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쇳내ㅃ)) 어제 느낀 거 의식의 흐름 기법

ㅒㅒ(124.55) 2013.01.10 12:43:13
조회 541 추천 2 댓글 5




 

 의식의흐름기법 미안!ㅠㅠ 조금 긴 글이라 스킵할 갤러들은 알아서 스킵해줘ㅋㅋ




 

 

 


 

 







 

  우리 아빠 거면 난 무조건 훔친다!”

  난 프레이저의 이 말을 듣고 처음에는 그래 니가 아빠 거면 무조건 훔치니까 니가 뭐만 하면 부모님이 때리고 화낼 만 하지 이렇게 생각했는데, 그 말을 되새김하다보니 데미안에서 에밀 싱클레어가 프란츠 크로머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집에서 돈을 훔쳐 크로머에게 나르던 일이 떠오르더라고. 어린 싱클레어가 그렇게 범죄(?)의 길로 빠져드는 과정 중에 아버지와 대면했을 때 느꼈던 어떤 우월감. 올곧기만 한 아버지는 모르는 음지의 세상을 나는 알고 있다는 그런 우월감이 떠오르더라고.

 어제 9세 폐교씬을 보면서 그때의 뽀뽀는 고든에게만 첫 뽀뽀가 아니라 프레이저에게도 태어나서 난생 처음 해본 뽀뽀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어. 보수적인 부모님. 모든 분야에 있어서 남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해야한다고 윽박지르며 프레이저를 억압적인 환경 속에서 키운 부모님. 이러한 가정 분위기 속에서 어린 프레이저는 충분한 사랑을 받으며 살아간다고 느끼지 못했던 것 같아. 이때 프레이저가 신문 범죄자 리스트에 대해 내비쳤던 관심은 자신이 살아가는 바른환경에 대한 반항심이 아니었나 싶어. 범죄라는 것이 사회적인 시선에서 볼 때 결코 올바르게 느껴지는 행동은 아니니까 말이야.

  프레이저와 고든은 모두 부모님의 사랑이 결핍된 아이들이지. 어린 아이들에게는 부모님의 충분한 사랑과 인정을 발판삼아 부모님과의 단순 애증관계에서 벗어나서 부모님을 모델로 한 명의 완전한 개인, 곧 어른이 되는 과정이 필요한데 프레이저와 고든은 이 과정의 첫 번째 단계조차 제대로 밟지 못한 거야. 심지어 고든은 무의식중에 어머니가 죽은 원인이 어머니를 지켜주지 못한 자신에게 있다는 비논리적 죄의식에 사로잡혀 자기 파괴적 성향을 보이는듯하고. 부모님으로부터 애정을 바라는 욕구가 좌절되자 프레이저와 고든은 9세 폐교에서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부모님에 대한 애착을 서로에게로 옮겨와. 그리고 개인 간의 경계가 마구 헝클어진 채 서로가 서로에게 중심이 되는 삶을 시작하지.

  프레이저에게 있어서 고든을 사랑한다는 건 자기 자신의 어두운 면까지 사랑한다는 의미도 있었을 거야. 결국 고든은 프레이저가 처음으로 만난, 아빠를 싫어할지도 모르는 아이였으니까. 누가 봐도 정상적이지 않고,특별한 정신병자로 비춰져 모두들 꺼리는 아이이기도 했고. 프레이저는 이런 고든을 보고 자신 안에 존재하는, 뭔가 올바르진 않은 것 같고 혼란스러운 심정을 위로받았을 거야. 프레이저는 고든을 사랑함으로써 인간이라면 본능적으로 갖고 있지만 사회(어린 아이에게 있어선 부모님이 곧 사회였겠지)로부터 부정당하기만 해온, 탈선에 대한 욕구까지 끌어안고 살아갈 수 있게 된 거지. 휴고를 죽인다는 것은 그런 의미가 있어. 나에게 드리워진 부모님의 그림자를 지운다는 것. 내가 살아가고 싶은 모습을 선택해 볼 여지도 없이 부모님이 만들어준 환경 속에서 부모님의 영향으로 빚어져 가는 자신의 모습에 대한 혐오. 프레이저와 고든은 휴고를 죽임으로써 부모님의 손아귀 아래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그것이 완전한 개인으로 성장하는 결과를 낳은 것은 아니야.

