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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으로 '맨 오브 라 만차' 감상도 재탕 ㅋㅋㅋㅋㅋ

날아라(165.132) 2012.12.18 09:15:41
조회 257 추천 0 댓글 1

참고로 황조훈 보고 썼던 감상임


  '맨 오브 라 만차'의 장면들이 계속 머릿속에 맴돈다. 뮤지컬을 많이 본 건 아니지만 올 해 들어 본 뮤지컬 중에선 단연 최고였다. 연출, 연기, 무대, 넘버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다 좋다! 웃고 울고 아주 별 짓을 다 했다. 그 중에서도 빼 먹을 수 없는 건 황정민ㅠㅠ 노래 잘 하려나 좀 걱정했는데 뮤지컬 배우 경력도 있어서 그런지 노래도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잘했고, 기똥찬 노래 실력보다 진정성이 담겨 있는 연기가 핵심이어야 할 작품 특성 상 황정민이란 배우의 힘을 정말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극의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 보자면... 작품이 던지고 있는 메시지가 뭐 그렇게까지 심오하다 할 만한 것도 아닌데다 극 자체도 무지무지 친절한 편이지만, 그렇다고 작품이 가볍지는 않다. '이상을 품고 쫓으라'는 이 개나소나 쉽게 뱉어댈 수 있을 것 같은, 대책없을 정도로 가벼워 보이는 이 메시지를, 이 뮤지컬은 결코 가볍지 않게 담아낸다.

 

  세르반테스가 시종과 함께 신성모독죄로 종교 재판 때까지 지하 감옥에 수감되고, 그 곳의 죄수들에게 고지식한 이상주의자라는 이유로 다시 한 번 재판을 받게 된다. 이 때 세르반테스는 자신의 방식으로 변론하겠다며 자신과 시종을 비롯해 죄수들을 배우 삼아 '돈 키호테'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무대 밖 관객들이 살고 있던 현실과 어두워진 극장 안에서 관객들이 바라보는 무대가 있다. 그리고 그 무대 위에선 땅 위의 재판과 그 땅 위의 재판을 기다리는 동안 벌어지는 땅 밑의 재판이 있고, 그 땅 밑의 재판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펼쳐지는 또 하나의 무대,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있으며, 그 이야기 속에선 알론조와 알돈자의 현실과 돈 키호테와 둘시네아의 환상 혹은 이상이 있다. 어떻게 보면 무대라는 하나의 공간이지만, 이 극은 일부러 그 극 위의 시공간을 관객이 숨쉬는 현재에까지 맞닿는 여러 겹으로 잘게 나누어 놓는다. 세르반테스의 지하 감옥과 돈 키호테의 라 만차가 극중에서도 암전도 없이 수시로 전환되는 것처럼, 그 여러 겹으로 나누어진 시공간은 결코 서로 떨어져 있지 않다. 그리고 이 극은 결말부에 이르러 나누어 두었던 시공간을 차차 봉합해 나감으로써 메시지의 힘을 증폭시키는 놀라운 성취를 이뤄낸다.

 

(스포일러)

 

