
10424	"가성비 좋은 중기제품 한자리에"…10∼12일 사랑나눔바자회	나남뉴스	24.12.08	164	0
10423	"더 낸 보험료 찾아가세요" 자동차보험 휴면보험금 101억원…	나남뉴스	24.12.08	161	0
10422	"내년 자체 모뎀 스마트폰 출시" 애플, 퀄컴과 '헤어질 결심'…	나남뉴스	24.12.08	175	0
10421	"엄마는 이제 포기했다" 이효리♥이상순, '2세 임신 계획' 재조명 [63]	나남뉴스	24.12.08	9309	3
10420	"PD와 나눈 대화 아니다" 임영웅, SNS 메시지 논란 '갑론을박' [93]	나남뉴스	24.12.08	10863	45
10419	"윤석열 파면·구속하라" 영화인 2518명, 긴급 성명 내놨다 [164]	나남뉴스	24.12.07	8266	60
10418	"필러가 등까지 퍼져" 이세영, 가슴시술 부작용 '심각' 무슨 일?	나남뉴스	24.12.07	565	0
10417	"학생 피해 없게 복장 자율화" 항의 빗발친 '尹모교' 충암고… [37]	나남뉴스	24.12.07	8232	12
10416	외신 "궁지 몰린 대통령직에 한국 영부인 어른거려"... 왜?	나남뉴스	24.12.07	272	0
10415	"비트코인 10만달러 재돌파"…이더리움 9개월만에 4천달러 돌파	나남뉴스	24.12.07	242	0
10414	"최대 23배 더 위험" 잇몸병이 당뇨병 키운다…	나남뉴스	24.12.07	295	0
10413	"오겐키데스카" 日영화 '러브레터' 주인공 나카야마 미호 사망	나남뉴스	24.12.07	228	0
10412	"경계 허물고, 흥행작 주고받는다" 공생 꾀하는 방송사와 OTT	나남뉴스	24.12.07	190	0
10411	"평균의 '절반'" '복지서비스 이용' 아동 사교육비 월 21만원…	나남뉴스	24.12.07	187	0
10410	"없어진 물건, AI로 찾는다" 유실물관리서비스 '파인딩올' 써보니	나남뉴스	24.12.07	216	0
10409	"파업 참가율 27.2%" 철도파업 사흘째 오전 열차 운행률 76%…	나남뉴스	24.12.07	185	0
10408	尹대통령, 여당에 임기 등 거취 맡기고 '2선 후퇴' 시사	나남뉴스	24.12.07	189	0
10407	민주노총, 탄핵 촉구하며 與 국회의원 전화번호 홈피에 공개	나남뉴스	24.12.06	293	1
10406	"5만원? 10만원?" 결혼 축의금 얼마 내면 적당할까? [21]	나남뉴스	24.12.06	6582	0
10405	"출근길 당기고 대체 표 구하고…" 철도노조 파업 이틀째 시민 진땀	나남뉴스	24.12.06	228	0
10404	"902세대 공급" 대림3동·번동에 모아타운·모아주택…	나남뉴스	24.12.06	212	0
10403	"최대 월 4억5천만원 보상" '중증응급환자 수용·진료' 의료기관	나남뉴스	24.12.06	203	0
10402	"용산, 국회상황 주시" 尹, 與 탄핵기류 급변에 침묵 속 칩거…	나남뉴스	24.12.06	204	0
10401	"신라 공주 무덤 어떻게 지었을까" 쪽샘 44호분 축조 실험 시작 [8]	나남뉴스	24.12.06	6415	8
10400	"탄핵 정국 급물살…" 韓 사실상 '찬성' 선회에 野 '가결' 총력전	나남뉴스	24.12.06	202	0
10399	"홍보해준다더니 5년치 요금받고 잠적…환불 요구하면 보복도" [13]	나남뉴스	24.12.06	7425	5
10398	"6년만에 돌아왔다"…현대차, '디 올 뉴 팰리세이드' 디자인 공개	나남뉴스	24.12.06	259	0
뉴스	12년 만에 스승 대면한 최강록…눈 못 마주친 이유	디시트렌드	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