 

  프레이저와 고든은 가족으로부터의 보호도 서로에게서 바라고, 친구로부터의 우정도 서로에게서 바라고, 연인으로부터의 사랑도 서로에게서 바라지.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의 세계를 지탱할 수밖에 없는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그렇게 이 두 사람은 한 개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서로 다른 두 개체라 말하기도 모호한 존재로서 삶을 살아가게 돼. 19세 폐교씬은 이렇게 살아온 두 인간이 하나로 합쳐지고자 하지만 그것이 실패할 때에 느끼는 좌절감을 표현한 것 같아. 인간은, 그 누구와도 하나가 되어 살아갈 수가 없어. 마치 하나가 된 것처럼 느끼며 살아갈 수는 있겠지만 결국 인간 하나하나는 각자가 살아온 경험과 환경이 다른 이상 독립된 개체일 수밖에 없고, 나와 다른 개인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도 불가능해. 자석 두 개를 붙여놓아도 그게 서로 맞붙어있을 뿐 우리 눈에 그것이 한 개의 자석이 된 것으로 보이진 않잖아. 하지만 프레이저와 고든은 하나가 되려는 시도를 했어. 키스를 통해 결국 프레이저와 하나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고든은 자신을 죽이고 프레이저의 기억 속에 남아 영원히 그와 하나로 살아가겠다는, 극단적인 길을 택하지. 프레이저의 기억 속에 있는 것이 곧 나 자신이라면 프레이저와의 나 사이에 경계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고 나는 프레이저의 일부가 될 수 있을 테니까.

 

  고든의 자살을 통해 프레이저와 고든이 하나가 되어버린 모습은 시간상 19세 폐교씬의 바로 다음 순인 장례식씬에서부터 드러나. 앨런이 설마 고든이 폐교에 불을 지를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고든의 자살을 부정할 만한 여지를 던져주자 프레이저는 뭔가 이상하다며 고든이 이렇게 가버릴 리는 없다고, 고든이 살아서 돌아올 거라고 말해. 그러고선 자신에 생각에 대한 확신을 얻으려는 듯이 앨런에게 고든이 정말로 죽었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지. 앨런은 고든이 죽었다고 대답해. 그게 사실이니까. 그러자 프레이저는 화를 내지. 이 순간부터 이미 고든은 살아있다라는 생각 하나가 프레이저를 지배하고 있었던 거야. ‘고든은 살아있다라는 한 마디가 곧 프레이저를 이해하는 행위가 되고 고든은 죽었다라는 한 마디가 곧 프레이저를 부정하는 행위가 되어버린 거야. 고든의 생사가 곧 프레이저의 생사가 된 거지. 하지만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프레이저더러 고든은 살아있다고 말해줄 사람은 없어. 고든은 명백히 죽었으니까. 그렇게 프레이저는 이 세상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신세가 되지. 그만큼 더 고든을 그리워했을 테고.

 

  프레이저는 그렇게 폭발!’개나 소나를 외치던 밴드를 탈퇴해버려. 원작에 보면 장례식씬에서 프레이저의 대사 중에 고든의 장례식이 있는 그날 밤 바로 아빠 차를 타고 대학교로 돌아갈 거라는 말이 나와. 나는 이것이 결국 하나의 개인으로 홀로서기를 포기하고 사회에 굴복해버리는 모습처럼 보이더라고. 19살 때에 사회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이유 없는 반항심과 패기를 버려버리고 기계처럼 살아가는 어른들과 다름없는 삶을 살아가는 길로 들어서게 된 거지. 하지만 프레이저는 단순히 고든의 죽음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세상 속으로 뛰어든 것이기 때문에 왜 이 사회에 순응해야 하는지 그 합당한 이유를 이해하고 있지는 못해. 그래서 19세에 고든과 헤어지고 난 이후부터 29세 때 폴, 앨런과 다시 만나기까지 프레이저의 내면에는 쭉 사회적 반항심이 내재되어있어. 난 장례식씬과 29세 용바위씬 사이의 비어있는 시간 동안 프레이저가 인간적인 생활을 유지하지는 못했을 거라고 봐. 프레이저의 자아는 이미 고든의 죽음과 함께 갈래갈래 찢겨나갔으니까.

 

  조금 추상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29세 용바위씬에서부터 29세 폐교씬까지 이어지는 프레이저, 폴, 앨런 세 사람의 재회는 프레이저에게 있어서 사느냐 죽느냐의 갈등이야. 정확히 말하자면 고든은 살았느냐 죽었느냐의 문제겠지. 현실의 목소리는 프레이저에게 고든은 죽었다고 일깨워주는데 또 다른 한편으로 프레이저의 생존본능이 고든은 살았다고 외치지. 고든 또한 이 세상 어딘가에 살아있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려는 의지를 이겨낼 만큼 큰 자극을 그동안 단 한 번도 받지 못했던 프레이저는 친구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꽃비기계가 터져버리듯 깨닫고 말아. 고든은 죽었다고. 프레이저는 비로소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고든이라는 세계를 부서 버리고 한 인간으로 자립하게 된 거야.

 

  자신을 죽임으로써 산다는 것은 누구나 겪어야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이야. 고든이 살아있었더라면 프레이저는 어땠을까? 상상조차 하기 힘들어. 하지만 둘이 함께 성장하는 방법은 없었을까. 두 인간은 결코 하나가 될 수는 없는 존재지만 나와 하나인 면은 하나인 면대로 사랑하고 나와 다른 면은 또 그런 면대로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는 존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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