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천사횽한테 무료양도 받아서 사천가를 보러갔음.

충무아트홀 블랙인데 확실히 어른들도 애기들도 많았는데, 공연 성격상 관크랄 게 없다보니 간만에 편안한 마음으로 잘 보고 왔음. 근데 소리꾼이 추임새 넣어달라고 하는데도 시체처럼 보던 습관이 있어서 움찔거리기만 하고 제대로 못 하고 온 게 걸리네. 자람씨 억척가도 10월에 엘지서 하던데 그 때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벌써 표가 없고 난리. 게다가 10월에 이미 노담과 번점 회전문은 예약되어 있고... 음음???

암튼, 어제 소리꾼은 이승희 씨. 얼굴도 곱고 체구도 작으신데 소리는 참 잘하시더라는.. 판소리 하는 분들 보면 그 체구에서 어떻게 저런 소리가 나오나 싶다니까? 게다가 2시간 넘게 혼자서 하는건데, 뭐 판소리 완창은 대여섯시간도 한다고 하지만은 정말 판소리는 체력이 절대적인 장르인 듯. 덜덜.

자리가 오블이었는데 악사들이 오른쪽에 있고 소리꾼이 가끔 오른쪽에 앉아있거나 오른쪽에서 단독으로 하는 것들이 많아서 오블도 괜찮더라. 아, 그런데 영문 자막이 오른쪽에 있어서 약간 빛이 난다는 건 걸릴 수도...

내용을 요약하자면... 착하게 살려면 나빠져야 하는 세상에 대한 풍자? 요즘 이슈가 되는 요소들도 살짝 살짝 건드려주고 공감가는 요소들이 많았어. 소리꾼 혼자 여러 인물들을 동시에 표현하면서 인물들의 특징을 굉장히 잘 살려내고, 악기 구성이나 조명이나 무대 장치도 엄청 단순해 보이지만 오묘하게 극이랑 어울리고 강렬하게 사용할 부분들은 팍팍 살려주더라.

중간에 심청가의 방아타령이랑 다른 것 하나 정도 기존 판소리가 들어가는 부분이 있는데, 극 전체랑 잘 어울리면서도 전통 판소리 타령을 짧게나마 제대로 보여줘서, 관객들에게 아 판소리가 정말 멋지구나...라는 감정을 주는 부분이 제일 좋았다. 그리고 브레히트 극의 열린 요소와 판소리의 특성을 절묘하게 섞어낸 아이디어도 너무 좋았다. 그래서 마지막 결론도 무리없이 받아들이고 기분 좋게 나올 수 있었음.

아쉬운 부분은.. 소리꾼 외의 배우들이 등장하는 부분들이 개연성이 떨어지고 그 안무와 의상과 조명이 참 아쉽더라. 신체의 움직임을 강조하는 부분인 건 알겠고 막 뒤에서 그림자로 표현하는 건 괜찮았어. 근데 스토리상 중요한 부분마다 나오는데 약간 반복적이라는 느낌이 든달까.

암튼!! 사천가 최초의 장기공연이니 관심있는 갤러들은 봤음 좋겠다. 할인도 많고 비씨라운지서는 만행도 아직 표 많던데!
그리고 무료양도해 준 천사횽 정말 고마워!!