  자신의 세계 속에 사는 돈 키호테는 계속 우스꽝스러운 에피소드들을 벌이다, 결국 알돈자의 절규와 거울 속 늙은이 알론조의 모습에 의해 자신이 발 붙이고 있던 차가운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그러나 시궁창 같은, 이미 미쳐버린 세상에서 끝없이 현실을 직시하라 외치는 다른 이들과 달리, 남들이 보기엔 미쳐 보였던 그, 돈 키호테야말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끝없이 이상을 따르는 과정 속에서 현실의 껍데기 속에 감쳐진 '진짜'들, 즉, 진짜 정의, 진짜 사랑, 진짜 가치들을 볼 수 있었다(돈 키호테를 다시 제정신으로 되돌려 두기 위해 안토니아, 카라스코, 가정부, 신부가 계획을 짜는 장면이 마치 체스판 위에서 말들이 움직이며 대화를 나누듯 연출된 것은 그들이 돈 키호테와는 달리 진짜를 바라볼 수 없게 만드는 현실의 껍데기와 형식들 안에 갇혀 있음을 드러내는 장치인 듯 보인다.). 이러한 그의 능력은 씨앗처럼 알돈자 안에 뿌려져 둘시네아라는 새싹으로 자랐으며(돈 키호테만이 알돈자의 진짜 가치를 바라봐 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내적 변화를 겪은 그녀는 그를 찾아와 둘시네아를 기억해 내라며, 그리고 자신을 바꾸어 놓은 그 기사 돈 키호테를 기억해 내라며 'Dulcinea'를 부른다. 결국 알론조는 그녀와 함께 '이룰 수 없는 꿈일지라도 계속해서 추구한다'는 노랫말을 담은 'The Impossible Dream'을 부르며 돈 키호테의 모습으로 부활하고 'Man of La Mancha (I, Don Quixote)'를 부르며 스스로 돈 키호테임을 선언하며 죽음을 맞는다. 그러나 알돈자가 산초에게 한 말처럼 '돈 키호테는 죽지 않았다', 단지 알론조의 육신이 죽었을 뿐. 그리고 그 직후 알돈자는 자신의 이름을 둘시네아라 말한다. 이처럼 라 만차의 이야기 속에서 현실과 이상은 알론조와 알돈자의 이름으로 합쳐지는 듯하다 결국엔 돈 키호테와 둘시네아의 이름으로 봉합되는 모습을 보인다.

 

  그 뒤 세르반테스는 땅 위의 재판을 위해 지하 감옥을 나가려 하는데, 이 때 도지사가 그에게 '돈 키호테는 네 형제였으리라'고 말한다. 그리고 극중극에서 알돈자/둘시네아 역을 맡았던 죄수의 선창으로 죄수들은 'The Impossible Dream'을 합창하며 세르반테스를 보낸다. 이 장면에서 세르반테스와 돈 키호테가 겹쳐지고 지하 감옥의 죄수들이 라 만차 이야기 속 배역들과 겹쳐지면서 또 한 번 '이상'이라는 이름 하에 두 가지 시공간이 봉합된다.

 

  한 편, 지하 감옥은 세르반테스가 스스로 변론을 통해서 자기 갈등을 겪은 끝에 다시금 이상을 쫓을 힘을 얻게 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세르반테스의 내면을 상징하는 공간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 점을 고려할 때, 'The Impossible Dream'을 들으며 세르반테스와 시종이 지상의 공간으로 나가는 그 장면은, 땅 밑의 재판이 끝나고 땅 위의 재판이 시작되는 그 시점에 세르반테스의 내면과 외적 현실이 세르반테스가 이상을 품고 나아가겠다는 의지로 봉합됨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처럼 이야기의 초장엔 일부러 하나의 시공간을 여러 겹의 시공간으로 나누어 두었던 극이, 결말부에서 'The Impossible Dream'이라는 노래가 함축하는 메시지를 통해, 나누어 두었던 여러 겹의 시공간을 차차 봉합해 나간다. 극중극의 세계가 봉합되고 그 극중극의 세계가 극의 세계와 맞닿아 다시 봉합되고 그 극의 세계에서도 땅 위와 땅 밑으로, 세르반테스의 외면과 내면으로 나뉘었던 공간이 봉합된다. 이 자연스런 봉합의 과정을 통해 극중극 속 돈 키호테와 둘시네아가 겪었던 일종의 변화의 양상, 현실에 푹 담겼던 자신을 끄집어내어 이상을 추구할 의지를 갖게 되기까지의 그 내적 변화의 양상은 자연스럽게 그 밖으로 밖으로 번져 나가는 효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만약 커튼콜 때 기립박수를 치는 관객들과 그들 앞에서 배우들이 'The Impossible Dream'을 앵콜곡으로 합창하는 순간, 그 순간이 곧 세르반테스가 지하 감옥의 죄수들에게 한 말, '여러분이 모두 라 만차의 기사'라는 말이 고스란히 관객들에게로 전해지는 순간이며, 돈 키호테와 둘시네아에서 세르반테스와 지하 감옥 속 죄수들로 전염된 그 내적 변화가 고스란히 무대 밖의 세계, 관객들의 세계로까지 전염되어 오며 또 한 번의 상징적 봉합을 이루는 순간이라고 본다면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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