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둘레길 9구간 숫모르편백숲길은 제주 곳곳의 여러 숲길 중에서도 특히 명품 숲길로 꼽히는 곳이다. 숲길 자체만으로도 오롯한 힐링의 공간인데, 여기 더해 일반 관광객들도 자주 찾는 절물자연휴양림과 제주 식물의 보고라고도 불리는 한라생태숲이 연계돼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거리도 6.6.km로 적당하다. 시작과 끝 지점인 절물자연휴양림 또는 한라생태숲 어디에서 출발해도 상관이 없지만 이왕이면 한라생태숲에서 출발할 것을 추천한다.
절물자연휴양림 또는 한라생태숲 어디에서 출발해도 상관이 없지만 이왕이면 한라생태숲에서 출발할 것을 추천한다.
절물자연휴양림에서 시작하면 한라산둘레길을 걷는 게 목적이라 하더라도 1,000원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 제주시민들만 무료 입장이니 서귀포시민인 나 역시 입장료를 내야 했다. 만약 차를 갖고 간다면 주차비도 별도로 부담해야 한다. 입장료가 비싼 건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찜찜한 느낌이다. ㅎㅎ 그러니 입장료도 주차비도 모두 무료인 한라생태숲을 출발지점으로 삼는 게 좋다.
3월 말~4월 초에는 절물휴양림입구에 벚꽃이 만발한다.
3월 말~4월 초에는 절물휴양림입구에 벚꽃이 만발한다.
사실 이날 트레킹은 한라산둘레길 8구간을 마친 후 이어서 걸었기 때문에 내겐 출발지에 대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절물자연휴양림 입구는 늘 그렇듯 관광객들로 조금 붐비는 모습이었다. 사람은 많지만 하늘로 쭉쭉 뻗은 삼나무숲길이 반기니 금세 기분이 좋아진다. 아마도 숙박시설을 갖춘 데다 휴양림 내에 트레킹 코스, 오름, 노루생태관찰원 등 볼거리, 즐길거리도 많아 늘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삼나무숲길을 통과하는 산책로는 깔끔하게 정비돼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절물’이라는 명칭은 근처에 약효가 좋은 물이 난다 해서 붙여진 것이라 한다. 과거에는 가뭄이 심할 때도 물이 마르지 않아 주민들이 식수로 이용했을 정도로 수량이 풍부했다 한다.
절물자연휴양림 초입의 삼나무숲길.
삼나무숲길 한가운데를 걸으며 피톤치드를 만끽하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 성큼 성큼 발걸음을 옮기니 시원한 연못이 기다린다. 연못 속을 노니는 붕어떼들, 아이들은 물고기가 마냥 신기한지 연못 앞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아이들은 물고기가 마냥 신기한지 연못 앞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사람들로 시끌벅적한 구간은 딱 연못까지였다. 절물자연휴양림을 찾은 관광객들은 대부분 숲 속 더 깊숙한 곳까지는 들어가지 않는다.
연못을 벗어나 한라산둘레길 코스를 따라 걷다보니 오른편으로 약수암이라는 작은 암자가 하나 자리하고 있고, 왼편으로는 절물자연휴양림 ‘장생의숲길’ 입구가 표시돼 있다. 장생의숲길은 11.1km로 짧지 않은 코스지만 일부러 걸으러 오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정도로 인기 있는 숲길 중 하나다.
하지만 한라산둘레길 9구간 숫모르편백숲길은 장생의숲길을 뒤로 하고 계속 직진이다.
조금 걷다 또다시 나타난 삼나무숲길. 사람도 거의 없고, 발 아래도 포장이 아닌 흙길이라 절물자연휴양림 초입에서 만난 삼나무숲과는 느낌부터 다르다. 주변 의자에 앉아 한참 동안 숲멍에 빠져든다.
주변 의자에 앉아 한참 동안 숲멍에 빠져든다.
잠깐의 휴식을 뒤로 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절물자연휴양림 입구에서부터 걷기 시작한 지 20여분 정도 지났을까? 임도사거리에 이르니 여러 곳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서있다.
장생의 숲길 입구, 노루생태관찰원. 숫모르편백숲길, 한라생태숲...
표지판 중 숫모르편백숲길 방향을 따라 다시 걷기 시작한다. 삼나무숲에 들어와 있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이 맑아지는 기분이다.
숫모르편백숲길은 한라산둘레길의 다른 구간들과 달리 중간 중간 정자와 의자가 꽤 많은 편이다. 물론 숲길을 걷다가 돌이나 바위 위에 앉아 잠시 쉴 수도 있지만 평상이 있으면 잠시 누워 하늘을 올려다볼 수도 있다.
숫모르편백숲길은 한라산둘레길의 다른 구간들과 달리 중간 중간 정자와 의자가 꽤 많은 편이다.
한라상태숲이 가까워질수록 숲의 모습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삼나무는 이미 멀어졌고, 수령이 많아 보이지 않는 나무들이 숲을 가득 메우고 있다.
1.6km만 더 걸으면 한라생태숲 구간이다.
한라상태숲이 가까워질수록 숲의 모습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숫모르편백숲길 표지를 따라 걷다 만난 한 무리. 한라산둘레길을 걷는 건 아니고, 한라생태숲을 산책하는 중인데 너무 멀리까지 와버린 모양이라 한다.
한라생태숲으로 가까워질수록 이전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걷는 구간도 오르막내리막이 섞여 있어 숲길을 걷는 맛이 제대로다.
한라생태숲 안내소까지는 2.5km 남았다는데 숫모르편백숲길 표지판은 뭔가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아마도 숲을 한 바퀴 도는 모양이다.
한두 사람 정도 앞서가는 사람들을 좇아 걷다보니 어느새 깔끔하게 정돈된 한라생태숲이다.
한두 사람 정도 앞서가는 사람들을 좇아 걷다보니 어느새 깔끔하게 정돈된 한라생태숲이다.
한라생태숲은 1970년대 초부터 1995년까지 개인에게 대부돼 마소의 방목지로 사용했던 곳이라 한다. 이후 산림청이 소유하게 되면서 ‘제주 식물의 보고’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산림생물. 난대, 온대, 한대 식물 등 다양한 식물상을 조화롭게 설계해 333종 288천 그루를 식재해 생태를 복원했다 한다. 제주도의 온·난대 수종 및 한라산 고산대 희귀수종에 대한 유전자 보전 연구와 한라산의 훼손지 복구를 위한 식물증식 및 내한성 적응시험림 등 시험연구림의 기능도 갖추고 있다고. 한라생태숲은 그래서인지 목련총림, 참꽃나무숲, 벚나무숲, 구상나무숲, 선열매나무숲, 단풍나무숲, 야생난원, 산림욕장 등 다양한 테마숲과 더불어 암석원, 난대수종적응시험림, 천이과정전시림, 다목적영영시험림 등이 깔끔하게 정비돼 있다. 한라생태숲도 구석구석 돌아보면 좋을 텐데 이날은 하루 종일 걸은지라 그럴 여유까지는 생기지 않았다.
예기치 않게 어느 날 갑자기 겨울이 시작되기 전, 아직은 햇살이 따사로운, 걷기 좋은 가을날 옛 숯 굽는 사람들의 발자취를 따라 ‘숫모르편백숲길’을 걸어보면 어떨까? ‘숫모르’는 ‘숯을 구웠던 등성이’란 의미의 옛 지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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